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종교계에서 제기하여 사회적 파장을 불러온 일명 ‘종교차별금지법’ 제정 논란에 대한 그림자가 아직도 걷히지를 않고 있다. 우선은 이 말에서 느끼는 무거움이 있다. 누군가에게 무거운 굴레를 만들어 씌우려 한다는 그런 느낌이다.

우리는 ‘종교 차별’이라는 말에서 보편적인 동감을 느끼기 어렵다. 우선 ‘차별’이라는 말이 어느 쪽으로 한참 기울어져 있어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인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당연히 고쳐야 할 일이다. 그런데 ‘종교’라는 말이 들어가면 ‘어디가?’라는 의아심을 갖게 된다.

우리나라는 다종교 국가이다. 다종교 국가에서 어느 한 종교만을 국민들이 믿게 하고, 타종교는 국가가 나서서 신봉하지 못하게 한다면 이는 당연히 ‘종교 차별’이며 국민적 저항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슈의 단초는 그런 양상과는 사뭇 다르다.

즉 어떤 권력이 어느 종교에 대하여 피해를 주었다거나, 통치자가 특정종교를 탄압한 것이 아니다. 다만 일부 인사들이 자신이 믿는 종교에 대하여 드러낸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를 향해 ‘종교 편향’을 했다고 삿대질을 하는 것도 국민들이 보기에는 억지라고 여기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므로 종교차별금지법 제정을 주장하는 그 특정종교가 그 동안 국가로부터의 많은 혜택을 누려왔음은 이미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터인데, 오히려 종교 편향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국민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편향’ 주장과 ‘종교차별금지법’ 제정 주장은 더 많은 혜택을 누리려는 과욕쯤으로 보는 시각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특정 종교에서 주장하는 ‘종교 편향’의 사실관계도 정확히 모르면서 종교 일부의 목소리에 눌리고, 정치적인 ‘표’를 의식하여 소위 ‘종교차별금지법’을 무턱대고 제정한다고 나서고 있는 정치권 일부의 행동은 국민들의 정서를 알기나 하는지 모를 일이다.

이런 마당에도 여전히 ‘종교차별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외치는 특정 종교 일부의 함성은 그치지 않고 있으니, 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것이 초헌법적인 내용이라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특정종교의 주장대로 그러한 법이 만들어진다면, 법체계의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그리되면 국민들에게도 피해가 된다.

종교편향을 주장하는 특정 종교는 그 반대의 목소리들을 듣고 난 후에도 그 같은 주장을 계속할 것인지 묻고 싶다. 특정종교는 그 동안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 지원을 독식해 왔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그런가하면 과거 특정종교 신자였던 통치자 시절 행하였던 불공정한 정책 하에서 고뇌하며 인내해 왔던 타종교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없다는 것은 실망스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단을 제외하고는 정통 종교는 사람들을 귀히 여기며, 국가를 사랑하라고 가르친다. 극한 환경에서도 국가를 위한 책무를 수행함에 있어, 때로는 종교적 역할이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았던 과거 정부에서는 ‘신앙의 전력화’로 각자의 신앙을 존중해 주고 장려했던 일도 있었다.

세상인심도 그러하거늘 하물며 사람들에게 정신적, 초월적인 존재로 다가가야 하는 종교계가 잠시의 불편함을 못 이겨 마치 ‘집단이기주의’처럼 비쳐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기에, 조심해야 됨을 강조하고 싶다.

이번의 ‘종교차별금지법’ 제정 주장은 단순히 특정 종교와 정부와의 갈등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필연코 종교 간의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특정종교 주장의 내면에는 기독교를 직・간접으로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비록 짧은 기간에 경제적, 사회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종교 간의 갈등이 없었다는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하는 시각들이 있다.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종교간 분쟁이 있는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담한 현상들이 반면교사(半面敎師)임을 알아야 한다.

어려운 환경을 넘어서야 하는 우리는 계층간, 세대별, 종교 상호간에 불편을 주는 것을 삼가야 한다. 특히 종교 간의 갈등은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내가 좀 불편하다고 느끼더라도 참아주는 것이 국민과 국가를 위한, 종교가 지닌 미덕이 아닌가 한다.

이제 모든 종교가 갈등 없이 서로의 가치를 귀히 여기며, 존중하는 전통을 세워가게 되기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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