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2002년 세 아이를 데리고 캐나다 밴쿠버로 떠나버린 개그우먼 이성미(50)씨를 지난 26일 만났다. 이씨가 한국에 온 것은 1년6개월만이었다. 2주간의 방문을 마치고 여느 때처럼 조용히 돌아가려던 그녀를 운좋게 불러 앉혔다.

-요즘 박미선씨나 최양락씨 인기가 대단합니다. 같이 활동했던 사람들인데 기분이 어떠세요?

"좋죠. 특히 박미선은 워낙 오래된 동생이예요. 미선이, 송은이, 경실이, 홍렬이형 등과 전화 자주 해요."

-지난 7년간 인터뷰가 거의 없던데 일부러 피하신 건가요?

"바깥에 나가 있다 보니까 알릴 일도 없어요. 그냥 평범하게 순리대로 사는 거죠. 아이들 키우고 7년을 살았어요. 아이들하고 그렇게 있었던게 가장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을 언제 그렇게 돌보겠어요. 아이들 뒷바라지 할 수 있는 용기를 준 하나님께 감사해요. 처음에 저 갈 때 다들 '얼마나 있겠어' 그랬어요. 그런데 요즘은 '얘가 정말 안 오네' 그래요. 5년쯤 지나니까 그런 얘기들을 해요."

-캐나다 생활과 한국 생활을 비교한다면?

"한국에 있는 시간은 어떻게 보면 생활이나 신앙에서 날라리였죠. 밴쿠버에서 7년동안 살면서 새벽기도를 3년간 다녔어요. 새벽기도를 하는 과정에서 인생의 관점을 하나님의 마음으로 바꿔주셨어요. 사람관계에 많이 여유로워지고. 예전에는 비판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이해하게 돼요. 아무리 이상한 사람을 봐도 저 사람은 저 모양 그대로 쓰시는 구나, 그렇게 생각하게 됐어요. 어려움이 있는 친구를 위해 기도하는 것 배웠고. 귀 있는 자가 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연예인 할 때는 어떤 엄마였나요?

"아이들에게 늘 미안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무얼 향해 그렇게 달려갔나 싶어요. 아이들이 엄마를 생각하면 살갑게 기억할 게 없는 것 같아요. 바쁘다는 핑계로 그런 걸 만들어주지 못했어요. 그래서 미안했는데 가서 맘껏 했어요. 예전엔 일하는 아줌마가 했던 일인데 제가 다 했죠. 아침 해먹이고 도시락 싸고 라이드 해주고 난 후 집에 와서 청소하고 정리하고. 낮에는 혼자 앉아서 성경 보고 CGN TV도 보고 동네 아줌마들과 수다도 떨고. 그러다가 오후가 되면 애들 데려오고 간식 먹이고 저녁 먹고 자고. 제가 해야 할 일이 그거잖아요."

-그런 생활이 지루하지는 않았나요?

"지루하거나 무료하다거나 생각한 적은 없고, 힘들다고 생각될 때는 있었어요."

-애들과 있어보니 뭐가 제일 좋으세요?

"하루 종일 '엄마'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잖아요? 엄마 나 뭐 먹고 싶어, 엄마 나 뭐 해줘, 계속 이러니까. 애들과 살 부대끼고 사는 것이 좋아요. 안아주고 스킨십할 시간도 많아요. 그런 게 행복이죠. 아이들 눈만 봐도 좋고,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고, 아프면 내 가슴도 아프고. 그런 하루 하루가 모여서 7년이란 세월이 된 거예요. 제가 좀 엄한 엄마예요. 사랑해 주지만 지킬 건 지키게 하죠. 특히 인사나 분리수거 교육은 엄격하게 시켜요. 하나님이 내게 맡긴 아기를 잘 키우고 왔다는 칭찬을 받고 싶어요."

-아이들이 많이 컸겠네요?

"큰 아들은 대학교 1학년, 둘째는 초등학교 6학년, 막내는 2학년이예요. 도시락 매번 싸는 게 힘들었어요. 여기같으면 학교에서 급식을 했을텐데. 그래도 제가 매일 싸줬어요. 저는 중학교 때부터 자취를 했기 때문에 제 도시락을 제가 쌌어요."

-큰 아이는 이제 독립할 나이가 됐네요.

"큰애가 스무살 되면서 독립하라고 했어요. 앞으로 네가 벌어서 네가 살아야 될 나이가 됐다, 독립해라. 허허벌판에 섰을 때 하나님께 물으며 관계가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큰애가 '엄마가 나 해줄 수 있잖아?' 그래요. 그래서 내가 '물론 그럴 수 있다. 그렇지만 고생하고 힘드는 경험이 너 사는데 도움이 되고 남을 아는데 도움이 된다' 그렇게 설득하고 있어요. 아이가 필요하다고 부모가 다 해줄 수는 없어요. 내가 죽고 나면 도와줄 사람이 없잖아요? 도와주기만 하면 연약해질 수 있어요. 저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자기 일에 책임지라고 교육해 왔어요. 결정을 하면 댓가를 치러야 하고. 태권도를 배우고 싶다고 했으면 최소한 1년을 다녀야 한다고 식이죠. 저는 남자 애들은 강하게 키우고 싶어요. 제가 살아 있을 때 더 훈련이 돼야 해요."

-조기유학을 결정한 이유는?

