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에게 묻지 않는 오만한 죄악

이기업 목사/ 이 목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미주고신 복음대학교와 게이트웨이 신학대학원에서 구약과 히브리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얼바인중앙장로교회에서 목회하고 있다.

코로나 19의 창궐의 해결을 위하여, “전문가들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 또는 “전문가의 의견을 따르고 있다”는 등 “전문가론”이 갑론을박 되고 있다. “전문가론”을 담지하고 있는 한 질문이 엘리야-엘리사 네러티브에 등장한다. 그것은, “이 병이 낫겠나 물어보라”는 의료 상담적 질문을 종교 상담적으로 전환하여 던지는 아하시야 왕의 질문이다.

북 이스라엘 오므리 왕조의 두 번째 왕이며, 아합과 이세벨의 아들인 아하시야는 이 년 동안 이스라엘을 통치한 왕이다. 국제적으로는, 다윗 이래 조공을 바쳐 오던 모압이 이스라엘을 배반하여 국가 경제에 손실을 안겼다. 종교적으로 아하시야는 여호와 앞에 악을 행하여 그의 아버지 아합과 어머니 이세벨의 길을 이스라엘에게 강요하는 범죄를 저질렀다. 그리고 북 이스라엘 왕의 죄악의 대명사격인 여로보암의 길을 행하되, 바알을 섬겨서 여호와 하나님을 노하시게 했다. 그 외에 그 의 부친의 온갖 악행을 동일하게 저질렀다고 열왕기 역사가는 기술한다.

그러던 아하시야는 왕궁 다락 난간에서 낙상하여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사고로 시작된, 자신의 질병으로 인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었다. 한 국가의 왕으로 왕직 수행이 가능할지, 배반했던 모압에 의한 보복 전쟁은 없을지 등 여러가지 불안과 걱정에 사로잡혔을 것이다. 이러한 극도의 불안감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한 그의 후속 행동은 무엇인가?

마침내 아하시야는 현재 자신이 앓고 있던 "이 병이 낫겠나 물어 보라"는 명령을 신하들에게 내린다. 그런데 자신의 질병에 대한 문의할 상담자는 다름 아닌, 에그론의 신 바알세붑이다. 여기서 '묻다'(히. 다라쉬)라는 동사는 신탁(Oracle)을 묻는 전문적인 단어이다. 신탁을 여호와께 물으면 하나님의 뜻에 대한 참된 응답을 받게 되고 고대 근동의 다른 신들에게 물으면, 일종의 점치는 일이 된다.

바로 그 때, 여호와의 사자가 하나님의 진노하심의 말씀을 디셉 사람 엘리야에게 전달한다. "이스라엘에 하나님이 없어서 너희가 에그론의 신 바알세붑에게 물으러 가느냐?"(왕하 1:3)는 말씀이다. 그 신탁에 이어서, 이러한 아하시야의 불신, 배도의 죄악의 결과로 "네가 올라간 침상에서 내려오지 못할지라 네가 반드시 죽으리라"(4절)는 사망이 심판으로 선언된다. 이 사실을 2회(4절, 6절)에 걸쳐서 반복했으니, 그 죄의 결과는 사망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아하시야의 죄는 살아계신 여호와 하나님을 찾아서 묻지 않고 '파리 대왕'이라고 불려질 수 있는 "똥 파리의 신"인 에그론의 신 바알세붑에게 물었으니, 불신과 배도/배교의 죄일 것이다. 그러나 현대적 표현을 빌리자면, 아하시야의 중대한 실수는 "전문가에게 묻지 않은 오만"이었다. 건강, 재산, 진로, 결혼, 사후 등 인생의 미래에 대한 참된 전문가는 거짓의 신인 우상에 있지 않고, 살아계신 하나님께 있으니, 당시 '하나님의 사람' 곧 엘리야가 그 영역에서 당대의 최고의 전문가였던 셈이다.

그러나 아하시야는 당대의 최고의 전문가였던 엘리야가 아니라, 에그론의 신 바알세붑(귀신의 왕 "바알세불", 마 12:24)에게 묻는 길을 선택했다. 그 결과 자신도 죽고 서서히 국가 공동체의 멸망의 길로 인도했다.

오늘 날 건강, 주식, 의료, IT 등 다원화된 현대 사회에서 각 영역의 권위있는 전문가는 넘쳐 난다. 그러한 전문가 그룹은 신학적으로 말하면, 영역주권의 개념 안에 있는 최고의 전문가 그룹을 형성한다. 일반인 개인과 공동체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반드시 전문가를 찾아가서 물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그것도 최고의 권위있는 전문가에게 물어야 한다. 그들로부터 바른 진단을 받고 진실된 처방을 받아서 신속하게 따라야 한다. 그래야 문제가 해결되고 질병의 치료가 가능하고 다양한 이슈들의 연쇄적인 전염성의 확장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높인다.

만약 개인이나 공동체 리더가 이러한 특정 이슈에 대한 특정 전문가를 찾지 않고 묻지 않고, 전문가 그룹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고 무시한다면, 그는 자신과 사회 전체를 멸망케 하는 어리석은 개인 및 지도자일 것이다. 이것은 비전문가 그룹의 무지와 오만의 죄악이다.

물론 우리 사회에는 '전문가'에 준하는 "유사품"들이 많다. 무지와 탐욕과 사리와 이데올로기에 찌든 전문가들이다. 이런 유사품들에 주의해야 한다. 이들은 혹 실력은 전문가일지라도 실상은 모두가 '거짓 전문가'이다. 이런 거짓 전문가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군사, 종교, 체육 등 거의 모든 영역에 존재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문가 그룹은 항상 비전문적 일반인과 사회를 섬기는 기능을 해야했고 또한 그래야 한다. 그러한 전문적 경험과 지식을 쌓기 위해 남다른 많은 시간과 물질과 노력을 기울여 전문가의 수준에 도달했을 것이다. 사회 구성원들이 그러한 전문가를 존중해야 건강한 사회일 것이다. 그런데, 때로는 그러한 전문가들이 정당한 역할과 이윤을 넘어서 사적인 탐욕으로 거짓 판단을 하여 과잉 진료, 과잉 견적, 과잉 수리, 과잉 공포 조작 등으로 다양한 영역의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힌다. 필자는 이것을 "프로페셔널리즘의 죄악"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비전문가의 무지와 오만의 죄악'에 버금가는 것이다. 이런 죄악이 많아질 때, 그 사회는 전문가 그룹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고 전문가의 정당한 권위가 도전을 받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강한 전염성을 가진 코로나 19 폐렴(우한 폐렴)이 창궐해가고 있다. 미래에 대한 시계가 혼탁하다. '폐렴'이라는 질병과 '전문가'에 대한 사회병리적 현상이 만나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킬까 두렵다. 모두가 "이병이 낫겠나 물어 보라"고 다양한 방식으로 아우성을 치고 있다. 부디 우리 사회가 각 영역의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기를 바란다. 전문가 집단도 사적인 이익을 초월하는 정직한 전문가로 사회를 봉사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하루 속히 '코로나 19'이 해결되는 '프로-코리아'가 되기를 희망한다.

 

※본지에 기고되는 나의주장은 순수한 기고자의 주장임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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