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혁명과 가족해체를 지향하는

들어가는 말

이봉화 (명지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초빙교수)

지난 4-5년간 우리사회에 열풍처럼 퍼지고 있는 사회적 이슈 중 하나가 페미니즘이다. 2015년 인터넷을 중심으로 여성혐오를 비판하는 웹 사이트 메갈리아 활동에서 시작한 한국의 페미니즘은 남성혐오 웹 사이트 워마드로 분파하여 과격화되었고 이후 미투 캠페인, 강남역 추모시위, 홍익대 누드모델 사건, 남성혐오를 선동한 모 초등학교 교사의 교무실 내 게첩 사진 건, 혜화시위, 버닝썬 게이트 규탄시위 등이 이슈화되면서 사건의 실체와는 관계없이 급진 페미니즘이 대중화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학교 내 페미니즘 사상 주입에 반대한 인헌고 학생들의 저항운동과 성전환자인 변희수 전 하사의 전역과 재 입대 논란, 성 전환자 모씨가 숙명여대 입학을 시도했다 포기하기까지 일련의 논란을 통해 우리 사회 갈등의 중심에 젠더이데올로기 문제가 있음을 보게 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페미니즘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 사회가 이미 7-80년대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쇠락했던 급진페미니즘과, 90년대의 극단적 사고를 가진 지식인과 활동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실체가 없는 젠더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대중화되어 가고 있음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미 세계사에서 폐해가 검증된 급진페미니즘과 젠더이데올로기가 우리 사회로 유입되어 30년 만에 크게 유행하며, 극심한 남녀분리와 혐오를 넘어 성 혁명과 가족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이러한 급진페미니즘과 젠더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적법하게 포장한 인권, 성교육, 평등사상과 더불어 여성정책에 전체주의적 활동조직을 만들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였다. 그러다가 헌법 개정이 실패하자 일시에 지자체의 각종 조례와 대통령 훈령을 통해 정책으로 공고하는데 문제가 있다. 급진페미니즘과 젠더이데올로기로 차세대를 변화시키고, 여성의 존엄한 삶을 구현하는 정책이 언어전술로 성 평등과 젠더정책 정권을 공고하여 활용되고 있는 것은, 유사 전체주의를 지향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페미니즘 사상과 젠더이데올로기

페미니즘의 사상은 3단계로 변천해 왔다. 제1물결(The First Wave) 페미니즘은 1840년대부터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된 1920년대까지로 남성과 동등한 법적, 정치적, 사회적 권리의 획득을 주된 목표로 삼았다. 서구 유럽 사회를 중심으로 여성의 자유와 선택을 중시한 이 운동은 20세기 초반 여성의 참정권 확보와 함께 막을 내렸다. 제2물결(The Second Wave) 페미니즘은 1960-70년대 미국과 서구사회 여성들이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정립한 남성 중심적 사회구조에 대한 집단적 반항과 억압된 욕망의 표출에서 시작하여 남성 혐오, 여성 우월주의 모습으로 외쳤던 여성해방과 투쟁의 급진적 페미니스트 운동인 68혁명을 기점으로 여성억압의 기제가 드러났다. 1990년대 초에 시작하여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제3물결(The Third Wave) 페미니즘은 인종, 계층, 종교, 성적 지향, 문화 등 여성들 간의 차이를 인지하면서 여성으로서 통일된 하나의 정체성이 아닌 ‘women’(복수)의 페미니즘으로 다원화되었고 성 대립 논제에 대해서는 모호하게 분열되어 있다.

