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교계 언론사 입장에서 본 한목협

자각과 변화의 리더십을 보여준 한목협

                                          김상길(국민일보 이사, 미션 편집인)


<여는 말>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이하 한목협)가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대한민국에서 지난 10년은 패라다임의 대전환에 따른 격동기인 동시에 변화에 적응하는 훈련기였다. 한국교회에서 지난 10년은 급변하는 역사 앞에서 검증기인 동시에 자정에 따른 갱신을 위한 시련기였다. 시대는 광속도의 변화를 보였고 변화의 충격을 감당하지 못한 현대인은 정체성의 혼란, 미증유의 불안 증세를 보였다. 한국교회는 ‘평양대부흥 100주년’을 지내는 가운데 성숙을 요구하는 시대 앞에서 복음의 역동성, 목회의 신뢰성을 점검받아야 했다. 초대 한국교회는 역사의 좌표를 제시했으며 민족 정신과 문화 창달의 향도 역할을 수행했다. 오늘의 한국교회는 어떤가. 포스트모던이즘의 시대, 충격과 분쟁의 시대, 갈등과 혼란의 시대에 한국교회가 창조적인 목회를 통해 시대를 치유하고 역사에 역동적인 동기를 부여했는가. 그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한목협의 사역이다. <들어가는 말> 한목협의 사역을 십자가의 전형으로 조명한다. 십자가는 수직적이고 수평적이며 내향적인 세가지 형상을 나타낸다. 수직적이라 함은 대신관계(對神關係)로 교회의 영적인 기능이며, 수평적이라 함은 대타관계(對他關係)로 종교의 사회학적인 기능이고, 내향적이라 함은 대아관계(對我關係)로 지속적인 자기 성찰과 갱신의 기능을 말한다. 희생과 화해, 구원과 은혜의 상징인 십자가는 수직적이고 수평적이며 내향적인 섭리의 조합과 균형을 상징한다. ‘일치와 갱신, 섬김’의 한목협 방향이 이런 십자가의 의미를 증거한다. 1. 제사장적 목회와 예언자적 목회의 균형 목회자는 어떤 존재인가. 데비드 위얼스비와 워런 위얼스비는 그들의 공저 ‘목회(ministry)’에서 목회자의 정체성, 리더십 원리를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1)목회의 기초는 인격, 2)목회의 본질은 봉사, 3)목회의 동기는 사랑, 4)목회의 척도는 희생, 5)목회의 권위는 순종, 6)목회의 목적은 하나님의 영광, 7)목회의 도구는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 8)목회의 특권은 성장, 9)목회의 능력은 성령, 10)목회의 모델은 예수 그리스도” 위얼스비의 원리와 한목협의 추구하는 목회자의 사명은 긴밀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 ‘일치와 갱신, 섬김’을 모토로 하는 한목협은 본회 취지와 목적에 대해 정관 3조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다. “본 회는 성경에 계시된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기독교의 신앙 전통을 따라 한국교회와 사회를 새롭게 하려는 회원 단체들이 다음의 사명을 감당함을 목적으로 한다. 첫째 신앙의 역동성회복, 둘째 예언자적 사명과 제사장적 사역의 수행, 셋째 기독교 문화의 창조, 넷째, 기독교윤리의 창출, 다섯째, 민족과 사회에 대한 선교적 사명의 수행, 여섯째 한국 교회 갱신을 위한 일치와 연합사업 수행, 일곱째 21C 민족의 통일과 화해를 위한 역할 수행” 최근 한국교회 안에서는 ‘전인구원, 전인치유, 전인목회’라는 말이 상용화되고 있다. 한목협의 취지와 목적을 보면 ‘전인’이라는 용어가 실감난다. 제사장적 목회와 예언자적 목회의 갈등은 1980년도 이전, 세계 교회 현장에서 부상했었다. 제사장적 목회는 영혼 구원의 측면에서 위로와 격려, 치유와 지탱, 용서와 수용 등을 강조하는 목회로 구약의 제사장들이 하나님을 대신하여 용서하고, 사람들을 대신하여 하나님께 중보하는 역할이다. 제사장적 목회가 큰 영향력을 가졌던 것은 1940년에서 1960년대에 걸쳐 위로와 용서, 치유와 지탱이 사람들에게 절실했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산업사회, 경제불황 등을 거치면서 인간은 죄사함과 좌절에서의 회복을 갈망했고 종교, 특히 기독교는 이런 개인적인 구원에 따른 제사장적인 역할을 감당했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제사장적 목회는 예언자적인 목회에 도전을 받았다. 공동체는 정치적인 압박과 경제적인 착취로 신음해야 했고 사회는 각종 구조악의 병폐 현상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예언자적 목회는 새로운 구조와 문회를 창출하려는 역동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로인해 나타난 것이 남미의 해방신학, 미국의 흑인신학, 한국의 민중신학, 여성신학 등이다. 1980년대에 들어서 제사장적 목회와 예언자적 목회가 서로 분쟁하고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요, 수용 보완하고, 조화하는 관계임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하나님의 영광과 인간의 구원, 더불어 사는 삶에서 이뤄지는 전인 목회가 새로운 시대의 요청임을 알게 된 것이다. 1980년대 이후 1990년대 들어 교회는 제사장적 목회와 예언자적 목회가 조화를 이룬 전인치유, 전인구원, 전인회복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교회가 생태학적인 문제, 자연 보전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인 것도 이 시기부터다. 세계교회협의회(WCC)가 인권 문제, 민주화를 포함한 ‘창조질서보전’을 미래의 신학, 신앙의 실천으로 채택한 것도 이 시기였다. 최근 웰빙(Wellbeing)이란 말이 이 사회에 등장했지만 사실 기독교에서는 1992년 목회상담학자인 하워드 크라인 벨이 전인구원 차원에서 ‘웰빙’을 주창했다. 그는 웰빙이 7가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것은 사회구조, 자연환경, 인간정신, 인간육체, 인간관계, 인간의 직업과 환경, 하나님과의 영적인 신앙관계 등으로 교회는 이 일에 헌신해야 한다는 것이 크라인 벨의 지론이었다. 주님의 명령은 변화산에서 소금과 빛이 되라는 것이 아니고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라’는 것이었다. 교회와 목사는 절망과 좌절, 갈등과 혼란의 시대에 어떠해야 하는가. 한목협은 복음의 전인구원 차원에서 시대와 군중을 끌어 안고 하나님 앞에서 올바로 설 수 있는 교회와 구조, 존재와 공동체를 세우기 위해 창립되고 그 사역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각과 변화의 리더십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공동체와 역사의 모든 불행은 자각증세의 상실과, 뭉쳐서 변화에 대처하지 못한 행동에서 비롯된다. 한목협은 한국교회, 오늘날 크리스천, 민족이 창조적인 역사에 낙오되지 않기 위해 역사와 공동체의 민감한 감각, 변화의 능력으로 남는 의지를 갖고 있는 존재로 서기를 희망한다. 적어도 이 시대의 성직자는 그러해야 한다고 한목협은 믿고 있는 것이다. 2. 교회의 정체성, 목회의 역동성을 보여준 리더십 한목협의 신학정립과 신앙 실천의지는 한국교회의 자정기능이었으며 부흥의 동력이요, 성숙의 자양분이었다. 한목협이 출범한 1998년은 IMF의 한파가 한국사회를 휩쓸 때였다. 국민은 불안과 좌절을 겪었다. 정치적으로는 대선 후 총풍, 세풍으로 들썩였다. 한국교회 안에서는 대사회적인 공신력 문제가 제기됐다. 이런 시대적 정황에 한목협이 자각과 변화의 리더십을 선언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특히 한목협을 대표하는 목회자들은 기존 교단 정치에 물들지 않은 신선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다 교단 내에서 비교적 탄탄한 목회를 기반으로 건전한 사고와 경쟁력을 갖춘 강점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연합단체의 움직임 보다 실제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무엇 보다 지금까지 연합활동은 정치적, 선언적 차원인 경우가 많았으나 실제 개교회의 큰 지지를 바탕으로 신학과 교단을 뛰어넘어 자발적 자생적으로 14개 교단이 연합한 일은 한국 교회에 전례가 없는 일대 사건이었다. 특히 한국교회에 있어서 대화마당을 개설, 진보 보수가 어우러진 목소리를 발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은 한국교회의 위상을 높혀준 의미있는 성과였다. 12가지로 세분화된 한목협의 사역을 보면 정체성과 역동성을 볼 수 있다. 1)각 교단 목회자들과 생각을 나누며 영성을 깨우는 연합집회및 수련회 2)교회개혁 과제들에 대한 연구와 대안을 제시하는 신학세미나 3)한국교회 원로와 지도자들의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열린대화마당 4)목회자와 기독교인들에게 바른 삶을 제시하는 기독교윤리강령제정 5)각 교단의 풍부한 경험과 인적 자원을 나누는 뉴스 레터 발간 6)설교와 예전의 갱신을 위한 문서 출판지인 예배와 강단 출간 7)이미지 갱신과 대외 협력및 홍보를 위한 세계교회와의 협력및 연대 8)한국교회 갱신을 위한 정보화 사업인 각 교단 목협 네트워크 구축 9)교회와 국가 사회 중요 이슈에 대안을 제시하는 성명서발표 10)이웃에 대한 섬김과 사랑을 실천하는 북한 동포, 위기 가정 돕기운동등 11)국민의 의식과 생활을 개혁하는 의식개혁, 생활개혁운동 12)효과적인 사역을 위한 시민단체와의 연대사역 3. 내일의 창조적 목회-십자가의 리더십 사람과 구조는 변한다.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 영화는 풀의 꽃과 같지만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하며 복음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시대에 영합하지 않으면서 시대를 변화시킬 수 있는, 본질은 변질되지 않으면서 문화를 개혁할 수 있는 창조적인 목회의 힘은 어디서서 올 것인가.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된 다음 포스트모던이즘의 확산과 영향력은 사회 전반에 걸쳐 강도 있게 나타날 전망이다. 종교와 이념, 지역과 문화, 정통성과 권위의 경계를 해체하려는 포스트모던이즘의 특징은 조직화, 합리화, 노골화에 있다. 앞으로 기독교는 사회와 공동체 앞에서 더 큰 도전과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지난 18일자 국민일보 미션면 보도에 따르면 한국교회 사회적 신뢰도는 ‘C-’였다.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리서치의 여론 조사 결과다. 한국교회는 앞으로 영광 보다는 고통에 더 직면할 것이다. 그러나 수난 없는 부활, 멸시 없는 영광은 없다.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그것을 증언한다. 홍수나 지진을 제일 먼저 감지하는 존재는 메기라고 한다. 앞으로 한목협은 위기의 시대에 메기의 기능과 한결같은 의지, 견고한 심지(사26:2)를 갖고 역사와 공동체, 민족과 교회에 헌신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인 대안을 언급하자면, ‘여는 말’에서 밝힌 ‘십자가의 리더십’이다. 수직적으로는 영성을 강화하는 가운데 제사장의 직분을 감당하고, 수평적으로는 역사의식을 갖고 예언자 사명을 다하며, 내향적으로는 부흥과 성숙을 위해 갱신의 기능을 감당하는 것이다. 구약은 역사와 예언 사이에 지혜(시가서,성문서)가 있었다. 지혜서가 내향적인 방향을 보여준다. 내향이 없이는 성장과 성숙이 없다. 고난 없는 부활은 없다. 십자가 없는 구원은 없다. 한목협과 함께 한국교회가 일치되어 십자가의 리더십을 보여줄 때 민족 구원과 세계 선교, 통일의 영광스러운 역사, 진정한 교회 부흥의 역사가 가까워질 것이다. 한편, 십자가의 리더십에는 고난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앞을 바라보는 기쁨도 있다. “그는 그 앞에 있는 기쁨을 위하여 십자가를 참으사 부끄러움을 개의치 아니 하시더니 하나님 보좌 우편에 앉으셨느니라”(히 12:2) 한목협은 그 앞에 있는 영광을 위하여 기쁜 마음으로 사역해야 할 것이다. <닫는 말> 느헤미야는 불 탄 예루살렘의 성문 재건을 위해 내우외환의 위기를 겪으면서도 전면에 나서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 결과 ‘십문중수(十門重修)’가 이루어졌다. 십문중수는 한국교회에 부여된 중대한 사명이다. 어문(魚門)은 전도와 영혼구원을, 양문(羊門)은 교회와 목회 갱신을, 옛문은 과거의 폐습을, 골짜기문은 고난 극복을, 분문(糞門)은 죄악과 구조악을, 샘문은 새롭게 하시는 성령의 역사를, 수문(水門)은 말씀의 능력을, 마문(馬門)은 영적 전투를, 동문(東門)은 재림 신앙을, 함밋갓문은 심판과 약속의 섭리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교회와 공동체, 역사를 위해 한목협은 느헤미야처럼 선언해야 한다. “예루살렘이 황폐하고 성문이 불탔으니 자, 예루살렘 성을 건축하여 다시 수치를 당하지 말자”(느2:3), “내가 이제 큰 역사를 하니 내려가지 못하겠노라”(느6:3) ‘일치․갱신․섬김의 10년, 이젠 사회와의 관계에 눈 돌려야’ 이선민 조선일보 논설위원 1.
 필자는 일간지의 종교담당 기자 가운데 드물게 한목협의 초기 활동을 가까이서 지켜보았다. 1999년 6월 경기도 안성에서 열린 한목협의 ‘제1회 전국 목회자 연합 수련회’를 취재할 때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필자는 1994년 종교 담당 기자를 시작한 이래 다른 종교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개신교의 교파와 교단, 단체들에 혼란을 느꼈고, 그들 사이에 대화와 교류가 많지 않다는 사실에 당혹했다. 그런 필자에게 13개 교단의 목회자 6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일치, 갱신, 섬김’을 함께 고민한다는 것은 뜻밖의 일이었다. 개신교 신학교의 양대 산맥인 장신대와 총신대 총장을 초청한 대화 마당에서 두 총장이 목회자의 갱신과 교회 일치, 사회적 책임에 거의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당시 개신교계의 저류에 흐르고 있는 큰 물줄기를 읽을 수 있었다. 교계에서 존경받고 영향력도 큰 중진 목회자들이 수련회에 적극 참여하는 것을 보고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다.


