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물량의 30%를 겨우 채웠다는 소식이 방송가에서 흘러나오는 걸 보니 불황이 깊긴 깊은가 보다. 요즘 같은 때 주머니가 넉넉하다면 좋은 시간대에 광고할 수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홍보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신문 하단이나 뉴스 시작 전이 아닌, 신문 상단이나 뉴스 시간에 거론되기 위해 보이지 않는 홍보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책을 낼 때마다 홍보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절절히 느낀다. 출판 불황이라고 하면서도 책은 쏟아져 나오고, 소개할 수 있는 지면이나 프로그램은 적으니 도리가 없는 것이다.

섭외 거절하는 사람 꼽아보니

전문대행사에 광고와 홍보를 맡기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회사와 단체가 많지만, 세상에는 언제나 예외가 있다. '제발 한번 출연해 주십시오', '제발 인터뷰 한번 합시다'라고 제아무리 공을 들여도 눈도 깜짝 안 하는 이들이 있다.

콧대 높은 스타들이 여기저기 출연해서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자신이 출연한 드라마나 영화를 개봉할 때. 하지만 그럴 때조차 나타나지 않는 스타도 있다. 엄청난 선행을 베푼 뒤 꽁꽁 숨어버려 기자를 애태우게 하는 분들도 있다.

진짜 섭외하기 힘든 부류라면 좋지 않은 사건에 연루되었거나, 개인적인 아픔을 겪은 명사를 들 수 있다. 그들이 언론에 나와서 아픈 기억을 떠올리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근성있는 담당자들은 그들을 불러내고, 그 일로 그들은 다시 대중과 친숙해진다.

섭외하기 힘든 또 다른 부류를 꼽으라면 아마 기독교 목사들도 빠지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목사들이 언론을 기피한다기보다 보좌하는 비서나 직원들이 홍보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지도 모른다.

예전에 기독교 관련 책을 내느라 규모가 좀 큰 교회의 직원들과 전화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정식으로 홍보실을 설치하거나, 홍보관련 직원을 배치한 교회가 손꼽을 정도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좀 놀랐다.

대개의 회사는 직원이 몇 십 명만 되어도 홍보직원을 배치하고, 작은 규모의 정부단체나 사회단체에도 대부분 공보직원이 있다. 교인 1만 명이 넘는 교회가 수두룩하지만 홍보 직원을 둔 교회가 극소수라는 건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대외 창구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많은 교회에서 "성경에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다. 교회에서 하는 일을 알릴 필요가 있나"라는 답변을 들려주었다.

많은 회사들이 작은 일을 하고도 보도자료를 돌리건만 대단한 선행을 한 교회에 기자가 먼저 취재 요청을 해도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우리 사회 구제의 70%를 책임진다는 기독교계의 활약이 잘 알려지지 않아 기독교 험담을 담은 악플이 넘쳐난다.

아무리 대형교회여도 개별교회는 그렇다손 치자. 목사가 어떤 단체의 수장을 맡았을 때는 대처가 달라야 한다. 공인으로서 사회의 물음에 충분한 답변을 해야 할 책임이 생겼기 때문이다.

교회 선행도 제대로 알려야

최근, 여러 교회가 힘을 합쳐 진행하고 있는 멋진 프로젝트를 알리기 위해 대표 목사의 비서에게 수없이 연락했지만 시간을 낼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모 단체장 목사의 비서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도 스케줄 잡기 어렵다는 말만 계속 들려왔다.

연말연시라 시간 내기 힘든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비기독교 매체에서 기독교계의 미담을 알리고 싶어 요청한 인터뷰를 거절한 일, 홍보에 사활을 건 기업 측에서 본다면 '지독하게도 비효율적'이라고 하지 않을까.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고 싶어도 웬만한 건 인터넷에 다 알려진다. 우스갯소리로 PR(public relation)을 '피할 건 피하고 알릴 건 알린다', '피가 나도록 알린다'라고 한다. 그만큼 힘들고 중요하다는 뜻이다. PR을 제대로 못하면 나중에 '피하고 싶은 것만 알리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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