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일간지의 종교담당 기자 가운데 드물게 한목협의 초기 활동을 가까이서 지켜보았다. 1999년 6월 경기도 안성에서 열린 한목협의 ‘제1회 전국
목회자 연합 수련회’를 취재할 때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필자는 1994년 종교 담당 기자를 시작한 이래 다른 종교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개신교의 교파와 교단, 단체들에 혼란을 느꼈고, 그들 사이에 대화와 교류가 많지 않다는 사실에 당혹했다. 그런 필자에게 13개
교단의 목회자 6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일치, 갱신, 섬김’을 함께 고민한다는 것은 뜻밖의 일이었다. 개신교 신학교의 양대 산맥인 장신대와
총신대 총장을 초청한 대화 마당에서 두 총장이 목회자의 갱신과 교회 일치, 사회적 책임에 거의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당시 개신교계의
저류에 흐르고 있는 큰 물줄기를 읽을 수 있었다. 교계에서 존경받고 영향력도 큰 중진 목회자들이 수련회에 적극 참여하는 것을 보고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다.
이런
충격은 한목협의 이후 활동에 주목하게 했다. 그해 9월 한목협이 ‘하나님과 국민 앞에 우리를 고발합니다.’라는 참회선언문을 발표했을 때, 또
10월 13개 교단의 교단장을 초청하여 ‘한국 교회, 희망의 새 천년을 향하여’라는 대화 모임을 가졌을 때 현장에서 이를 지켜보고 보도했다.
교단장 모임이 교단장협의회로 발전해서 교회협(KNCC)과 한기총의 대화와 연합을 이끌어 나가는 과정도 지켜보았고, ‘한국 교회의 화합과 일치를
갈망하는 100만 성도 서명운동’이 전개되고, 강단 교류와 기도회가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는 것도 바라다봤다. 당시 한목협을 이끌던 옥한흠 목사
인터뷰를 통해 한목협의 취지와 활동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목협은 필자에게 개신교에서 가장 큰 취재 대상의 하나였다.
2.
한목협의
지난 10년 활동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일치’였다. 비록 조직적 연합을 위한 움직임은 생각했던 것만큼의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개신교계에 ‘일치와 연합’이라는 대세가 형성되게 만든 데는 한목협의 공로가 크다. 교파와 교단의 장벽이 매우 높던 한국 개신교가 지금처럼 교류에
거부감을 덜게 된 것은 한목협과 한목협에 속한 양식 있는 목회자들이 꾸준히 노력했기 때문이다.
‘갱신’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담임목사 세습’ ‘교단장 선출 방식’ 등 활동 초기에 교계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들에 발언하고,
‘교회 성숙’ ‘개혁의 영성’ ‘교인 감소’ 등에 대한 보고서를 내는 등 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갱신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던 데 비해
구체적인 결과는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한국 개신교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문제가 교회 성장의 정체와 교계 내부의 잦은 분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갱신’에 더욱 중점을 두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목협은
‘섬김’에도 신경을 썼다. 창립 이후 매년 연말이 되면 조선족 동포, 외국인 노동자, 노숙자, 탈북동포, 그룹홈 청소년, 모자가정 등 소외된
이웃들과 성탄예배를 올리고 수재민 돕기, 북한어린이 분유 보내기 운동도 벌였다. 그러나 한목협에 참가하는 목회자들이 갖고 있는 교계 안팎의
영향력에 비하면 충분했다고는 하기 어려울 것 같다.
3.
한목협은
그동안 교계 내부의 문제들에 힘을 기울였다. 이는 현장 목회자들의 자발적인 모임으로 시작한 한목협으로서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개신교를
실질적으로 대표하는 조직의 하나로 성장한 한목협이 이제 외면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한국 사회 안에서 개신교의 위상에 대해 던져지고 있는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다.