 이런 충격은 한목협의 이후 활동에 주목하게 했다. 그해 9월 한목협이 ‘하나님과 국민 앞에 우리를 고발합니다.’라는 참회선언문을 발표했을 때, 또 10월 13개 교단의 교단장을 초청하여 ‘한국 교회, 희망의 새 천년을 향하여’라는 대화 모임을 가졌을 때 현장에서 이를 지켜보고 보도했다. 교단장 모임이 교단장협의회로 발전해서 교회협(KNCC)과 한기총의 대화와 연합을 이끌어 나가는 과정도 지켜보았고, ‘한국 교회의 화합과 일치를 갈망하는 100만 성도 서명운동’이 전개되고, 강단 교류와 기도회가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는 것도 바라다봤다. 당시 한목협을 이끌던 옥한흠 목사 인터뷰를 통해 한목협의 취지와 활동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목협은 필자에게 개신교에서 가장 큰 취재 대상의 하나였다.


2. 

 한목협의 지난 10년 활동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일치’였다. 비록 조직적 연합을 위한 움직임은 생각했던 것만큼의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개신교계에 ‘일치와 연합’이라는 대세가 형성되게 만든 데는 한목협의 공로가 크다. 교파와 교단의 장벽이 매우 높던 한국 개신교가 지금처럼 교류에 거부감을 덜게 된 것은 한목협과 한목협에 속한 양식 있는 목회자들이 꾸준히 노력했기 때문이다.


 ‘갱신’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담임목사 세습’ ‘교단장 선출 방식’ 등 활동 초기에 교계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들에 발언하고, ‘교회 성숙’ ‘개혁의 영성’ ‘교인 감소’ 등에 대한 보고서를 내는 등 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갱신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던 데 비해 구체적인 결과는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한국 개신교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문제가 교회 성장의 정체와 교계 내부의 잦은 분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갱신’에 더욱 중점을 두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목협은 ‘섬김’에도 신경을 썼다. 창립 이후 매년 연말이 되면 조선족 동포, 외국인 노동자, 노숙자, 탈북동포, 그룹홈 청소년, 모자가정 등 소외된 이웃들과 성탄예배를 올리고 수재민 돕기, 북한어린이 분유 보내기 운동도 벌였다. 그러나 한목협에 참가하는 목회자들이 갖고 있는 교계 안팎의 영향력에 비하면 충분했다고는 하기 어려울 것 같다.


3.

 한목협은 그동안 교계 내부의 문제들에 힘을 기울였다. 이는 현장 목회자들의 자발적인 모임으로 시작한 한목협으로서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개신교를 실질적으로 대표하는 조직의 하나로 성장한 한목협이 이제 외면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한국 사회 안에서 개신교의 위상에 대해 던져지고 있는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다.


