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 노루귀 / 조윤희(김해중앙교회 집사)
비스듬히 기울어진
언덕배기 기대고 누운 채
계절의 걸음 앞에
미련스레 트림질하는
느릿한 볕살이
겨울의 횡포 앞에서
얼어버린 듯 하다
겹겹이 챙겨입은
그대의 염려와 당부는
뒷전에 벗어두고
훅하고 밀려드는 찬바람에
어쩔 수 없는 나약함
들통 나 버렸다
익어가는 겨울 바람에게
더욱 색깔을 내놓으며
하루만큼의 독백을
고집스레 되뇌이고 선
노루귀의 배짱에
허공을 뒤척이며 지나는
그리움 한 줌
잿빛 그림자 스며든 산허리에
걸려 넘어지지 않기를
그대의 품 속 같은
우리의 시간들을
오롯이
기다리는
분홍 노루귀
그렇게
봄빛
꿈꾸다 u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