젠더이데올로기의 사상적 뿌리는 마르크시즘이고 이후 네오(문화) 마르크시즘과 후기구조주의를 거치면서 이론적 근간을 견고히 마련할 수 있었다. 젠더이데올로기는 쥬디스 버틀러에 의해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사상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는데 이 이론의 첫 번째 논지는, 생물학적인 성(sex)과 사회적인 성(gender)은 분리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며 젠더가 섹스를 결정한다는 것으로 섹스와 젠더 모두 철저히 문화적인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 논지는, 젠더는 사회에서 반복적인 수행을 통해 구성되는 결과로 생물학적 몸은 어떠한 행위를 하는 통로일 뿐 행위를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없다고 하여 전통규범에서 벗어나는 모든 성행위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 마르크시즘에서 가족은, 자본주의 계급사회를 유지시키기 위해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를 붕괴시키기 위해서는 가족을 붕괴시켜야 한다고 한다. 젠더이데올로기의 사상은 사회적인 성(gender)이 생물학적 차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남성중심 사회에서 권력을 가진 남성들에 의해 여성들에게 부과된 것으로 본다. 이는 자본가와 노동자, 제국주의와 식민지 등의 이데올로기 투쟁을 넘어서서 일부일처제의 가족 제도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도, 그리고 가정과 성별의 개념을 해체하여 재구성하고자 하는 성 혁명으로 변화한다. 이러한 성 혁명에 의해 사회학적 성(gender) 기반 사회가 되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가정은 생물학적 성에 의한 남자와 여자의 결합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학적 성을 가진 사람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지고, 결혼에 다양한 결합을 허용하며 생물학적 성과 상관없이 그 어떤 성과의 결합도 허용하는 사회가 되는 것으로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간의 개념이 바뀌는 것이 된다.

1970년대 급진적 페미니즘이 1990년대 젠더이데올로기로 변화해 오면서 서구사회가 많은 변화와 실패를 경험해 온데 반해서, 우리나라는 1990년대 중반 이후 급진적 페미니즘과 젠더이데올로기의 두 담론이 동시에 유입되었고, 최근에는 정권의 이념에 따라 왜곡 정착되고 있어 심각한 사회갈등과 분열이 나타나고 있다.

 

여성정책의 성과와 문재인정부의 젠더이데올로기 정책의 등장

한국의 여성정책은 유엔의 남녀차별 철폐협약과 북경 행동강령(1995년)에 의해 본격적으로 제도화되고 발전되어 왔다. 문호개방과 남녀차별 철폐를 시작으로 한 초기 여성정책은 여성발전기본법 시행 이후에는 여성부와 부처의 전담부서를 두고 여성정책 기본계획에 따라 정책결정과정과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남녀가 평등한 참여를 보장받고, 동등한 권리와 기회, 조건과 처우를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하여 왔다. 이에 따라 가시적으로 호주제 폐지, 고용차별 금지 및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시행, 여성폭력 방지, 경력단절여성 지원 및 성별영향 분석평가 도입 등 양성평등을 위한 법・제도적 기반이 구축되었다. 이러한 성과는 2010년 이후 성 평등 수준을 계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도록 지수화 하여 발표하는 국가 성 평등지수와 유엔개발계획(UNDP)의 성불평등지수(GII : Gender Inequality Index)의 결과에서 객관적으로 알 수 있다. 2018년 대한민국의 국가 성 평등지수는 72.9(완전성평등상태=100)점이고, 성불평등지수(GII : Gender Inequality Index)는 세계 189개국 중 10위로 우리나라의 세계경제순위 11위와 비슷한 순위로 여성차별이 특별히 문제된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아직도 관행적 차별이 잔존하고 있고, 각종 폭력으로부터 여성의 삶이 안전하지 못하며, 정책 결정 과정에서 여성의 진출이 지체되며, 남녀 임금격차가 크고, 고용시장에서 여성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 등은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여성정책은 급진적 페미니즘과 젠더이데올로기가 기반이 되는 정책으로 급선회하여 질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먼저 헌법 개정에서 양성평등을 성 평등으로 변화를 시도했었고, 제2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18-2022)의 초안에서 ‘함께하는 성 평등, 지속가능한 민주사회’라는 슬로건이 시민사회의 반대로 ‘여성과 남성이 함께 만드는 평등하고 지속가능한 민주사회’로 수정되었다. 여성가족부의 정책 슬로건은 2017년의 ‘양성평등과 일·가정 양립’이 2018년에는 ‘여성‧가족‧청소년이 함께 만드는 성 평등한 민주사회’로 2019년에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성 평등 포용사회 실현’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이를 보면 젠더이데올로기가 기반이 되는 성 평등과 포용사회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한국양성평등진흥원, 한국인권진흥원의 비전과 주요과제 등의 정책용어는 성 평등과 젠더를 명시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편 가족정책에서도 가족의 다양성이라는 명목으로 법체계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여성가족부가 후원한 ‘2020년 총선을 위한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정책 자료집’에서는 헌법 개정을 통해 혼인을 가족의 범주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혼인 및 가족생활의 주체를 ‘남녀’에서 ‘개인’으로 전환하여 가족의 성립에 있어서도 결혼 이외의 다양한 가족을 인정할 것을 제안하고, 건강가정기본법을 가족정책기본법으로 바꾸어 사실혼 등 사회변화에 따라 등장한 다양한 가족형태를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하는 것을 보면 그 바탕에 젠더이데올로기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젠더이데올로기 정책의 문제점과 정책 제안