 2007년 8월 분당 샘물교회가 아프가니스탄에 보낸 대규모 선교단이 탈레반에 피납됐다가 43일 만에 상당한 희생을 치루고 풀려난 사건은 개신교가 한국 사회에서 이질적인 존재로 여겨진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교회 내부의 언어나 논리는 교회 바깥의 그것과 너무나 달랐다. 개신교에 적대적인 일부 세력은 국민 정서를 반(反)개신교로 몰고 가려고 했고, 개신교 안에서는 “우리가 잘못한 게 뭐냐”는 반발이 나왔다. ‘개신교가 세상과 어떻게 대화할 것인가’가 관심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2008년 여름 불교계가 정부의 ‘종교 편향’에 항의하여 들고 일어난 사건도 한국 사회 속에서 개신교의 존재 방식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물론 개신교계는 이 사건의 직접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사태의 배경에는 개신교와 불교의 미묘한 관계가 깔려 있었다. ‘종교간 평화’ 문제가 사회의 큰 관심으로 제기된 상태에서 개신교의 중진목회자들이 ‘개신교가 반성하여 종교간 화평을 이뤄내자’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들은 자성(自省)을 바탕으로 불교계에도 무리한 요구의 자제를 호소하여 사태 해결에 기여했다.


 이런 점에서 한목협이 최근 ‘종교 다원 사회 속의 기독교’라는 열린 마당을 개최한 것은 매우 적절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개신교의 지도자, 특히 현장 목회자들은 한국 사회 속에서 개신교의 위치, 다른 종교들과의 관계 등에 대해 더욱 진지한 성찰과 토론이 필요하다. 교계 내부 인사들이 함께 고민을 나누는 것은 물론 외부의 학자나 언론인, 시민단체 인사들과도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한목협의 앞으로 10년은 아마도 사회와의 관계 설정이 점점 중요해지게 될 것이다. (끝)




