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호익, '동성애는 죄인가'에 나타나는 저자의 입장

Ⅱ. 「동성애는 죄인가」에 직·간접적으로 나타나는 저자의 입장

1. 소돔과 고모라의 사건은 동성애에 대한 심판이 아니다.
먼저 저자는 동성애에 대한 성경의 내용 중, ‘소돔’과 관련된 창세기 19장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관점을 제시한다. 먼저 그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창세기 19장에 대한 칼빈의 주석에 대한 비판적 접근을 한다. 그는 소돔에 대한 칼빈의 주석을 가리켜“성경을 교리의 증빙구(proof-text)로 사용하였다.”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허호익 교수가 놓친 부분이 있다. 칼빈은 성경 해석을 할 때, 단순히 교리의 증빙구(proof text)로 성경을 사용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칼빈은 로마의 교황에 의해 자의적으로 해석된 성경을 문법적, 역사적 방법을 통하여 주해를 하고 있다. 이외에 칼빈은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받는 해석과 성경이 성경을 해석한다는 원리를 강조하였는데, 이는 단순히 교리의 증빙구로만 성경을 사용했다는 주장과는 정면으로 반대가 된다.

창19장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시도한 D.S. Bailey(좌) 그의 저서(우)

또한 저자는 “성경의 의미는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해석학적 각성이 생겨났고, 새로운 성경 해석의 원리와 방법들이 정교하게 가다듬어졌다.”라고 언급하면서 성경해석의 다양성에 대한 길을 열어두고 있다. 새로운 성경해석에 대한 길을 열어둔 저자는 이제 ‘소돔사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이해를 제시한다. 이러한 주장은 저자의 것이 아니라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이미 D. Sherwin Bailey로부터 시작된서양신학계에서 논의 된 내용을 저자가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핵심적인 내용을 정리해보자면, ‘소돔사건’은 ‘동성애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의 내용이 아니라, ‘낯선 자를 환대하지 않은 소돔 사람들의 모습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즉, 창세기 19장은 ‘동성애’를 말하는 근거 본문이 아니라, ‘환대’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창세기 19장의 전후문맥을 말하면서 18장은 ‘아브라함이 낯선 사람 셋을 환대하고 축복받은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고, 19장에는 ‘낯선 사람 둘을 박대하여 소돔이 멸망한 사건’이 기록되어 있다고 말하면서, 결국 이것은 ‘낯선 사람을 대접’해야 하는 것을 강조한 본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노골적으로“창세기 19장의 일차적 관심은 동성애 금지가 아니다. 낯선 손님에 대한 환대로 축복받은 아브라함과 낯선 손님에 대한 적대로 멸망한 소돔 사람들을 비교하면서 손님의 환대가 하나님의 뜻이라는 것을 교훈하는데 목적이 있다.” 고 말하고 있다.

결국 저자는 창세기 19장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는데, 여기에 근거해서 성경에서는 동성애를 죄라고 직접적으로 인정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런 저자의 주장은 이후에 레위기에 나타나는 동성애 문제, 바울서신에 나타나는 동성애 문제로 새로운 관점의 접근으로 해석해 나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2. 복음주의 신학자들도 동성애에 대하여 관대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주장은 저자의 책에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주장은 아니다. 하지만 저자가 논지를 전개해 나감에 있어 몇몇 개혁(복음)주의 자들의 연구물을 인용을 하는데, 그 의도와 방향을 볼 때 위와 같은 주장이 충분히 도출될 수 있다. 왜냐하면 저자는 자신이 인용하는 내용들을 동성애에 대한 기존 성경의 해석들을 모호하게 한다거나, 혹은 원래의 해석과는 다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약의 소돔사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주장할 때, 주로 인용되는 인물은 신득일이다. 신득일은 소돔에 대한 본문을 해석할 때, 동성애의 문제로 해석해야 하는지, 약자에 대한 냉대의 문제로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물을 발표하였다. 그는 여기서 총 대립되는 두 가지 견해와 두 가지 견해를 절충하는 견해를 제시하는데, 저자는 자신의 주장에 유리한 견해를 선택적으로 인용함으로써 신득일이 마치 동성애에 대하여 관용적인 입장을 견지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 이 뿐 아니라 복음주의 구약학자의 글을 인용할 때에도, 그 글에서 논의를 위해 반대 진영의 논리를 인용하여 소개했던 내용을 재인용해서 소돔의 죄를 동성애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을 이어나간다. 배정훈의 글의 인용하면서“성경은 그 죄를 동성애로 여기는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외에도 저자는 복음주의의 대가 존 스토트(John Stott)의 글을 인용하고 있는데, 마치 존 스토트가 오늘날의 동성애 논쟁에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구절이 더 이상 규범이 되지 못하는 것처럼 느끼도록 인용하였다.

