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할 날이 없다 /천헌옥
집안이 너무 어수선하다.
숙면을 취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아랫집은 계속 어깃장이고
뒷집은 뻥뻥 공갈을 쳐댄다.
옆집은 우리 땅을 비비며 시비다.
친하다던 이웃은 남모른 체 한다.
사면초가라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들어 놓았는가
숨조차 쉬기 어렵도록 꽉 막혔다.
5천년 유구한 역사 지나는 동안
망하지 않았으니 그러리라 믿어보지만
어찌 그러고 있기가 불편하다.
잠 좀 편히 자보자고 지은 집에
하루도 편할 날이 없도록
집안을 이렇게 어지럽히다니
붓대를 잡았던 손가락을 분질러 버리고 싶다.
우리 이웃들은 왜 그리 싸가지가 바가진지
같이 살 수도 안 살 수도 없고
가슴에 멍 자국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