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홍 장로(이수성결교회)/ 법무법인 서호 대표 변호사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소개

2019년 1월 13일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우리 실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1.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

우리 형사소송법은 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되었는데, 그 때부터 지금까지 개정되지 않은 형사소송법 제196조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66년 만에 폐지되었다. 그 대신 검사에게 필요한 경우 보완수사 요구권(개정 형사소송법 제197조의2)과 사법경찰관리의 인권침해 등이 있는 경우 사건기록 등본의 송부 요구권과 시정조치 요구권, 징계 요구권을 부여하였다.(개정 형사소송법 제197조의3) 이제 검찰과 경찰은 ‘상하관계(上下關係)’가 아니라 ‘협력관계(協力關係)’로 바뀐 것이다.

2.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 제한

1) 종전에는 검사는 검찰청법 제4조 제1항 1.호에 명시된‘범죄수사, 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이면 어떤 범죄든 수사를 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 통과된 검찰청법 개정안은 제4조 제1항 1.호에 단서를 신설하여 검사의 직접 수사를 제한하였다. 즉, 검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등 중요범죄(같은 1.호 가.목), 경찰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범한 범죄(같은 1.호 나.목) 그리고 가.목과 나.목 범죄 및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하여 인지한 위증, 허위 감정·통역·번역, 증거인멸, 무고의 범죄(같은 1.호 다.목)에 한하여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다.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를 제한하는 것도 검찰청법이 1949. 12. 20. 법률 제81호로 제정된 이후 7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기본적으로 1차 수사는 경찰이 전담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 경찰도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위 중요범죄에 대해 역시 수사할 수 있다. 현행법 하에서는 검찰과 경찰이 같은 범죄를 모두 수사할 경우 검사가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여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 받으면 되지만, 개정안은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였기 때문에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이 경합’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개정안은 수사권이 경합되는 경우, 검사는 사법경찰관에게 사건을 송치할 것을 요구할 수 있지만, 검사가 영장을 청구하기 전에 사법경찰관이 동일한 범죄사실에 관하여 검사에게 영장을 신청한 경우에는 해당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을 계속 수사할 수 있도록 하였다.(개정 형사소송법 제197조의4)

3. 경찰에 수사종결권 부여

1) 현행법 하에서는 경찰은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 하고,(형사소송법 제196조 제4항) ‘즉결심판에 관한 절차법’ 대상 범죄(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할 수 있는 경미범죄) 외 모든 수사한 사건의 종결권을 검사에게만 부여하고 있다. 또한 검사는 기소편의주의(起訴便宜主義)에 따라 범죄가 인정되어도 정상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47조)

2) 그런데, 개정안은 사법경찰관이 검사에게 송치하는 사건은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정하고, 그 밖의 경우 즉,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 사건은 검사에게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송부하는 의무만 부담하였다. 그 경우 검사는 송부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사법경찰관에게 반환하도록 규정하였다.(개정 형사소송법 제245조의5) 결국, 경찰은 자신이 수사한 사건이 범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는 때에는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지 않고 종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6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3) 개정안은 경찰의 수사종결권에 대한 보완책으로 고소·고발이 있거나 피해자가 있는 사건을 경찰이 수사하였으나 범죄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 이유를 고소인·고발인·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 등에게 통지하도록 하였고,(개정 형사소송법 제245조의6) 고소인 등이 이의신청한 경우에는 해당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도록 하였다.(개정 형사소송법 제245조의7) 그 경우 검사는 필요한 경우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개정 형사소송법 제197조의2) 사법경찰관이 사건을 송치하지 않은 결정이 위법 또는 부당하다고 판단된 때에는 재수사를 요청하도록 하고 있다.(개정 형사소송법 제245조의8)


4. 검사의 영장청구권 견제

1) 우리 헌법은 체포·구속·압수·수색 등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강제수사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규정하여 영장을 신청할 수 있는 권한을 오로지 검사에게만 부여하고 있다.(헌법 제12조 제3항) 그런데, 검사가 영장을 신청해야 할 경우에도 영장을 신청하지 않을 경우 현행법은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가 없었다.

2) 개정 형사소송법은 영장에 의한 강제수사가 필요한데도 검사가 이를 신청하지 않는 경우에는 사법경찰관이 고등검찰청에 설치된 영장심의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두었다. 영장심의위원회는 10명 이내의 검사가 아닌 외부 위원(고등검찰청 검사장이 위촉)으로 구성하도록 하여 검사가 영장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을 통제하도록 하였다.(개정 형사소송법 제221조의5) 이것 또한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5.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인정 요건 변화

1) 현행법은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대해 검사가 작성한 조서와 경찰이 작성한 조서의 요건을 달리 정하고 있다. 경찰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 ‘내용을 인정’한 때에만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데,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피고인이 수사 당시 진술한대로 적혀 있고,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신문이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는 이를 증거로 채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얼핏 위 조문 내용을 보면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도 매우 엄격한 요건을 요구하여 법정에서 쉽게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검사가 고문을 하거나 그에 준하는 방법으로 수사를 하지 않는 한 증거능력이 부인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2) 경찰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경찰에서 무엇이라고 진술했건 간에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기만 하면 증거능력이 없기 때문에 무죄를 주장하는 피고인에 대한 재판에서 경찰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가 증거로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개정안은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도 경찰에서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와 동일하게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부인하면 그 증거능력이 없게 만들었다.(개정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이것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3) 개정안이 시행되면 경찰은 물론 검찰단계에서 피고인을 조사하면서 작성된 조서가 법원에 제출되지 않는 경우가 자주 발생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무죄를 주장하는 피고인은 수사과정에서 작성된 자신의 진술이 적힌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 내용을 부인할 것이고, 공범이나 참고인들이 진술한 것도 내용을 부인하는 방법으로 그 조서들이 증거로 제출되는 것을 막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해야 하는 검사는 공판정(公判廷)에서 피고인과 공범 및 참고인들을 신문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 경우 피고인의 변호인에게는 반대신문(反對訊問)의 기회가 부여되어 자연스럽게 공판중심주의(公判中心主義) 재판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4) 원칙적으로 형사법정에서 증거능력을 부여받는 증거는 ‘진술’이 아닌 객관적인 ‘물증(物證)’이어야 한다. 영미법계인 미국에서는 수사기관이 작성하는 피의자신문조서라는 것 자체가 없고, 대륙법계인 독일에서는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를 피고인의 동의가 있거나 원진술자가 사망한 경우가 아닌 한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개정 형사소송법 입법 취지대로 비진술증거(非陳述證據)의 수집에 더욱 매진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는 우리나라 형사재판정에서도 외국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검사와 변호인이 치열하게 공방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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