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박영수 목사

열매가 없다 / 박영수(덕암교회 담임목사)

 

이른 아침 예루살렘 성으로 들어오시던 예수님께서 몹시 시장하셨습니다.

마침 길가에 한 무화과나무를 보시고 그곳으로 가셨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그곳에서 잎사귀 외에는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며칠 전, 마당에 있는 대추나무를 잘랐습니다.

이 나무에 대한 나의 마음은 남달랐지요.

부친께서 목회 70년 사역을 은퇴하시고 다시 개척하셔서 10여 년 지났을 무렵이었습니다.

울산 대암댐 확장 공사로 인해 부친이 사시던 삼정리는 물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집 곁에 있는 대추나무를 기념으로 캐 와서 우리 집 마당에 심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이 나무에서는 많은 대추가 열렸습니다.

하지만 알도 굵었지만 ‘아무 맛도’ 없었습니다.

늦게서야 알게 된 사실은 접붙이지 않은 뿌리에서 올라온 숙주였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열매 없는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셨습니다. “나무에게 이르시되 이제부터 영원토록 네가 열매를 맺지 못하리라 하시니 무화과나무가 곧 마른지라”

 

친구 성운이의 도움으로 아내와 함께 터키 여행을 갔을 때 해안가 어느 도시에서 아주 큰 무화과나무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 나무에는 전혀 열매가 없더군요.

무화과나무의 속성상 사시사철 열매가 맺는 것이 정상입니다.

이스라엘은 어떨지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봄이 되면 4월 초 순경에 무화과 열매가 잎과 함께 가지에 맺힙니다.

꽃이 피기도 전에 열매가 잎과 함께 자라나지요.

6월 중순 경이 되면 이때 맺었던 첫 열매들은 거의 아기 주먹만 해지고 가장 맛있는 무화과가 됩니다.

이 첫 열매들이 익어갈 때 무화과나무에는 돋아나는 새 가지에서 잎사귀 한 장마다 하나의 열매가 끊임없이 가지에 맺힙니다.

그래서 서리가 내리는 그 시점까지 매일 매일 열매는 자라고 익기를 반복하지요.

무화과나무는 거의 매일 익은 열매를 선사해 주기에 참 좋습니다.

 

주님께서 다가가신 무화과나무에는 익은 것은 아닐지 몰라도 시퍼런 열매조차 하나 없었나 봅니다.

“잎사귀 외에는 아무것도 찾지 못하시고”

제가 터키에서 보았던 그 무화과나무와 같았나 봅니다.

나는 열매조차 맛이 없다고 대추나무를 베어 버렸는데,

나무를 베면서 나 자신을 많이 반성했습니다.

 

‘너는 맛없는 열매라도 있느냐?’

마치 이렇게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듯했습니다.

대추나무의 한 가지, 한 가지, 그리고 마지막에는 나무의 몸통을 전기톱으로 동강을 내고 뿌리까지도 도끼로 찍어 내었습니다.

뿌리를 그대로 두면 다시 숙주들이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맛없는 열매를 맺는다고 말입니다...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신 주님 ~

대추나무를 베며 많이 반성했습니다.

열매가 맛이 없다고 나무를 베어 내면서 저는 그런 열매조차 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뿌리까지 철저히 찍어내면서도 나 자신의 삶은 그렇게 단호하지 못했습니다.

주님 앞에 맛난 열매 드릴 수 있는 나무가 될 수 있게 하여 주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