돌아보고 내다보며-새로운 10년을 위한 도전

                                        김원배 목사(예원교회, 한목협 상임회장)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는 1998년 11월 창립된 이후 지난 10년 동안 한국교회의 일치와 갱신과 사회적 섬김을 위해서 진력해 왔습니다. 한목협의 탄생에는 세계사적 대 변혁의 역사와 세계사적변화에 따른 한국교회의 시대적 응전의 상황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가난한 자들의 이상왕국의 건설이라는 미명하에 인간의 야망으로 쌓아올린 사회주의라는 바벨문명이 가차 없이 무너지는 것과 함께 21세기라는 새 문명이 밝아왔습니다. 소련을 비롯한 동구사회주위권의 몰락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자본주의문명의 종국적인 승리를 자축하였습니다. 우리들은 믿음의 눈으로 이 변혁의 배후에서 역사하시는 천지만물을 창조하시고 역사를 섭리가운데 경영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감지하였습니다. 바벨문명의 붕괴와 세계화 여하튼 대립과 경쟁을 지향하던 세계사가 열린 구조로 가면서 국경의 장벽들이 상대화되는 “세계화(Globalization)"라고 하는 전대미문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세계화는 정보화시대의 흐름을 타고 전 세계적인 문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사회주의 문명의 몰락은 사회주의 이념에 대한 자본주의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는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쌍둥이이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있는 한 사회주의의 꿈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목소리는 승리의 환호성속에 묻혀 전혀 들리지 않았습니다. 딱딱한 사회주의의 체제가 붕괴됨으로 나라사이에 존재하는 국경이 해체된 것만이 아니라 사상의 교류가 이루어져 자유주의 진영 안에 존재하던 작고 큰 장벽들도 해체되는 변화도 뒤 따랐습니다. 특별히 이러한 시대적인 변화가 기독교에도 영향을 끼쳐 에큐메니칼 진영에 속한 교회들과 복음주의 진영에 속한 교회들이 서로 마음을 열고 상대방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화해분위기가 조성되었던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에큐메니칼 진영에 속한 교회들은 그동안 사회변혁을 통한 하나님나라 운동에 관심을 기울인 나머지 복음의 중요한 과제인 개인구원에 대한 열정을 상실한 것을 반성하고 전도를 중요한 선교의 과제로 설정하는 변화를 보여주었습니다. 다른 한편 복음주의 진영도 로잔언약을 계기로 그동안 개인구원에만 관심을 기울인 나머지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한 복음의 파라다임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세계구조의 변혁을 선교의 중요한 과제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열린보수와 열린진보의 만남 이러한 변화가 한목협 탄생에 영향을 끼친 시대정신의 분위기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목협의 탄생을 어느 한국교회 사가는 “열린보수와 열린 진보”의 만남으로 해석하면서 한국교회역사상 초유의 사건이라고 평가하였습니다.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이루어진 일치를 삶속에 구현하지 못한 것은 닫힌 보수와 닫힌 진보가 걸림돌이 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실로 한목협을 통해 보수와 진보가 서로 마음을 열고 함께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성령님의 간섭하시는 역사였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목협은 앞으로 지향해야할 목표를 상임대표회장님으로 추대된 옥한흠목사님의 제안을 받아들여 “일치, 갱신, 섬김”을 앞으로 목협이 지향해야할 목표로 설정하였습니다. 이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서 한목협이 실천하였던 사업의 내용들을 일일이 열거한다면 “이 세상이라도 이 기록된 책을 두기에 부족할 줄 아노라”(요21:25)라는 요한사도의 고백이 우리의 고백이 될 것입니다. 일치, 갱신, 섬김 그동안 목협이 실천했던 활동을 간단히 언급하고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일치를 이루기 위하여 쏟았던 열정이 여러 모양으로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한국교회의 일치에 대한 지평을 확보하기 위해서 우리가 기울인 노력은 실로 괄목할만한 것이었습니다. 일치분야에서 일했고 현재 일하고 있는 원로들과 책임자들 뿐만 아니라 각 신학대학의 총장들과 교단대표들을 열린대화 마당에 초청하여 그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가운데 일치에 대한 필요성과 사명감을 더욱 다지는 계기가 되었던 것은 참으로 값진 시간이었다고 기억됩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값진 열매로 나타났습니다. “한국교회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The Association of Moderrators for uniting Korean Churchs)"의 창립을 가져온 것은 한국교회일치역사에 길이 남을 한목협이 이룩한 위대한 성과입니다. 남북 두 정상이 만나는 것을 보면서 일치된 모습으로 통일시대를 맞이해야한다는 시대의 도전이 더욱 우리들의 일치의 노력에 불을 댕겼습니다. 이 과제를 위해서 목협이 기울인 다양한 모임들과 조정노력의 과정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역사기록으로 남을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저희 목협이 교단장협의회의 실무를 맡게 된 것은 한국교회지도자들이 우리 목협에 보내준 신뢰의 구체적인 표현이었습니다. 교단장협의회는 창립직후 일차적으로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한교협“과 ”한기총“의 통합을 목표로 설정하고 양기구에 각각 6인의 대표를 파송해 줄 것을 요청하여 교단장협의회의 6인대표를 포함하여 18인 위원회를 구성하고 한국교회연합을 위한 Roadmap를 마련하고 평양대부흥 100주년이 되는 2007에 하나의 연합된 기구를 탄생시키기로 한 합의를 도출한 것은 대단한 성과라고 자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단장협의회는 교단장협의회가 설립된 직후 연합분위기가 고조된 여세를 몰아 회원 25개교단의 총회에 ”명실공히 한국교회를 대표할 수 있는 통일된 연합기구를 설립하는 것을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헌의안을 상정하고 한 교단을 제외한 모든 교단의 동의를 이끌어내었다는 것은 커다란 성취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두 개의 연방연합기구를 하나의 기구로 재편성하는 것은 신학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합의된 일정에 따라 실현될 수 없었던 것은 커다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당시 이 두 기구를 책임지고 있는 기득권세력들의 반발로 새로운 카이로스의 시간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인내가 무엇인가를 배우는 과정이었습니다. 교단장협의회의 실무를 책임진 실무자로서 한마디 덧붙이고자 하는 것은 앞으로 이 일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한교협측의 살신성인의 결단과 한기총의 공교회를 중심으로한 개혁이 뒤따라야함을 첨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연합운동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지역을 순회하면서 기도회를 개최하고 서명운동을 전개하면서 한국교회연합을 향한 평신도들의 열망을 확인했던 것도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아직 이루어지지 못한 꿈을 되돌아보면서 아쉬움이 함께 함에도 불구하고 한목협이 교단장협의회를 통해 기울였던 연합과 일치의 노력은 한국교회사 뿐만 아니라 세계교회사에 기록될 위대한 꿈과 비전의 과정들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을 확신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한목협이 꼭 성취해야할 일차적인 과제로 설정되기를 제안합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성취가 가능했던 것은 상임대표회장이신 옥한흠목사님께서 한국교회에서 받고 있는 절대적인 존경과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신앙의 덕성과 인내를 가지고 실타래처럼 얽힌 관계들을 조정했던 손인웅 목사님과 전병금 목사님의 탁월한 조정능력이 없이는 불가능한 성과였습니다. 또한 사무총장으로 저와 함께 교단장협의회를 섬겼던 이상화 목사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무능력과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음을 덧붙입니다. 부활절연합예배를 비롯하여 한국교회 안에서 조성되고 있는 연합의 노력들은 한국교회일치를 위해 헌신했던 한목협의 일치와 연합을 위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자화자찬이라 비판을 받을 것인가요? 한국교회 갱신을 위한 한목협의 갱신을 위한 노력도 각 교단과 한국교회 안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도 우리의 기쁨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목협에 참여하고 있는 목사님들이 각 교단 안에서 존경을 받고 있고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는 분들이기에 자연히 교회갱신의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관찰하게 됩니다. 교단의 타락한 선거풍토를 극복하기 위하여 대안으로 제시된 제비뽑기가 통과되어 실행되고 있고 성경의 공동번역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한목협의 선두주자인 교갱협이 이룩한 위대한 성과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생명목회실천협의회를 비롯하여 침미준, 고신정신잇기, 21세기 목회자 협의회등 각 목협들이 각 교단 안에서 갱신의 노력들을 통하여 이룩한 성과들은 밤세워 이야기해도 시간이 부족할 것입니다. 한목협의 사회를 향한 온전한 섬김의 노력은 성탄절기를 맞이하여 한국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이웃을 찾아 그들과 함께 고난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연대감을 통해 성탄의 본래적 의미를 회복하는 노력으로 나타났습니다. 첫 회 구룡마을 철거민과 함께 했던 성탄축하를 필두로 조선족형제들, 거리로 밀려난 실직자들, 북한에서 온 새 터민들, 수해를 당한 농민들, 들꽃 피는 마을의 어린이들로 이어지는 다양한 행진과 따름의 길이었습니다. 