2007년
8월 분당 샘물교회가 아프가니스탄에 보낸 대규모 선교단이 탈레반에 피납됐다가 43일 만에 상당한 희생을 치루고 풀려난 사건은 개신교가 한국
사회에서 이질적인 존재로 여겨진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교회 내부의 언어나 논리는 교회 바깥의 그것과 너무나 달랐다. 개신교에 적대적인 일부
세력은 국민 정서를 반(反)개신교로 몰고 가려고 했고, 개신교 안에서는 “우리가 잘못한 게 뭐냐”는 반발이 나왔다. ‘개신교가 세상과 어떻게
대화할 것인가’가 관심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2008년
여름 불교계가 정부의 ‘종교 편향’에 항의하여 들고 일어난 사건도 한국 사회 속에서 개신교의 존재 방식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물론 개신교계는
이 사건의 직접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사태의 배경에는 개신교와 불교의 미묘한 관계가 깔려 있었다. ‘종교간 평화’ 문제가 사회의 큰 관심으로
제기된 상태에서 개신교의 중진목회자들이 ‘개신교가 반성하여 종교간 화평을 이뤄내자’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들은
자성(自省)을 바탕으로 불교계에도 무리한 요구의 자제를 호소하여 사태 해결에 기여했다.
이런
점에서 한목협이 최근 ‘종교 다원 사회 속의 기독교’라는 열린 마당을 개최한 것은 매우 적절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개신교의 지도자, 특히
현장 목회자들은 한국 사회 속에서 개신교의 위치, 다른 종교들과의 관계 등에 대해 더욱 진지한 성찰과 토론이 필요하다. 교계 내부 인사들이 함께
고민을 나누는 것은 물론 외부의 학자나 언론인, 시민단체 인사들과도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한목협의 앞으로 10년은 아마도 사회와의 관계 설정이
점점 중요해지게 될 것이다. (끝)
돌아보고
내다보며-새로운 10년을 위한 도전
김원배
목사(예원교회, 한목협 상임회장)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이하
한목협)는 한국 교회의 갱신과, 분열된 한국 교회의 일치 및 사회와 국가에 대한 한국 교회의 책무를 수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 교회 주요
15개 교단의 감리교회, 나사렛교회, 성결교회, 성공회, 장로교회, 침례교회, 하나님의성회의 갱신단체에 속한 목회자들이 연합한 협의체이다.
창립당시
발표한 창립선언문에서 함께 한 목회자들은 먼저 교회분열이라는 부끄러운 역사를 그리스도의 몸 된 하나의 교회로 되돌릴 것과, 개혁교회의 전통에
굳게 서서 오직 믿음 오직 말씀 오직 은혜로만의 역동적 신앙을 실천하고, 목회현장을 바르게 돌보며 각 교단 안에 뿌리내린 세속적 부조리와 복음에
합당치 못한 행태들을 갱신해 나가는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며, 정의의 소리와 청빈의 삶으로 경제위기 속에서 고통당하는 실직자들과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돌봄으로 이웃과 하나님 앞에 우리를 헌신하며, 민족이 처한 분열의 아픔을 치유하고 총체적 위기 속에 살아가는 북한동포를 돕는
통일을 위한 화해와 평화의 사도로 섬기며, 생명을 살리는 기독교문화와 바른 삶의 윤리를 이룩하는 일에 힘쓰며, 세계교회의 흐름과 신학사조를
익히고 서로를 사랑으로 격려하며 한국 개신교의 일치된 역량을 복음의 능력으로 타오르도록 돕는 일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즉 한국
교회의 일치(Unity), 갱신(Renewal), 그리고 섬김(Renewal)을 위해 매진할 것을 다짐한 것이다. 그 후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2.
URD운동 실천과정의 정신
1998년
11월 26일의 다짐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부침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립 때의 다짐을 잃지 않고 사역해서 오늘에 이른 것은
적어도 함께 한 목회자들이 다음의 세 가지 정신을 실천하며 달려왔기 때문이라고 본다. 어쩌면 이것은 한목협의 저변에 흐르는 정신이라고 평가해도
좋을 듯하다.