모든 개인은 남녀의 성별 구분 없이 존엄한 존재이며 한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남성과 여성이 서로 존중과 화합을 통해 이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해 나가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또한, 남녀의 혼인과 혈연을 기반으로 한 가족은 우리 사회의 기본단위이다. 건강한 가족공동체는 우리 사회를 지탱해가는 근본이자 핵심으로써, 인류문명의 지속을 위해 지켜야 할 중요한 체계이다. 가족이 부부의 친밀감과 출산 및 자녀 양육의 보람을 통해 기쁨과 행복의 중요한 근원으로 작용할 때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다. 급진페미니즘과 젠더이데올로기에 의한 정책은 남녀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가정을 와해시키며, 더 나아가 저 출산으로 인한 인구급감 및 고령화 등의 국가의 총체적 문제를 악화시키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정부는 1. 가정을 해체하는 ‘젠더이데올로기’ 정책을 중단하고 헌법에 있는 양성평등이념을 실현하여야 하며, 2. 헌법상의 양성을 전제로 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유지, 보장 의무에 힘쓰고, 생물학적 남성과 여성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가정을 해체하는 악법 제‧개정을 즉각 중지해야 하며, 3. 사회학적 성(性)을 인위적 제도로 독려함으로써 보편적 성 의식을 갖는 대부분 국민을 역차별하고, 소수자 보호를 넘어 소수자 편향, 과잉보호로 이어지는 비정상 시도를 금지해야 하며, 4. 여야는 사회 각 영역에서 여성들의 적극적인 진출을 보장하고, 양성 평등에 반하는 불합리한 차별/역차별을 시정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5. 출산과 육아가 새로운 직장 경력을 갖는 데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는 정책을 마련하고, 6. 초저출산의 문제를 국가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인식하고, 자녀의 교육과 장래의 삶에 대한 부담과 불안을 덜어주는 과감한 학비 보조, 기초 자산의 보장 등 전향적 국가 정책을 수립하고, 7. 전국 각 지역의 성문화센터에서 실시 중인 유초중고생 대상 성 교육에서 이념 편향적 교육자가 교육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본인과 학부모의 성적 정체성을 거스르고 인위적 성 개념을 주입하려는 행위를 일체 금지하고, 생물학적 성과 표준성교육안에 기초한 성교육을 제안한다.

 

맺으면서

우리나라에서 ‘여성정책’이란 용어가 만들어진 지 채 40년이 되지 않아 여권신장과 남녀평등 운동으로 태동한 페미니즘은 최근 몇 년 동안 남녀 간의 대립과 갈등, 혐오와 분노를 유발하고, 나아가서는 우리 사회의 전통적이고 보편적 가치 문명을 위협하는 급진페미니즘사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또한 1995년 북경선언에서 도입된 젠더라는 언어는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진출을 상징한 정책용어였던 것이 20년도 안 되는 사이에 성 정체성을 해체하게 되는 키워드가 되고 있다. 이 배경에는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관행적 차별과 고용 진입에 보이지 않는 장벽 등이 있고 또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급진 성향의 엘리트 페미니스트 학자와 활동가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성별을 아예 해체시키는 극단적 방안이 나올 정도로 여성에게 불리하고 불평등한지, 성 평등과 젠더라는 언어에 숨겨진 사상적 어두움과 실체에 대해 국민이 얼마나 알고 있을지 궁금하다. 젠더이데올로기에 의한 성 혁명(sexual revolution)은 이미 서구 사회에서 그 폐해가 검증되었음에도 우리나라에서 유독 정부가 앞장서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젠더이데올로기의 성 혁명을 통해 조화로운 남녀관계와 고귀한 인간 존재를 파괴한다면 이는 결국 인류문명과 국가공동체를 파탄시키는 대재앙으로 역사는 이를 다시 심판하게 될 것이다.

 

※월드뷰 2020년 3월호에 기고된 글을 허락을 받아 전재합니다. 기고문은 본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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