부르짖고 계시는 하나님 옥한흠 목사님은 창립예배설교에서 자생적이고 자발적인한목협의 출범이야말로 “감히 역사적”이라는 말로 표현할 정도로 한국교회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이처럼 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교회가 처한 상황의 심각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한국교회가 그만큼 성숙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특별히 옥 목사님은 창립예배에서 아모스 3:7-8절을 본문으로 “부르짖고 계시는 하나님”이라는 제목으로 말씀하시면서 창립예배에 참석한 목회자들에게 “한목협을 왜 만들어야 합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자처럼 부르짖는 하나님의 음성을 우리부터 듣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한국교회가 우리를 통해 그 부르짖음을 듣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부르짖음을 듣지 못하면 일치와 갱신과 책임은 사치스러운 구호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들으면 일치를 위해 겸손해 질것입니다. 들으면 갱신을 위해 옷을 찢고 들으면 병든 이사회를 책임지게 될 것입니다. 성직자들의 죄에 대해서 하나님이 남달리 강경하시다는 사실을 잊지 맙시다” 새로운 10년을 향해서 나아가는 우리들은 다시 한 번 부르짖고 계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야한다고 믿습니다. 서두에서 말씀 드린 대로 우리가 새롭게 시작하는 새로운 10년은 신보수주의와 신자유주의라는 바벨탑이 붕괴되는 것과 함께 열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명의 변화속에서 부르짖고 계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야합니다. 이 바벨의 문명을 허무시는 분은 천지만물을 창조하시고 역사를 섭리가운데 경영하시는 삼위일체 하나님이심을 믿습니다. 신보수주의는 월가 금융위기에서 파산한 “신자유주의”경제와 쌍둥이였습니다. 1960년대 말부터 기독교 근본주의와 결합해 미국사회를 장악한 보수주의운동은 이 둘을 떠받치는 흔들리지 않는 뿌리였습니다. 신보수주의와 신자유주의는 “불평등을 억제하는 정부의 모든 간섭을 날려버리고, 시간을 되돌려 뉴딜정책 이전으로 돌아가려고 했습니다. 신보수주의의 대표적인 인물인 <그로버 노쿼스트>는 “미국을 사회주의자들 일색의 루스벨트 이전 시대, 즉 소득세, 상속세, 규제 등이 없던 시대로 되돌리고 싶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부시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주의 운동은 모든 권력을 손에 쥐었습니다. 대통령을 연이어 두 번 차지하고 상.하원을 장악하고, 9.11의 공포를 이용해 유엔과 국제사회를 무시하고 “악의 축” 국가들을 침공할 권리가 있다고 선언했습니다. 다시는 진보의 시대가 오지 않을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신보수주의는 무능으로, 신자유주의는 탐욕으로 내파됐습니다. 이 신 바벨탑을 붕괴시킨 분은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십니다. 세계경제-고백신앙의 영역인가? 현재 세계가 겪고 있는 경제위기는 오래전부터 예견되었던 것입니다. 변동환율제, 규제가 없는 국제금융이 현재 겪고 있는 경제위기의 원흉입니다. 1971년 브레튼우즈체제의 종말과 함께 도입된 변동환율제는 선진국으로 하여금 가난한 나라의 구조까지 바꿀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82년의 멕시코 파산과 97년 IMF위기가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말하자면 현재경제위기의 근본원인은 성장만을 추구하는 눈먼 자본주의입니다. 왜냐하면 성장지상주의 자들에게 자본은 먹고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투자를 통한 이윤, 즉 끊임없는 축적을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생산을 위한 인간의 도구화와 한계가 있는 자연자원의 착취로 이어져 사람도 죽이고 자연도 죽이는 결과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세계경제의 위기의 원인을 통찰하면서 인간의 생존권과 자연의 착취를 가속화 시키는 잘못된 경제영역을 신앙고백의 영역으로 받아드리고 세계개혁교회(장로교)연맹은 2004년 아크라에서 모인 총회에서 신자유주의 경제를 고백신앙(status confesionis)으로 선포한바 있습니다. 약육강식의 도금주의 시대를 파탄 낸 대공황 이후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1920년대 “진보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버락 오바마>가 신자유주의 파탄을 상징하는 월가금융위기 이후 진보시대로 향하는 대문의 빗장을 활짝 열어젖혔습니다. 이 변화의 배후에는 전지전능하신 이 역사를 통치하시는 여호와 하나님이 서계십니다. 우리 한목협은 인간이 만들어놓은 잘못된 바벨문명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하나님의 사람들을 역사의 주역으로 부르시는 부르짖고 계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야 합니다. 이 부르짖고 계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않고서는 미래를 향해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저의 개인적인 고백으로 저의 발제를 마치려 합니다. 돌아보건 데 제가 한목협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면 늦은 나이에 목회현장에 뛰어드는 결단을 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갈릴리의 현장으로 떠나는 저를 염려하면서도 걱정의 눈으로 저를 지켜보시던 한목협 선배목사님들의 눈망울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참모본부 에서만 맴돌던 제가 영적전투의 현장에서 전사 할뻔한 이야기는 또 다른 긴 이야기입니다. 지난 주 화요일에 “예원교회”설립공인 예배를 드리면서 만 가지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저의 교차했던 생각을 대변해주는 성경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같이 나오리라”(욥기 23:10) 내가 가는 길을 알았더라면 저는 감히 목회현장에 뛰어들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고 인도하십니다. 하나님의 발길에 채여 영적전투의 현장에 서 있는 저에게 그의 형상이 나타날 때까지 단련하시겠다는 하나님의 준열한 채찍질에 순종하는 길 외에 다른 길이 없습니다. 저를 안락의 자리에서 끌어내어 치열한 선교의 현장으로 이끌어내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립니다. 다시 안락의 자리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우리가 한목협을 시작할 때 나이가 50대였습니다. 그때 60대 목사님들을 모시고 한목협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50대였던 우리가 60대가 되었습니다. 그때 40대로 한목협에 참여했던 목회자들은 50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제 한목협의 운동을 위해서 새로운 주체가 필요한 때입니다. 우리들은 우리 믿음의 선배들처럼 하나님의 부르짖는 음성을 듣고 순종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하나님께서는 사자처럼 부르짖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새로운 한목협의 주역들을 부르시고 계십니다. 누가 이사야처럼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 응답할 것입니까? 저는 무엇보다도 에큐메니칼 진영에 속한 목사로서 한목협활동에 참여했습니다. 또한 에큐메니칼 잔영이 바로 저의 목사로서의 정체성이 형성된 고향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한목협에 참여한다는 이유로 우리교교단의 진보주의 자들은 저를 보수반동으로 매도했습니다.그러나 저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한목협이야 말로 열린진보의 길이라 자처하며 이 길을 기쁨으로 달려왔습니다. 돌아 보건데 저는 저의 생애의 대부분을 에큐메니칼 운동의 영역에서 활동했고 시간을 보냈습니다. <재단법인 한국 크리스챤 아카데미>에서 일했던 경험은 교회일치운동의 선구자인 강원용목사님을 통해 에큐메니칼운동을 배우는 기간이었습니다. 1980년 독일교회의 초청을 받아 6년 동안 독일교회에서 선교동역자(ecumenical coworker)로 일했던 기간은 세계교회 안에서 에큐메니칼운동에 선구적인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독일교회에서 몸으로 에큐메니칼 운동의 정신을 배우고 실천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독일에서 돌아와 제가 감당했던 한국기독교 장로회 신학연구소의 소장으로서의 경험이나 선교교육원원장으로서의 사역도 광의적인 의미에서 에큐메니칼운동의 정신을 실천 해가는 연장선장에 있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에서 활동했던 기간은 제가 젊은날에 한국과 세계에서 익히고 경험한 에큐메니칼 영성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기간 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이해하고 있는 에큐메니칼이라는 의미는 무엇인가를 설명해야겠습니다. 에큐메니칼이라는 말은 헬라어 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가리키는 “오이코스”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에큐메니칼 운동이란 단 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모든 사람이 함께 잘사는 세계일치와 교회일치를 이루어가는 운동입니다. 이를 위해 부름 받은 그리스도인들은 매일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자신을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자기가 속한 환경을 변화시켜가는 사명이 주어져 있습니다. 비록 저의 목회경험이 일천하지만 이제 비로소 목회자들과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지평을 갖게 되었습니다. 함께 하나님의 말씀에 비추어 우리 자신을 매일 십자가에 못 박는 자기 갱신의 노력과 우리가 속한 환경을 변화시키는 하나님의 동역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순례의 도정에서 서로 사랑하고 도우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참된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한목협의 앞날에 임마누엘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이 함께 하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한목협의 미래 방향성 강영만 목사(공동총무, 기하성 진흥교회) 1. 창립의 기초정신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이하 한목협)는 한국 교회의 갱신과, 분열된 한국 교회의 일치 및 사회와 국가에 대한 한국 교회의 책무를 수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 교회 주요 15개 교단의 감리교회, 나사렛교회, 성결교회, 성공회, 장로교회, 침례교회, 하나님의성회의 갱신단체에 속한 목회자들이 연합한 협의체이다.


