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박영수 목사
사진/ 박영수 목사

집수리 / 박영수

이번 주 노회를 마치고 나면 수요일부터 열흘간 이웃교회 목사님이 거주하시는 사택 수리를 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한 주 전에 일부분만 수리하려고 했었는데 집안 곳곳에 개미들이 집을 지어 집단 서식을 하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특이한 것은 이 개미들은 집안의 도배지를 먹이로 삼고 거주하기에 무한정 불어날 수 있는 기가 막힌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집 전체를 뜯어내고 골격만 남긴 채 다시 작업을 하기로 했답니다.

제가 본업은 목회인데  이렇게 집수리에 취미(?)를 들이게 된 지는 꽤 오래된 것 같습니다.

1997년도, 진주노회 농어촌부 사역을 하면서 비가 새는 교회와 사택을 베테랑 방수기술자이신 사남중앙교회 우문석 목사님과 10여 년을 함께 다녔답니다.  그 후에는 지금은 은퇴하신 영대교회 이종형 목사님의 뒤를 따라다니며 조금씩 익히다 보니 이제는 집 전체를 수리할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 일이 재미가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수고한 만큼의 결과를 그대로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박은 못 하나, 내가 붙인 나무 한 장,  그 어느 것도 변함없이 그 자리, 그곳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지요.

늘 작업을 하면서도 기쁘고 즐거운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직한 그들에게서 저는 인생을 배웁니다.

그리고 겸손이 무엇인지를 깊이깊이 못처럼 가슴속에 박습니다.

내가 흘린 땀방울이 조금도 거짓 없이 그대로 아름답게 꾸며진 방이 되고 가구가 되어 주기 때문이지요.

이런 기쁨에 이리저리 주로 교단 안에 있는 교회와 사택을 수리하러 다닌 지도 벌써 20여 년의 세월이 흘러가고 있네요.

이 글을 적으면서도 지금 다 뜯어 놓은 이웃교회 목사님의 사택이 새롭게 단장될 것을 생각하면 혼자 기쁨에 들뜹니다.

그 교회 사모님은 붙박이장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고 하셔서 방마다 붙박이장도 만들어 보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일이 가능한 것은 저와 함께 이 일을 하시는 샘물교회 신봉용 목사님이 가구 전문가이기 때문입니다.

또 전기공사를 해주실 목사님도 계시기 때문에 이 모든 일이 가능하게 되었답니다.

무엇보다 교회와 사택 일은 누구보다 같은 목회자이기에 그 필요를 더욱더 세밀히 알고 있기에 그것들을 채워 드릴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요즘은 이렇게 저처럼 일하는 목회자들을 일목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일목들에 비하면 저는 이중직의 수준에는 못 미치는 것 같습니다.

나 스스로 사람들에게 저의 하는 일을 소개할 때는 취미생활이라고 합니다.

남들이 들으면 이상할지 모르지만, 이 일을 하면 즐거운 것을 보아서 취미생활이 맞다고 여겨집니다.

부디 하나님께서 나의 취미생활이 중단되지 않도록 건강과 형편을 허락해 주시길 기원해 봅니다.

 

글쓴이
박영수(덕암교회 담임목사)
박영수(덕암교회 담임목사)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