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현장을 떠난 뒤, 어려운 교회와 불우 이웃을 돕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선한 사업을 하는 데 '은퇴'란 있을 수 없는 거잖아요."

자신의 전 재산을 바쳐 형편이 어려운 교회를 돕는 노(老)목회자가 있다. 예수교대한성결교회(예성) 총회장과 성결대 이사장을 지낸 조병창(74·안양성결교회) 원로목사가 그 주인공.

2004년 5월 그는 박년선교회를 창립했다. 교회와 학교에서 받은 퇴직금 5억원과 선친에게 물려받은 유산 등 모든 재산을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 쓰기로 했다.

"'박년'이란 이름은 4세 때 나를 교회로 데리고 간 이웃집 할머니(최박년)의 성함에서 따온 겁니다. 할머니께 복음을 듣고 목회자의 길로 들어선 것이지요. 할머니는 늘 재밌는 성경 말씀을 들려주셨죠. 평소 은혜 갚은 길이 없나 고민했는데…. 얼마 전엔 할머니 묘소에도 다녀왔답니다."

조 목사는 요즘 총회장 재직 때보다 더 바쁘게 박년선교회 사역에 나서고 있다. 뜻을 같이 하는 선교회원 120여명과 함께 매월 미자립교회 목회자 300여명에게 설교집 등 신앙 서적을 보내주고 있다. 매월 첫째 주 화요일, 도서를 보내는 날이면 선교회 사무실로 회원들이 속속 찾아든다. 또 매월 개척교회 및 농어촌교회 5곳을 선정,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다. 특별히 미자립교회를 직접 찾아가 목회자를 격려하고 예배를 드리며 성도들과 함께 정을 나누는 것은 조 목사와 회원들이 누리는 가장 큰 기쁨이다.

박년선교회는 그동안 아프리카 가나와 케냐, 중국 등에 10여개 교회를 개척했다. 가나에는 신학교를 설립, 60여명의 현지 교회 지도자들을 양성 중이다. 형편이 어려운 인근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제공하는 것도 선교회가 벌이는 사역 중 하나다.

"5남매 자식들과 아내에게는 남은 재산을 기대하지 말라고 못박았지요. 다행히 가족들이 아버지 뜻에 따르겠다고 순종했어요. 아버지의 마지막 소망을 존중해줘 너무 고마워요."

경기도 안양시 안양동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 편지함에는 매일 도와달라는 편지들로 줄을 잇고 있다. 적은 돈이지만 격려를 해주고 기도해주니 큰 보람이라고 조 목사는 간증한다.

"도와달라는 사람은 많은데 기금이 부족해요. 하지만 힘닿는 대로 어려운 교회와 불우 이웃을 도울 생각입니다. 이 세상에 재산을 두고 갈 마음은 추호도 없으니까요."

인터뷰 말미에 최근 한국교회가 왜 비난을 받아야 하는 지 조 목사에게 물었다. "욕 먹을 만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살지 않아서죠. 한국교회는 정신차려야 합니다. 자정(自淨)해야 합니다. 이기주의를 버리고 불우 이웃을 위해 헌신하는 크리스천들이 많이 나와야 하는 것입니다."(국민일보제공 안양=글·사진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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