창립당시 발표한 창립선언문에서 함께 한 목회자들은 먼저 교회분열이라는 부끄러운 역사를 그리스도의 몸 된 하나의 교회로 되돌릴 것과, 개혁교회의 전통에 굳게 서서 오직 믿음 오직 말씀 오직 은혜로만의 역동적 신앙을 실천하고, 목회현장을 바르게 돌보며 각 교단 안에 뿌리내린 세속적 부조리와 복음에 합당치 못한 행태들을 갱신해 나가는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며, 정의의 소리와 청빈의 삶으로 경제위기 속에서 고통당하는 실직자들과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돌봄으로 이웃과 하나님 앞에 우리를 헌신하며, 민족이 처한 분열의 아픔을 치유하고 총체적 위기 속에 살아가는 북한동포를 돕는 통일을 위한 화해와 평화의 사도로 섬기며, 생명을 살리는 기독교문화와 바른 삶의 윤리를 이룩하는 일에 힘쓰며, 세계교회의 흐름과 신학사조를 익히고 서로를 사랑으로 격려하며 한국 개신교의 일치된 역량을 복음의 능력으로 타오르도록 돕는 일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즉 한국 교회의 일치(Unity), 갱신(Renewal), 그리고 섬김(Renewal)을 위해 매진할 것을 다짐한 것이다. 그 후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2. URD운동 실천과정의 정신

