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보도한 대로, 고신대학교 신대원에서 최모 교수의 범죄혐의와 관련하여 원장이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한 일에 대해 여러 노회들이 안건을 제출하였다. 이에 대해 일부 총대들은 “본말의 전도” “적반하장” 등의 거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총회가 조사하여 유죄를 선언하고 해당 기관과 노회에 징계를 지시하였으나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결과가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신대원 당국에 모든 문제가 있는 것처럼 초점을 겨냥하고 비난한다.

이런 상황에서 신대원으로서는 너무나 답답하고 억울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신대원 원장이 검찰에 진정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사직당국에 진정을 했다는 사실만 문제 삼고 있다는 것으로, 안건을 제안한 노회들이 노골적으로 이중 잣대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지금까지 총회나 산하 기관이 실정법(사립학교법이나 형사법)을 근거로 해서 범죄시효가 지났으므로 징계할 수 없다고 주장하거나 혹은 검찰의 조사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해당자의 징계를 미루어 왔으면서, 해당사건에 대한 아무런 처리도 못한 채 형사법상 시효가 지나가기 때문에 국법을 준수해야 하는 국가 교교육기관인 학교가 입시업무라는 중대한 공무중에 자행된 비리에 대해 학교 책임자가 부득불 검찰에 진정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안건을 제출한 다섯 노회들이 상황 및 학교기관의 특수성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진정행위 자체만을 문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직접 다루기 전에 우리는 먼저 교회와 국가의 관계에 대해서,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교회가 운영하고 있는 기관들의 법적 위치에 대해서 신학적인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교회는 종교단체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종단의 헌법이나 방침들을 존중하고 있다. 형사상 범죄사건이나 일반적인 도덕기준으로 보아 심각한 실정법의 위배가 있다고 판단될 때 외에는 종단(교회)의 처사에 개입하는 일을 극히 삼가고 있다.

그런데 교회가 아닌 교회가 운영하고 있는 기관들의 경우는 완전히 다르다. 교회는 교회가 직영하는 어떤 기관의 설립목적이나 이념 등을 제정할 수 있고, 운영주체들을 선정하거나 임명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관들은 교회뿐만 아니라 정부도 실정법에 따라 감독과 관리를 한다. 교회의 결정과는 상관없이 감사도 하고, 범법행위가 있을 경우 징계도 하고 소추도 한다.

고신총회와 직접 관련된 기관들을 예로 들면 이해가 쉽다. 고신대학교(복음병원과 신대원 포함)은 총회가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으나 이 기관들은 교회가 아니다. 그러므로 교회법이 아니라 교육부법 및 사립학교법에 의해 설립되고 운영된다. 따라서 거기서 일어나는 문제들은 일단 경영주체인 교회가 감독하고 처리하지만 이는 교회법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실정법을 따라 한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교회의 처리와 연계하거나 혹은 상관없이 해당 기관의 문제들을 처리한다. 이렇게 보면 교회와 국가는 상호 협력관계에 있고, 서로를 존중해야 하는 관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더 구체적으로 교회가 직영하고 있는 기관(학교나 병원 등)에서 범죄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교회와 국가가 함께 처리해야 한다. 교회는 교회법을 따라 영적인 부분을, 국가는 실정법을 따라 현실적인 부분을 맡아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교회 내에서 발생한 일이라면 그것은 교회가 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하고, 문제를 국가의 사법기관에 의뢰할 것인지 하는 것도 교회가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학교나 병원의 경우는 다르다. 이것들은 교회가 아니기 때문에 교회가 모든 것을 관할 할 수는 없다. 교회는 영적이고 도덕적인 문제를 관할하며, 실정법이 설립자에게 허용하고 있는 범위 내에서 현실적인 처리를 할 수 있을 뿐이다.

