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스 목사 부인의 사랑, '죽음의 날'을 '용서의 날'로 승화

3월 8일 주일 아침. 미국 중부 일리노이주 메리빌에 있는 제일침례교회 주일 첫 번째 예배는 8시 30분부터 시작된다. 150명의 교인들이 자리에 앉았고, 이 교회 담임 프레드 윈터스 목사는 설교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낯선 청년 한 명이 윈터스 목사에게 다가가 무엇인가 대화를 나누더니, 갑자기 총을 꺼내 네 발을 쏘았다. ▲ 3월 8일 주일 아침 예배 시간에 갑자기 나타나 총을 발사한 27세의 청년 테리 세들러세크(왼쪽)와 그가 쏜 총에 맞아 죽은 프레디 윈터스 목사(오른쪽). 첫 번째 총알은 윈터스 목사가 들고 있던 성경책을 산산조각으로 만들었다. 교인들은 이때까지만 해도 미리 준비한 드라마의 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설교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설교 전에 간단한 드라마를 연출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번째 총알이 윈터스 목사의 심장을 관통해 그를 쓰러뜨리고 나서야 드라마가 아니라 재앙이 실제로 벌어졌다는 걸 깨달았다. 윈터스 목사뿐 아니라 범인을 제어하려던 교인 두 명이 그가 휘두른 칼에 찔렸다. 그중 한 명은 다행히 경상이나 다른 한 명은 중태에 빠졌다. 범인은 자해를 시도, 그 역시 목에 치명상을 입었다. 주일 아침 예배가 순식간에 참사로 둔갑했다. 교인들은 두려움에 떨며 소리 지르거나 바닥에 엎드려 기도했다.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은 범인을 체포했다. 범인은 27세의 청년 테리 세들러세크. 그의 가족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한때 정신이상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최근 들어 미국 교회 내에서 총기 사고가 자주 일어나고 있으며, 이번 사건도 그중 하나로 잠시 우리의 기억 창고가 보관되었다가 이내 삭제되었을 법하다. 그런데 일주일 만에 이 사건은 전혀 다른 얼굴로 우리의 기억 창고에 되돌아왔다. ▲ 프레디 윈터스 목사는 한 여자의 남편이자 십대인 두 딸의 아버지였다. 남은 가족은 범인을 용서하고 사랑하기로 했다.
윈터스 목사는 1987년 이 교회에 부임해 22년간 목회했다. 처음에 왔을 때 교인 숫자는 30명 정도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1,200명이 모이는 큰 교회로 성장했다. 황무지와 같은 곳에서 목회를 정말 열심히 해서 꾸준히 성장했다고 동료 목사들은 평했다. 그는 미스웨스턴 뱁티스트 신학교의 외래교수도 맡고 있었다. 그는 무엇보다 한 아내의 남편이자 십대인 두 딸의 아버지였다.

범인과 윈터스 목사가 어떤 관계였는지, 왜 그를 죽였는지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범인은 자신의 노트에 범행 당일을 '죽음의 날'이라고 썼다. 우발적인 범행이 아니라 의도한 살인극이었음을 암시한다.

제일침례교회는 윈터스 목사 유족을 위해, 중상을 입은 교인과 그 가족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웹사이트에 공지했다. 아울러 범인과 범인의 가족을 위한 기도도 빼놓지 않았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3월 16일 월요일 아침, 윈터스 목사의 아내 신디 윈터스가 CBS 프로그램 'The Early Show'에 나왔다.

신디는 불과 일주일 전에 끔찍한 살인극으로 남편을 잃었다는 사실을 도무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얼굴에 가벼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범인 세들러세크를 미워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딸 역시 "이 모든 일을 통해 그가 예수를 사랑하는 걸 배우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하나님이 그가 지은 죄에도 불구하고 그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되기를, 예수와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되기를, 그것을 통해 마침내 희망과 용서와 평화를 발견할 것을 가족 모두가 간절히 바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CBS 방송 보기)

   
 
 

▲ 3월 16일 월요일 아침, CBS 프로그램 'The Early Show'에 나온 윈터스 목사의 아내 신디 윈터스는 범인이 이번 일을 통해 희망과 용서와 평화를 발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확신한다고 얘기했다.

 

예수님의 대속 사역 40일 기간을 상징하는 사순절이 2월 25일부터 시작됐다. 윈터스 목사는 사순절 기간 초반에 범인의 암시처럼 '죽음의 날'을 맞았다. 그의 가족은 사순절의 꼭 절반이 된 3월 16일 범인을 용서하고 사랑한다면서 '용서의 날'로 맞았다. 제일침례교회 교인들과 윈터스 가족이 곧 맞을 '부활의 날'에는 예수의 죽음과 용서와 부활의 의미를 온몸으로 온전하게 느끼게 될 것 같다.(뉴스앤조이제공)
 
김종희 / <미주뉴스앤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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