1998년 11월 26일의 다짐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부침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립 때의 다짐을 잃지 않고 사역해서 오늘에 이른 것은 적어도 함께 한 목회자들이 다음의 세 가지 정신을 실천하며 달려왔기 때문이라고 본다. 어쩌면 이것은 한목협의 저변에 흐르는 정신이라고 평가해도 좋을 듯하다.


2-1. 자발성

소위 URD운동이라고 부를 수 있는 한목협의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 15개 교단 목회자협의회에 소속된 회원 목회자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정신에는 자기 헌신성이 있었다. 10여년의 과정을 돌이켜 보면 어떤 일에나 한목협 회원들이 보여준 주요한 자세는 먼저 자신을 내어줌이었다. 시간과 재능과 물질을 아까워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헌신한 목회자들이 있었기에 한목협의 URD운동은 때로는 소박하게, 때로는 힘 있게 추진될 수 있었다. 공동체의 생존과 역동성이 구조화 작업과 조직 이전에 구성원들의 자발성과 직결되는 것을 감안할 때 한목협 사역은 목회자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감히 평가할 수 있다.


2-2. 순수성

URD운동의 실천과정에서 한목협과 소속된 목회자들이 보여준 자세는 재정적 혹은 명예적 보상이 따르지 않더라도 영적인 명분과 대의가 있으면 무슨 일을 하든지 헌신한다는 순수성이 전제되어 있었다. 실리가 보이지 않아도 그것이 창립 때 다짐한 내용과 부합된 사업이고 사역이라면 순수하게 참여하고, 그 일이 성취된 것으로 우리는 기뻐하였다. 결국 순수성이 10년을 맞이한 한목협이 앞으로도 계속 URD운동을 수행해 나갈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3. 지속성

창립 당시 교계는 물론이고 한목협 내부에서도 가장 많이 우려했던 것은 “연합운동은 쉽게 지친다.”는 것이었다. 즉 한 번 저렇게 흥분되어 시작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열정이 식으면 흐지부지 될 것이라는 우려가 가장 컸다. 그러나 창립예배 때부터 잡았던 URD 방향성은 한국 교회와 한국 사회를 목회자들이 섬기는데 있어서 바른 지로(指路)였고, URD 과제를 실천하는 동안 오히려 동역자들의 마음은 “이 일은 당대만이 아니라 후대들에게도 이어져야할 과제”라는 의식이 통전적으로 형성되었다. 따라서 한목협은 일순간의 감정으로 시작되어 사그라질 운동이 아니라 지속성 있게 주어진 과제를 실천할 수 있는 동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3. 미래 방향성