장로교 헌법 정치원리에 보면 “치리권은 전 교회로서나 그 선정된 대표자로 행사함을 불문하고, 하나님의 명령을 좇아 전달하는 것 뿐이라”(제7조)고 하였고 “교회의 권징은 세계 교회의 머리되신 그리스도의 능력과 권위에서 온 것임으로 반드시 그 성격이 순전히 도덕적이고 영적이어야 한다”(제8조)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더 나아가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종단이 직영하고 있는 기관이나 기관에 속한 직원이 실정법을 어기고 범죄 했을 경우는 어찌해야 하는지? 또 이런 기관들의 문제로 국가 기관에 진정을 하거나 탄원하여 시정을 요구하는 일은 불가한 일인지? 더 나아가 교회가 직영하는 기관들에서 범죄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그 기관의 장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앞에서 이미 말한 대로 이는 양면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먼저 기관장은 교회와 정부 양쪽에다 사건을 보고하고 처리를 요청해야 할 책임이 있다. 만약 국가기관에만 보고를 하고 교회에는 하지 않는다든지, 교회에만 요청하고 정부에는 숨긴다면 이는 잘못하는 것이다. 만약 교회가, 교회가 운영하는 기관들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는 교회만이 다룰 수 있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한다면 그것은 신정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단순히 “성도간의 송사는 불가하다”는 원리만 가지고 모든 것을 재단하려 한다면 이는 국가와 정부를 부정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고신교단이 소송하는 문제로 교단이 분열까지 되는 큰 진통을 겪었다. 그러므로 교회들이 어떤 문제라도 사법기관에 호소하는 일에 대해서 아주 예민해있고 부정적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정서상의 문제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 말씀과 현실 사이에서 분명한 신학적인 해석과 정리가 있어야 한다.

고신이 초기에 학교재단 문제로 분규가 일어났을 때, 총회의 주장은 상대방이 사회법을 근거로 해서 학교재단을 점거하였음으로 총회도 불가불 사직당국에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우리는 그 주장을 옳다고 인정했고,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이번 총회가 신대원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원리에 맞게, 그리고 공평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회는 영적이고 도덕적인 부분을 다루어야 하고 - 여기에는 범죄시효가 없다 - 국가기관은 실정법의 위반을 다루어야 한다. 더욱이 범죄 당사자가 스스로 신자의 양심을 부인하고 교회 앞에서 거짓으로 혐의를 부정할 때 사회법에 따라 처벌을 호소해야 한다. 신자는 천국시민인 동시에 한 국가의 시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사회가 징계시효 운운하며 사립학교법을 근거로 해당 교수의 처벌을 미루어온 것은 잘못이다. 그리고 총회가 유죄를 결정하고서도 이를 처리하지 않음으로 형사법상 시효도 끝나가게 되는 상황에서 이를 사직당국에 진정한 일을 범죄행위로 다루는 것 역시 잘못이다.

우리는 총회가 신대원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학교가 왜 진정할 수밖에 없었는가를 밝혀 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선 이사회 당시 이사회가 입시부정 사건에 대한 대학본부의 조사결과를 받아들여 징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하였으나, 정상적인 이사회가 출범한 이후 반년이 지나도록 징계위가 구성되지 않았다. 이 기간에 고신대학교조사위원회가 구성되어 재조사가 이루어졌으며, 조사결과 혐의가 인정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립학교법에 따른 ‘징계시효’가 만료되었다는 이유를 들어 징계불가의 입장을 표명하였다.

그 후 이사회 조사위원회가 조사를 하여 입시부정의 혐의가 있음을 밝혔으나 적법하게 처리하지 못한채 시간만 끌어왔고, 심지어 지난 총회가 해당교수의 혐의를 유죄로 결의하고 징계를 이사회나 노회에 맡겼으나 해 기관들은 처리를 미루며 오늘까지 왔다. 이것은 질서유린이며, 심각한 무책임의 노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진정서 문제만 문제인 것처럼 부각되는 것이 과연 옳은지 하나님 앞에서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어떤 범죄든 범죄사건의 경우 교회는 교회법을 따라, 국가는 실정법을 따라 엄중히 다룸으로서 교회는 교회의 순결을 유지할 수 있고, 국가는 사회질서를 세울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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