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을 봉사에 바치다 12일 세상을 떠난 고 정만식(향년 66세) 전 목원대 사회과학대학장. /목원대 제공

쓰레기통 뒤지던 전 대학 학장 천국으로


 

   
▲ 평생을 봉사에 바치다 12일 세상을 떠난 고 정만식(향년 66세) 전 목원대 사회과학대학장. /목원대 제공    
 
쓰레기통을 뒤지며 평생을 봉사에 바치던 전직 대학 학장이 후진국에서의 봉사활동이라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갑자기 별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목원대 사회과학대학 학장으로 재직하다 2003년 8월 정년 퇴임한 정만식(향년 66세)씨가 12일 오후 숨을 거뒀다.

고인은 교수로 재직하던 1992년부터 매일 아침 일찍 집 근처 산에 올랐다 돌아오는 길에 골목 구석구석에 버려진 옷가지와 장난감 가운데 쓸만한 것들을 모아 깨끗하게 빨고 닦아 틈이 날 때마다 복지시설에 전달해 왔다.

복지시설에 전달하기 전에는 이를 받을 사람들이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반드시 자신이 먼저 사용했다.

그는 봉사활동 초기 모은 옷가지를 학교에 가져와 세탁한 뒤 교내 나뭇가지에 널었다 동료 교수들로부터 “빨래를 집에서 하지 왜 학교에서 하느냐”는 오해도 샀으며 고물 수집상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여러 차례 했다.

정씨의 봉사활동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그가 가르치던 학생들까지도 주변에서 버려진 장난감 등이 눈에 띄기만 하면 정씨의 연구실로 가져오고 매 학기 1차례 그와 함께 복지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져 2001년 스승의 날에는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정년퇴직 후에는 언젠가 남미 개발도상국에서 자비(自費) 봉사활동을 펼치겠다며 봉사활동 중 자동차를 고쳐야 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2004년 3월 한국산업인력공단 충남직업전문학교 카 일렉트로닉스과에 입학해 자동차 정비기술을 배우기 시작, 같은 해 연말까지 5개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스페인어 공부에도 열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2004년 여름 모 제약회사의 관절염 치료제 광고를 찍은 정씨는 광고 출연료로 현금이 아닌 퇴행성 질병 치료약을 요구해 자치단체나 사회단체를 통해 생활이 어려운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인생의 마지막 봉사열정을 불태우려던 그는 그러나 지난달 초 기침을 하다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자 종합병원에 입원해 정밀검진을 받았다.

검진 결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간암 말기 판정.

그러고나서 채 한달도 되지 않아 그는 끝내 그를 존경하며 따르던 제자들과 도움을 받던 이웃들을 남긴 채 하늘나라로 떠났다.

제자 김종천(40.목원대 교직원)씨는 “제자들에게 교수님은 스승이기 전에 아버지셨다”며 “천진난만한 웃음을 만면에 지으며 들뜬 기분으로 남미 봉사활동을 떠날 준비를 해오셨는데 그 꿈을 피워보기도 전에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시니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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