그가 존 스토트를 인용했던 부분을 들어보자.

성경이 동성애를 죄로 규정하고 동성애에 대한 반대 논리도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상황에서 동성애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하고 다루어야 하는 이유를 존 스토트(J. Sttot)는 다음 두가지로 설명하였다. 첫째, 성경의 저자들은 자신의 상황과 연관된 질문을 다루고 있으며 그것은 우리의 질문과는 매우 다르다. 소돔과 기브아 사건은 손대접의 환대와 적대 문제를, 레위기는 고대의 신전 창기의 다산의 의식을, 바울은 헬라의 남색 선호를 특이한 성적 문제로 다르고 있으며 전부가 너무도 오래전 이야기다. 둘째, 성경 저자들이 ‘우리’의 문제를 다루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성경의 가르침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성경이 침묵하고 있는 부분도 문제가 된다. 바울조차도 ‘타고난 동성애 성향’에 대해서 들어본 바가 없으며, 두 남자끼리 서로 사랑에 빠질 수 있고 결혼에 비교될 정도로 깊이 사랑하다 안정적인 관계를 발전해나갈 수 있다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와 같이 저자는 복음주의 신학자들의 글을 재인용하여 자신의 생각은 복음주의 전통에 서 있는 것처럼 생각하게 한다거나, 혹은 복음주의적 전통에 서 있는 학자들이 동성애의 성경본문에 대하여 관대한 입장을 취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후의 지면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3. 동성애의 죄 보다 더 심한 죄가 많고, 형법상으로 문제없으니 동성애를 인정해야 한다.

저자는 “동성애의 죄를 극단화함으로써 성서가 더 강조하는 우상(권력, 물질, 명예)숭배, 살인, 간음, 도둑질, 거짓증거, 탐욕, 뇌물 수수같은 죄에 대한 의식을 약화시킨다.” 그리고 굳이 동성애가 아니더라도 “전쟁과 테러, 인종차별과 인권 탄압, 무역과 금융을 통해 제도적 약탈, 부정부패와 독재와 같은 무수한 거대 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면서 동성애 반대에만 몰두하는 것이 정이로운 것처럼 여기는 것은 자기모순이다.”라고도 한다. 또한 성경에서 말하는 종교적 죄(sin)와 법에서 규정하는 죄(crime)의 구분을 통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그들을 인정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그리고 성경에서 말하는 죄의 의미는 는 시대에 따라 가변적이고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고 말한다. 구약시대의 의식법이 현재 폐지되어서 적용되지 않는 것처럼, 구약시대에서 말하는 죄(동성애)도 현재 시대에 폐기되어야 할 율법인지 아니면 시대의 변화와는 전혀 무관하게 계속 의미가 있는 신앙 지침인지 논쟁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죄에 대한 기준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이해하는데, 비록 성경에서 죄라고 규정하더라도 국가법에 의해 죄가 아니기 때문에 종교적인 죄와 형법적인 죄를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위법하지 않은 대상을 존중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관점이다.

4. 동성애는 에이즈를 유발하지 않고, 동성애는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다.
저자는 동성애는 에이즈를 유발하는가?에 대한 챕터에서 “동성애 때문에 에이즈가 발생 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성 간이든 동성 간이든 HIV 감염인과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 때문에 에이즈가 감염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에이즈는 중앙아프리카 국가에서 콘돔이나 깨끗한 주사바늘을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한 곳에서 창궐한 질병이지, 동성애로 에이즈가 확산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또한 에이즈라는 질병에 대해서도 2015년 한국질병관리본부의 발표를 인용하여 “에이즈는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라 만성 질환과 같은 것이다.”고 말한다. 불치병이라는 것은 특별한 치료방법이 없어서 걸리면 얼마가지 못해 죽게 되는 병인데, 만성질환이라는 것은 약을 통해 도움을 받아 관리하면 평생 살아갈수 있다는 주장이다.

5. 해외에서 동성애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인정해야 한다.
저자는 성경적·의학적 접근을 하고 난 이후에 동성애가 해외에서 어떻게 인정되어 왔는 지를 설명하고 있다. 동성애가 질병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고, 미국 정신의학협회(APA)에서도, 세계 보건기구(WHO)에서도 동성애를 더 이상 질병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을 소개한다. 그리고 동성결혼이 허용되는 국가와 동성애자 성직 허용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동성애를 사회 속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형태로 간주하고, 지극히 정상의 범주에 속한다는 것을 역설한다. 이런 모습을 통해 동성애를 인정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며, 인본주의적이며 애주의적인 관점에서 동성애를 포용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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