2-1.
자발성
소위
URD운동이라고 부를 수 있는 한목협의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 15개 교단 목회자협의회에 소속된 회원 목회자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정신에는 자기
헌신성이 있었다. 10여년의 과정을 돌이켜 보면 어떤 일에나 한목협 회원들이 보여준 주요한 자세는 먼저 자신을 내어줌이었다. 시간과 재능과
물질을 아까워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헌신한 목회자들이 있었기에 한목협의 URD운동은 때로는 소박하게, 때로는 힘 있게 추진될 수 있었다. 공동체의
생존과 역동성이 구조화 작업과 조직 이전에 구성원들의 자발성과 직결되는 것을 감안할 때 한목협 사역은 목회자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감히
평가할 수 있다.
2-2.
순수성
URD운동의
실천과정에서 한목협과 소속된 목회자들이 보여준 자세는 재정적 혹은 명예적 보상이 따르지 않더라도 영적인 명분과 대의가 있으면 무슨 일을 하든지
헌신한다는 순수성이 전제되어 있었다. 실리가 보이지 않아도 그것이 창립 때 다짐한 내용과 부합된 사업이고 사역이라면 순수하게 참여하고, 그 일이
성취된 것으로 우리는 기뻐하였다. 결국 순수성이 10년을 맞이한 한목협이 앞으로도 계속 URD운동을 수행해 나갈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3.
지속성
창립
당시 교계는 물론이고 한목협 내부에서도 가장 많이 우려했던 것은 “연합운동은 쉽게 지친다.”는 것이었다. 즉 한 번 저렇게 흥분되어 시작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열정이 식으면 흐지부지 될 것이라는 우려가 가장 컸다. 그러나 창립예배 때부터 잡았던 URD 방향성은 한국 교회와 한국 사회를
목회자들이 섬기는데 있어서 바른 지로(指路)였고, URD 과제를 실천하는 동안 오히려 동역자들의 마음은 “이 일은 당대만이 아니라 후대들에게도
이어져야할 과제”라는 의식이 통전적으로 형성되었다. 따라서 한목협은 일순간의 감정으로 시작되어 사그라질 운동이 아니라 지속성 있게 주어진 과제를
실천할 수 있는 동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3.
미래 방향성
상기한
정신으로 한목협은 지난 10년간 교단과 교파를 초월한 동역자들이 함께 어깨를 걸고 나름의 힘을 다해 달려왔다. 이제 한목협이 10주년을 맞으면서
통일시대가 멀지않은 미래사회 속에서 하나된 교회로 주님을 온전히 닮은 거룩한 교회가 되어 고통과 번민 속에 방향성을 잃어버린 세상을 온전히
섬기기 위해 부단히 자신을 살피면서 적어도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과제를 실천하는 목회자 공동체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물론 하기할 과제
외에도 더 많은 실천과제가 상황에 따라 첨가될 것을 전제하는 바이다.
3-1.
일치를
위하여(Unity)
그
동안 한목협은 분단과 양극화 시대에 생명과 자유, 정의와 평화를 위한 화해자로서의 교회가 되기 위해 분열의 역사를 넘어 이미 성령으로 하나 되게
하신 교회를 회복해야할 필요성을 절감해 왔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몸인 하나의 교회로 되돌리기 위하여 이기적이고 편협한 개교회주의를 지양하고,
교단과 교파를 초월하여 교회의 하나 됨을 위한 논의와 돌아봄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향후의 절대적 과제다. 특히 긴 시간동안 긍정적으로 논의해
온 한국기독교회협의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기구적 유기적으로 하나 되어 한국 교회와 한국 사회를 섬기게 되는 계기가 속히 일어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협력을 아끼지 않으며 모든 지혜와 힘을 모아 가는 것은 일치를 위한 한목협의 주요 미래 방향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일을 위해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추진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
열린대화마당의 지속적 개최와 한목협 산하 각 교단 목협과의 강단 교류 및 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위한 기도회
-
초교파 기독학생운동 활성화를 위한 지원과 젊은
목회자 모임 활성화 및 지원 및 다양한
목회자 모임과의 교류
-
양대 연합기구(KNCC, 한기총)를 비롯한 주요 기독교 기관들과의 연대 및 선한 시민단체와 연대
-
의식의 저변확대를 위한 한목협
소속 15개 교단 목회자 및 성도들의 교제의 장 마련 및 임원,
회원 연합 수련회
-
각 교단 목협 자체 지역모임의 네트워크 구성을 통한 일치 의식의 확산
3-2.
