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은 우리 국민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격언이다. 일반적으로 단재 신채호 선생이 한 말로 알려져 있어 반일운동과 관련될 때 자주 등장한다. 일제 침략이라는 과거의 역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채 기형적으로 발전해 온 한국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1-2년 전, 전국적으로 일본 불매운동이 펼쳐지고, 반일 감정이 정점에 다다랐을 때 너도나도 앞다투어 이 글을 인용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필자는 오늘 동일한 이 격언을 6·25전쟁 71주년을 앞두고 있는 우리들에게 던져보고자 한다. 적용 대상은 일본이 아니라 중국이다. 6·25전쟁은 소련과 중국을 등에 업은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발생한 한국 현대사의 비극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사건이다. 며칠만에 끝날 것이라 기대했던 전쟁은 무려 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이어지게 되었고, 남북을 비롯하여 UN참전 용사 모두를 포함하면 약 400만여 명의 군인과 민간인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전 국토가 초토화 된 참혹한 결과를 초래했다. 그 내용은 모두가 알듯이 중공군의 개입이 없었다면 한반도 전체를 회복할 수 있었는데, 중공군의 개입으로 인해 오늘날과 같은 현실이 된 것이다.

전쟁발발 71주년이 된 지금 한국 사회를 돌아보면 과연 선조들이 피흘려 지킨 자유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염려만 늘어날 뿐이다. 6·25전쟁 참전용사들이 여전히 살아계심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작금의 현실을 바라볼 때,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무슨 일이 있는지 하나씩 살펴보자.

파주에서 열렸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군인 추모제

지난 2019년 3월 25일 파주시 적성면의 적군묘지에서 '제3차 파주 적성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군인추모제'가 열린 것이 며칠 후에 기사화 되었다. 해당 묘지는 6·25전쟁 당시와 그 이후에 수습된 북한군·중공군 유해를 묻은 곳인데, 북한군 유해 718구와 중공군 유해 362구 등 총 1080구의 적군 유해가 묻혀 있는 곳이다. 적군묘지는 '제네바 협약(적군의 주검 존중)'에 따라 국방부가 1996년부터 조성하여 관리했고, 2019년 2월부토 경기도로 이관해 경기도과 관리중이었다. 문제는 이곳에 지역 국회의원을 비롯하여 파주시장, 시·도 의원들이 참석하여 구설수에 오른 것이다. 특히, 파주 을 지역구 국회의원인 박정 의원은 당시 서해 수호 55용사를 기리는 '제4회 서해수호의 날'기념식에는 참석하지 않으면서, 소위 '북한군인 추모제'에는 참석하는 모습을 보여줘 많은 지탄을 받았다. 박정 의원은 현재 21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종전선언 및 남북공동선언 국회비준동의'를 얻기 위해 힘쓰고 있다.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제주서 열려

올해는 중국 공산당 창당이 된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중국은 올 7월 1일에 천안문 광장에서 경축행사를 열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공산당 창당 기념행사의 일환인 사진 전시가 한국에서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19일 제주시 해안동 캠퍼트리 호텔에서 '백년의 역사, 찬란한 성과'라는 주제로 중국발전 사진전이 개최되었다. 싱하이민 주한 중국대사,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 송재호 국회의원, 오형훈 국회의원, 문대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 등이 참석했고, 더불어 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원희룡 제주지사가 축하영상을 보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축사에서 "지난 100년간 중국 공산당의 대장정은 파란만장했지만, 초심은 더욱 견고해졌다"며 "선배들이 고난 속에서 맺어온 우정은 양국의 협력과 발전에 있으 무궁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은 축사에서 "중국이 시련을 극복하며 오늘의 번영을 이룩한 역사를 사진전을 통해 느꼈다"며 "전시회가 제주와 중국간의 우정이 더욱 깊어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진전에는 중국 공산당의 100년 역사를 돌아보는 사진 70장이 전시되었다.

