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가 임하는 성탄절에 다들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다. 프리랜서들은 일감이 줄었다며 탄식하고 직장인들은 자리가 불안하다고 난리들이다. 펀드와 주식이 뭉텅이로 날아가 버려 머리 싸매고 누운 사람도 많다. 집 가진 사람들은 팔아서 대출금 갚아야 하는데 도통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이런 판국에 해법을 찾아내야 할 국회에서 망치와 전기톱이 등장하는 활극이 벌어져 전 국민의 혈압이 올라갔다. 설상가상 타협안을 내놔야 할 책임자들과 각당 대변인은 독한 말로 핏대만 세우고 있으니 그저 눈 막고 귀 닫고 지내고픈 심정이다.

절대적으로 힘든 사람들은 누가 구제할 것이며, 줄어드는 일거리는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문제 발생 사이렌은 크게 울리건만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거창한 정치적·경제적 해법은 책임자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주변을 돌아보자.

성탄절에 들리는 탄식과 한숨

대학 동기 A의 사건이 새삼 떠오른다. 대학교 1학년 때 기숙사에서 생활했는데, 싸고 편리한 대신 각종 규제가 진 치고 있었다. 벌점 15점이 쌓이면 바로 보따리를 싸야 할 정도로 엄격했다. 특히 무단 외박과 외부인 재워주기는 바로 퇴사 조치에 해당되었다.

용감한(?) A는 무단으로 외박해 단 한 달 만에 기숙사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어느 날 A가 기숙사로 놀러 왔고, B의 방에 모인 우리는 기숙사 문이 닫힌 줄도 모르고 얘기꽃을 피웠다. 급기야 암행에 나선 사감에게 들켰고 사감은 그 자리에서 B에게 벌점 15점을 부과했다. 그러자 A는 내가 가면 벌점 안 받아도 되는 거 아니냐며 일어섰고, B는 밤이 늦었는데 어떻게 가느냐며 울먹이더니 벌점 15점을 받겠다고 했다. 한밤중에 규칙만 내세운 사감은 난감한 표정이었다. 그때 같이 떠든 죄책감에 어리벙벙하고 있던 내게 묘안이 떠올랐다.

"벌점을 나눠서 주세요. B랑 저랑 7.5점씩 받으면 되잖아요."

그 결과 A는 그날 기숙사에서 잘 잤고, B는 쫓겨나지 않았으며, 사감의 권위도 땅에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남의 방에 놀러와 함께 떠든 죗값을 치러서 홀가분했다.

며칠 전 TV 프로그램에서 가수 장윤정씨가 자신이 4년간 신용불량자로 살았던 시절의 삶을 공개했다. 한겨울에 냉방에서 지내며 찬물로 샤워한 얘기를 듣고 있자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한 달에 고작 3만원으로 생활할 때 친구들이 도시락을 들고 방문해 나눠 먹고는 "이 돈 오다가 주웠다"며 놓고 갔다고 한다. 장윤정씨는 "힘들 때 혼자 고민하다 낙심하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용기를 가지라"고 권했다.

내년은 정말 힘들 거라는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워낙 비관적인 말들이 많아 걱정에 치여 죽을 판이다. 염려하기보다 짐을 나누어 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자.

자신을 희생하여 인류를 구원하고자 예수가 인간의 몸을 입고 세상에 오신 날이다. 공생애 3년 동안 나눔을 몸소 실천한 예수는 여호와를 경외하고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반은 이기고 들어가는 역경

이집트 총리 요셉은 풍년일 때 곡식을 잘 저장했다가 흉년이 들자 중동 일대 국가를 다 먹여 살렸다. 인터넷으로 설교를 듣는데 이 말이 귀에 박혔다.

"요셉처럼 준비를 잘 해서 다른 사람 먹여 살리는 능력의 통로가 되는 축복이 임하길 빕니다."

10년 전에는 무방비 상태에서 경제 위기를 맞았지만, 이번에는 알고 맞는 고난이니 반은 이기고 들어가는 셈이다. 예수님이 가르쳐준 나눔의 미학으로 고난을 따뜻하게 이겨내자. 곤경에 처한 나그네를 구한 것은 솔선수범하겠거니 믿었던 제사장이 아닌 천대받던 사마리아 사람이다. 남에게 도움을 주는 능력의 통로가 되고자 결심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빨리 웃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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