갱신을 위하여(Renewal)
한목협은
한국 사회가 직면한 갈등과 교회 부흥의 정체가 엄위하신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며 바로 섬기지 못했던 목회자인 우리의 책임인 것을 항상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목회자로 부름 받은 우리 자신의 갱신이 교회의 새로움과 사회변혁의 가장 중요한 초석이 된다는 것을 생각할 때 세상의 지배가치와
이념의 포로가 되지 않고 교회를 바르게 섬기기 위해 우리 자신이 먼저 죽는 밀알이 되는 것은 무엇보다 필요하다. 따라서 항상 성령께서 앞서
이끄시기를 소원하면서 하나님 앞에서 깨어 우리 자신을 진리로 살피며, 더욱 깊은 연대감을 가지고 갱신을 위한 실천적 대안제시를 위해 같은 뜻을
품고 헌신하는 것은 한목협의 주요 미래 방향성이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실천과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
교회개혁과제
연구 및 대안제시를 위한 URD연구소 설립 및 교회갱신을 위한 공동연대 활동
-
한목협 정신과 소명, 갱신사역을 소통의 언어로 알리는 정보화 사업과 뉴스레터 및 매거진(월간 크리스채너티 투데이 한국판) 발간과
확산
-
교계 및 일반 언론과의 정기적인 교류
-
인터넷 홈페이지 적극 활용
3-3.
섬김을 위하여(Diakonia)
하나님의
특별한 은총을 받은 한국 교회는 민족 분단, 세대간 격차, 이념 대립, 지역 갈등, 빈부격차, 생명과 환경의 파괴 등으로 고통하는 이 민족과
지구촌 앞에 ‘평화의 사도’가 되어야할 중차대한 책무가 있다. 따라서 이 사명 감당을 위해 한목협은 받은 모든 자원을 선용하여 교회 내의
디아코니아 활동을 활성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비인간화된 모든 사회구조적인 악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시민사회단체와
동역하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 역시 한목협의 미래 과제이다. 그러므로 여러 가지 이유로 고통 중에 있는 이웃들이 조금이라도 힘을 얻을 수
있도록 하나 되어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섬김을 위해 앞장 서기 위해 다음과 같은 구체적 실천과제가 필요하다.
-
소외된 이웃과 위기가정을 보듬는 재원 확보 및 돕기
-
통일시대를 내다보며 섬겨야할 영역을 찾고 주요 기관과 연대하여 사역
-
한국 교회가 당면한 주요 이슈에 대한 대안제시 운동 및 깊이
있는 연구와 토론을 거친 대안적 성명 및 선언서 발표
-
섬김을 통한 일치운동의 활성화
4.
맺는말
급변하는
한국 사회 속에서 영적 지도자로 부름 받은 목회자들이 정체성, 방향성, 실천과제 등을 진지하게 되돌아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한목협이
뜻 깊은 창립 10주년을 맞아 사회적 신인도가 그 어느 때 보다도 낮아진 한국 교회의 개혁과 갱신을 위해 목회자들의 회개운동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데 다시 인식을 같이 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따라서 한목협에 소속한 나 자신부터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 일체의 물량주의와
성공주의, 외식주의, 세속적 인본주의의 껍질을 벗고 바른 영성의 삶을 솔선수범함으로써 모든 성도들이 하나님 나라 건설에 동참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새롭게 다짐하며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