상기한 정신으로 한목협은 지난 10년간 교단과 교파를 초월한 동역자들이 함께 어깨를 걸고 나름의 힘을 다해 달려왔다. 이제 한목협이 10주년을 맞으면서 통일시대가 멀지않은 미래사회 속에서 하나된 교회로 주님을 온전히 닮은 거룩한 교회가 되어 고통과 번민 속에 방향성을 잃어버린 세상을 온전히 섬기기 위해 부단히 자신을 살피면서 적어도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과제를 실천하는 목회자 공동체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물론 하기할 과제 외에도 더 많은 실천과제가 상황에 따라 첨가될 것을 전제하는 바이다.


3-1. 일치를 위하여(Unity)

그 동안 한목협은 분단과 양극화 시대에 생명과 자유, 정의와 평화를 위한 화해자로서의 교회가 되기 위해 분열의 역사를 넘어 이미 성령으로 하나 되게 하신 교회를 회복해야할 필요성을 절감해 왔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몸인 하나의 교회로 되돌리기 위하여 이기적이고 편협한 개교회주의를 지양하고, 교단과 교파를 초월하여 교회의 하나 됨을 위한 논의와 돌아봄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향후의 절대적 과제다. 특히 긴 시간동안 긍정적으로 논의해 온 한국기독교회협의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기구적 유기적으로 하나 되어 한국 교회와 한국 사회를 섬기게 되는 계기가 속히 일어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협력을 아끼지 않으며 모든 지혜와 힘을 모아 가는 것은 일치를 위한 한목협의 주요 미래 방향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일을 위해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추진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 열린대화마당의 지속적 개최와 한목협 산하 각 교단 목협과의 강단 교류 및 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위한 기도회

- 초교파 기독학생운동 활성화를 위한 지원과 젊은 목회자 모임 활성화 및 지원 및 다양한 목회자 모임과의 교류

- 양대 연합기구(KNCC, 한기총)를 비롯한 주요 기독교 기관들과의 연대 및 선한 시민단체와  연대

- 의식의 저변확대를 위한 한목협 소속 15개 교단 목회자 및 성도들의 교제의 장 마련 및 임원, 회원 연합 수련회

- 각 교단 목협 자체 지역모임의 네트워크 구성을 통한 일치 의식의 확산


3-2. 갱신을 위하여(Renewal)

한목협은 한국 사회가 직면한 갈등과 교회 부흥의 정체가 엄위하신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며 바로 섬기지 못했던 목회자인 우리의 책임인 것을 항상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목회자로 부름 받은 우리 자신의 갱신이 교회의 새로움과 사회변혁의 가장 중요한 초석이 된다는 것을 생각할 때 세상의 지배가치와 이념의 포로가 되지 않고 교회를 바르게 섬기기 위해 우리 자신이 먼저 죽는 밀알이 되는 것은 무엇보다 필요하다. 따라서 항상 성령께서 앞서 이끄시기를 소원하면서 하나님 앞에서 깨어 우리 자신을 진리로 살피며, 더욱 깊은 연대감을 가지고 갱신을 위한 실천적 대안제시를 위해 같은 뜻을 품고 헌신하는 것은 한목협의 주요 미래 방향성이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실천과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 교회개혁과제 연구 및 대안제시를 위한 URD연구소 설립 및 교회갱신을 위한 공동연대 활동

- 한목협 정신과 소명, 갱신사역을 소통의 언어로 알리는 정보화 사업과 뉴스레터 및 매거진(월간 크리스채너티 투데이 한국판) 발간과 확산

- 교계 및 일반 언론과의 정기적인 교류

- 인터넷 홈페이지 적극 활용


3-3. 섬김을 위하여(Diakonia)

하나님의 특별한 은총을 받은 한국 교회는 민족 분단, 세대간 격차, 이념 대립, 지역 갈등, 빈부격차, 생명과 환경의 파괴 등으로 고통하는 이 민족과 지구촌 앞에 ‘평화의 사도’가 되어야할 중차대한 책무가 있다. 따라서 이 사명 감당을 위해 한목협은 받은 모든 자원을 선용하여 교회 내의 디아코니아 활동을 활성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비인간화된 모든 사회구조적인 악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시민사회단체와 동역하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 역시 한목협의 미래 과제이다. 그러므로 여러 가지 이유로 고통 중에 있는 이웃들이 조금이라도 힘을 얻을 수 있도록 하나 되어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섬김을 위해 앞장 서기 위해 다음과 같은 구체적 실천과제가 필요하다.


- 소외된 이웃과 위기가정을 보듬는 재원 확보 및 돕기

- 통일시대를 내다보며 섬겨야할 영역을 찾고 주요 기관과 연대하여 사역

- 한국 교회가 당면한 주요 이슈에 대한 대안제시 운동 및 깊이 있는 연구와 토론을 거친 대안적 성명 및 선언서 발표

- 섬김을 통한 일치운동의 활성화


4. 맺는말

급변하는 한국 사회 속에서 영적 지도자로 부름 받은 목회자들이 정체성, 방향성, 실천과제 등을 진지하게 되돌아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한목협이 뜻 깊은 창립 10주년을 맞아 사회적 신인도가 그 어느 때 보다도 낮아진 한국 교회의 개혁과 갱신을 위해 목회자들의 회개운동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데 다시 인식을 같이 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따라서 한목협에 소속한 나 자신부터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 일체의 물량주의와 성공주의, 외식주의, 세속적 인본주의의 껍질을 벗고 바른 영성의 삶을 솔선수범함으로써 모든 성도들이 하나님 나라 건설에 동참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새롭게 다짐하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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