지난 화요일 ‘지리산 기독교 선교유적지 보존연합이사회’라는 긴 이름의 회합이 있었습니다. 순서는 1부 식사, 2부 경건회, 3부 회무처리(이사회)였습니다. 첫 순서로, 물 한 컵 따라 놓고 식사기도를 했습니다. 그 다음 몇 관계자들의 인사가 있었습니다. 그 다음 식사하자니 몇 분 목사님께서 예배부터 드려야 된다고 하십니다. 예배드리자는데 누가 감히 반대하겠습니까? 예배 후, 헌신적으로 활동하는 구례평도교회 손영기목사님의 동영상 보고가 있었습니다. 바쁜 목사님 두어 분이 자리를 떠났습니다. 배가 고파서 두통이 오더군요. 기도한지 한 시간 반이 넘어서야 식사가 허락(?)되었습니다. 아까 기도는 무효가 되었다고 제가 또 기도해야 했습니다. 식사기도 두 번 하고 겨우 밥을 얻어먹은 거죠. 회의는 참 유익했습니다.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등산하면서 감탄만 하던 멋진 지리산에 선교 역사의 보물이 있었습니다. 구약 성경 번역이 대부분 그곳에서 이루어졌다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이미 곽명구 장로님을 통하여 약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교단별로 한 숙소씩 맡아 관리하겠다고 해서 우리는 당연히 하도례 선교사님 숙소를 맡아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분은 특별한 분으로 추억됩니다. 제가 신학교 다닐 당시 가르칠 교수가 마땅치 않으면 다 그분이 맡아서 가르치셨습니다. 그분 통해서 신학 원서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곤 했습니다. 별로 선교사 분위기는 풍기지 않으셨지만 선교사로서 그분이 끼친 공로는 엄청났습니다. 그분의 숙소를 관리할 수 있다니 은혜를 조금 갚을 수 있겠다는 기분이 듭니다.
회의 이틀 후 이 일에 목숨을 건 오정희 이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국민일보에서 상의도 없이 기사를 썼는데 보셨느냐고. 확인해보니 8월 14일자 25면에 ‘지리산 선교유적지 보존, 초교파적으로’라는 기사가 났습니다. 예장통합, 합동, 고신, 감리회, 침례회, 기하성, 성결교, 기장 등 8개 교단의 이름이 있었습니다. “수양관 시설 12곳을 교단 및 선교단체가 1곳씩 맡아서 관리하는 방식을 취할 것이다. 각 교단은 정기적인 현장방문 등을 통해 교단 소속 성도 및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현장 선교교육 등을 주로 펼치겠다는 구상이다. 이달 말에는 1차로 예장고신 교단 소속의 광주은광교회(전원호목사) 목회자 및 청소년들이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우리 교회가 첫 번째로 왕시루봉을 간다는 건 기분이 좋지만 그런 논의를 한 적도 없는데 그런 기사가 난 겁니다. 웃으면서 가야겠죠?
      

한국역사문화정책연구원에 위촉해서 지리산 선교사 유적 조사연구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왕시루봉과 노고단에 있는 유적과 관련해서, 문헌 및 자료 조사, 생태환경조사, 건축적 조사, 학술적 조사, 행정적, 제도적 변천 및 현황 조사, 지리산의 근대사 조사를 하고, 문화재적 가치, 공원사적 가치, 기독교사적 가치도 조사, 판단해서,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산출해낼 계획입니다. 이 연구 용역은 1억 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합니다. 유적지의 바닥 보수 공사가 긴급한 상태입니다. 현재 여자 목사 한 분이 그곳 관리를 맡아 하시는데 가끔씩 도우러 오시는 장로님과 함께 바닥의 뱀 잡는 게 요즘 큰 과제라고 합니다.
      

제 기억으로 우리 총회에서도 기독교 역사 유적 보존에 관한 결정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기독교 역사도 서서히 새로운 성숙의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가 다른 나라에 가서 선교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선교의 역사를 잘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 소중한 일에 우리의 역할이 있다면 함께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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