"큰애가 초등하교 4학년 때부터 유학가고 싶다고 했어요. 제가 떠날 수가 없어서 계속 미뤘죠.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니 마음이 무너지더라구요. 버팀목이 사라진 느낌이랄까. 아무 기쁨도 없고 의미도 없고 그랬어요. 아버지가 없다는 게 날 많이 힘들게 했어요. 여기서 이렇게 병들어 사느니 떠나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조기유학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아이들 혼자 유학 보내는 건 반대하는 편이예요. 낯선 땅에서 영어 공부하면서 누구한테 말도 못 하고. 금토일 그 시간이 특히 외롭잖아요. 애들이 자꾸 바깥으로 돌 수밖에 없어요. 애들이 혼자 있으면서 오갈 데가 없어요. 바깥에 나와 있는 아이들 보면 안타까워요. 사실은 그런 거 하고 싶었어요. 데려와 밥 먹이고 영화 보여주고. 마음이 짠해요."

-2002년 당시 어떻게 그렇게 쉽게 떠날 수 있었나요?

"남들은 용기라고 하는데 저는 굉장히 쉽게 놓을 수 있었어요. 마흔이 넘었고, 아이들에게 미안했고, 저도 너무 일에 치여 산다고 생각할 때 떠난 것 같아요. 저는 '여기서 그만' 그러면 뒤돌아 보지 않는 거 같아요. 마흔이 돼서 같는데, 오십이 돼서 돌아오니 오히려 열정이 더 많이 생겼어요. 제게는 하나님이 주신 마음이 있어요. 후배들을 위해 기도하고 사랑하고, 그런 일을 하고 싶어요."

-인기를 놓는 일이 쉽지 않았을텐데.

"저는 늘 어른은 어른다워야 한다고 생각해 왔어요. 인기를 누리고자 하면 힘들 수 있는데요, 지금 누리고 있는 게 소중하지만 그게 다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일을 하면서 인기를 얻은 거지, 인기를 얻으려고 일을 하는 게 아니니까요. 돈, 인기, 명예 이런 것들은 붙잡으려고 하면 도망가잖아요."

-오십이 됐는데 소감은?

"오십이면 어른이 됐잖아요? 마흔이랑 많이 달라요. 오십이 되니까 약간 물렁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날카롭고 뾰족한 게 아니라 부드러운 게 어른이더라구요. 어른으로 할 일이 뭔가 생각해요. 누군가 날 찾아와서 힘들다고 하면 안아줄 수 있는 선배, 내게 와서 울고 가도 되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요즘 누굴 위해서 기도하고 있나요?

"많아요. 그래도 박미선, 송은이, 김형철, 이경실 등을 위해 늘 기도해요."

-혹시 최진실씨와는 아는 사이였나요?

"아니요, 모르는 사이였어요. 그래도 진실이 그렇게 됐을 때는 참 많이 가슴 아팠어요. 뭐든지 엄마 입장이 되는데, 얘들은 어쩌나, 그런 생각부터 들었어요. 본인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싶어요. 인터넷 댓글 올라와도 나만 아니면 돼요. 저는 '하나님 내 맘 아시죠?' 그렇게 생각해요. 그러면 '내가 너를 안다' 그렇게 답변해 주시죠. 연예인들도 위로받는 곳이 있어야 해요. 친구건, 가족이건, 하나님이건, 위로하고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승준씨나 주병준씨 문제와 관련해 이성미씨 이름이 자주 언급되었습니다. 왜 그런거죠?

"사람이 살면서 실수를 해요. 그렇지만 늘 죄를 짓고 사는 건 아니예요. 빨리 털고 일어나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늘 부모 입장이 되는 것 같아요. 부모 입장에서 그런 일을 하는 거예요. 주병진씨에게 항소하라고 권했던 것은 성추행범이란 굴레가 자기에게서 끝나는 게 아니라 손자대까지 이고지고 가야 되잖아요? 그래서 죄가 없으면 밝혀야 한다고 했죠. 승준이는 밴쿠버 교회에서 공연을 하도록 해줬어요. 저는 그 아이의 신앙심을 봤어요. 잘못을 하긴 했지만 하나님 쓰시기에 좋은 그릇이 됐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예요. 그 아이는 그 아이대로 힘들 거예요."

-연예계 복귀는 안 하시나요?

"와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 중이예요. 기도하고 있어요. 하나님이 결정해주시는 대로 할 거예요. 내 삶을 하나님께 드리겠다고 약속했어요. 하나님께 칭찬받는 맏딸이 되고 싶어요."

-조금 전에 송은이씨와 통화를 하던데.

"후배들이 언니 왔다고 챙겨주는 것 감사해요. 저 안 잊어먹고 있는 것이 감사하죠. 개그는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예요. 그렇지만 뭘 할지 언제 할 지 몰라요."

-완전히 잊혀질까 불안하지 않나요?

"불안하지 않아요. 그 일이 주어지면 '하나님 책임지세요' 그러면 돼요. 저에 대해서는 불안하지 않아요. 내가 작다고 해서 큰 사람을 부러워하고, 내가 크다고 해서 작은 사람을 멸시하면 안 되죠. 기도하면서 겸손해지는 것 같아요. 내가 이 모양 이대로 살 때, 긍정하고 인정하고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때 하나님이 완성해 나가신다고 믿어요."

-인기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인기라는 건 바람처럼 지나가요. 정말 빠르게 가요. 남는 사람은 몇 사람뿐이예요. 초라하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초라해져요. 거기까지 누린 것이고 그것에 대해서 감사해야죠. 인기인이었지만 그게 지나가면 다른 모습으로 살아야죠. 비참해지거나 널부러지지 말고. 내가 이랬던 사람인데, 그게 뭐가 중요해요? 내가 여기까지구나, 그러면서 털고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그 인생이 그게 다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인생이 또 있어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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