강원도 차이나 타운 논란

얼마전에 나라를 떠들썩 하게 만든 이슈가 있었는데, 강원도에 대규모 차이나 타운 건설을 한다는 소식이다. 이는 춘천과 홍천 일대에 120만㎡의 터에 한국과 중국의 문화 콘텐츠를 소개하는 테마형 관광지를 만드는 것이 사업의 기본 틀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인들이 거주하는 '차이나 타운'이 아니라 문화적인 교류를 하는 '한중문화타운'이라는 주장이다. (주) 코오롱글로벌이 중심이 된 민간기업 등이 2018년부터 강원도와 업무협약을 맺고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사업은 국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사업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지만, 강원도는 중국 문화와 자본 유치를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5월 3일 강원도와 강릉시는 '정동진 차이나 드림시티' 사업이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중국 자본 샹차오홀딩스와 외자를 유치하여 약 4800억의 에산을 확보해 정동진 일대 50만㎡ 부지에 콘도, 호텔, 미술관 등을 갖춘 테마형 관광 단지와 복합 관광 리조트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현재 많은 국민들이 반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 박탈과 국가보안법 폐지

국회는 작년 12월 국가정보원법 개정을 진행하여 국내정보 업무 수행 근거 삭제 및 대공 수사권을 박탈당해 2024년까지 경찰에 이관해야 한다. 이는 2009년부터 2012년 12월까지 민간인으로 구성된 댓글여론 조작팀 30개를 운영한 일이 발각되어 후속 조치로 이루어진 일이다. 문제는 국정원의 정치 관여 금지를 위한 조치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국내 정보 수집 및 대공수사권까지 박탈된 것이다. 문제는 이뿐 아니다.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7조 폐지를 위해 현 여당을 중심으로 여러 단체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국보법 7조는 '반국가단체에 대한 찬양·고무 선동죄를 규정한 조항'으로, 국보법 위반자의 90% 이상에게 이 조항이 적용돼 국보법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국보법 폐지 국회 청원이 10만명의 동의를 받아 법사위에 회부되었고, 진보적 성향을 가진 종교·시민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국보법 폐지를 통해 국보법 위반으로 복역중인 이석기를 살려내기 위한 시도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김일성 회고록 출판과 김정남 암살 과정 다룬 美 다큐 불허

북한 김일성 주석의 항일무장투쟁사가 담긴 것으로 일려진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가 8권 세트로 국내에서 처음 출간되었다. 김일성 미화와 사실관계 오류 등 회고록 내용에 논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북한에서 출간된 원전을 그대로 옮겨 출판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출판사로 등록된 민족사랑방은 사단법인 남북민간교류협의회 이사장을 지낸 김승균 씨가 대표로 되어 있는데, 그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논란이 있는 건 알지만 회고록은 김일성 주석이 어릴때부터 학창 및 항일운동 시절까지 활동한 내용이라서 국내에서도 충분히 소개할 수 있다고 본다"며 "우리 헌법도 언론 및 출판, 양심의 자유를 인정한다"고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법치와 자유민주주의연대'등은 이 책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재판장 박병태)는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경찰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출판사와 대표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정남 암살사건을 다룬 미국 다큐멘터리 영화 '암살자들(Assassins)'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로부터 예술영화로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태영호 국회의원은 "국민들은 '김일성 회고록'은 어떻게 허용되고 영화 '암살자들'은 왜 안되는지 알고 싶어 하고 있다"며, "'김일성 회고록'인쇄물은 통일부로부터 반입 승인을 받지 못해 우리 출판물 진흥법과 대통령령에 따라 명백히 유해물 심사 대상인데 출판물 윤리 위원회는 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위법 결정을 내렸다"고 전하면서 아쉬움을 표했다.  '암살자들'은 김정남이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두 여성에 의해 피살된 사건을 재구성한 작품으로, 지난해 독립영화 축제인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6·25전쟁을 기억하라

우리는 근대사를 기억한다고 할 때, 주로 일제의 잔혹한 침탈과 수탈의 역사만을 떠올린다. 조선인들을 인간 이하의 대우를 하고, 위안부 및 생체 실험과 같이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기에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불법 남침으로 인해 이 땅의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북한과 중국의 만행이다. 이들의 침략으로 인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고통을 당했다. 어쩌면 일제의 만행보다 우리에게 더 깊은 상처를 가져다주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요 근래 한국 정치인들이 보이는 행보나, 시민단체들이 하는 행동들을 보면 북한과 중국의 만행을 잊고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전쟁 참전 용사들이 여전히 살아계신데, 그들에게는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경제인들과 기업인들이 참전용사들을 챙기고 있고, 새에덴교회, 새로남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등 한국 교계 안에서도 이들의 노고와 수고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속적으로 보은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을 이중의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되었다. 일제의 만행을 기억함과 동시에 북한과 중국의 만행 함께 기억해서 우리나라가 다시는 공산정권의 침략에 짓밟히지 않도록 해야 하며,  한국 교회 역시 공산정권 아래에서 핍박받고 박해 받는 일이 없도록 늘 깨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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