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창대 목사, 2022 2차 광주 미포에서 고신 계파정치 실태, 대책 발제

 

미래교회포럼(대표 권오헌 목사/ 이하 미포) 20222차 광주포럼이 고신 70주년과 고신의 교회정치라는 주제로 지난 24일 광주은광교회(담임 전원호 목사) 비전홀에서 열렸다.

이날 곽창대 목사(한밭교회 담임)대한예수교장로회(고신)의 계파정치 실태와 대책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하면서 고신 계파정치의 지형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신의 계파정치 지형도
고신의 계파정치 지형도

곽 목사는 발제를 통해 고신정신을 회복하고 구현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외치는 계파들이 앞장서서 고신교회를 망치고 있다고 평가하며 하나님의 나라와 고신교회를 위하여 빨리 해체하면 할수록 더 나을 것이라고 제안한다.

그러면서도 곽 목사는 고신의 계파정치를 통하여 ... 고신정신의 회복과 구현이 더 크게 이루어진다면, 계파정치는 그 존재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 목사는 각 계파가 활발한 토론과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정제된 안건을 노회와 총회에 제안하고 치리회의 결의를 존중하고 순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다음은 곽창대 목사 발제문 전문. 


발제하는 곽창대 목사
발제하는 곽창대 목사

대한예수교장로회(고신)의 계파정치 실태와 대책” (발제/ 곽창대 목사)

 

지난 202248일에 코람데오닷컴대관절 무슨 일로 파벌이 나뉘어 대립하나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고신의 계파정치가 교회와 세상에 무슨 유익이 있는지 도전하며 질타했다. 본 발제자는 그 사설에 이어 고신의 계파정치의 연원과 역사를 간략히 정리하고 계파정치의 폐해가 무엇이며 그 폐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안하려고 한다.

 

1. 고신 계파정치의 역사와 실태

 

1) 교단 초기, 한상동 파와 송상석 파의 대결 (1956~1975)

이상규 교수는 201212월에 열린 미래교회포럼에서 고신의 법정 소송 문제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20145월에 열린 미래교회포럼에서는 고신 초기와 고신정신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이 교수의 두 논문에 따르면 교단 초기에 거의 20년간 부산노회를 주축으로 한 한상동 파와 경남노회를 주축으로 한 송상석 파가 사사건건 대결했다. 두 파가 첨예하게 대치했던 주요 사건은 법적소송 건”(신자 간에 일어난 문제를 세상법정에 소송하는 것이 가한가)이었다.

 

이 교수는 자신의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린다. “현재 고신의 입장은 소송을 남용하지 않는다는 것일 뿐 소송을 금하지 않고 있다. 고신 교회에서의 소송 문제는 소송 건 그 자체의 문제이기보다는 교회 내분, 분열과 대립 파벌, 주도권 장악 등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또 교회의 문제는 고려신학교(고신대학)와 복음병원(고신의료원)을 둘러싼 내분과 갈등이었다. 학교와 병원은 분열과 대립의 현장이었다. 지도자들 간의 반목, 총회와 이사회 구성에 있어서 노출되었던 잡음들, 그것이 오늘 우리의 자화상이다. 그간의 문제들이 교회의 본질과 사명을 완수하며, 교회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는가, 우리에게는 다른 교회와 다른 그 무엇이 있는가? 신사참배 거부?, 순교신앙? 코람 데오? 우리의 지난 역사는 인간의 전적 타락과 무능력을 확인시켜주었을 뿐이다.” (이상규 2012, “고신의 법정소송 문제”)

 

2) 돼지파와 부곡파의 대결 (1976~1995)

 

한상동 목사(1901-1976)와 송상석 목사(1896-1980)의 영향력이 퇴조한 후에 고신 안에 소위 돼지파와 부곡파가 생겼다. 시골교회들을 돕기 위해 여유 있는 교회들이 시골교회에 돼지를 사줘서 그걸 가지고 경제적인 도움을 주면서 생긴 게 돼지파이고, 이 돼지파에 반발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생겼는데 이들이 주로 부곡 온천장에 모여서 부곡파가 됐다고 한다.

 

한국기독신문의 신상준 부장이 이성구 목사와 인터뷰를 한 기사(2007217)를 실었는데 그 기사에서 이 목사는 돼지파와 부곡파의 계파정치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고신의 계파 갈등은 1979년 박창환 목사가 부총회장을 제치고 총회장 선거에 뛰어들면서 폭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소위 돼지파가 총회장직을 독점하기 시작하자 박창환, 이금조 목사 등 소위 부곡파가 규합하여 반란(?)을 일으켜 성공함으로써, 계파정치가 본격화되었다. 그 후 양 계파는 95년을 기점으로 통합하기에 이르렀다. 그때가 바로 박영훈 병원장의 정년 은퇴 논란과 맞물리면서 복음병원 사태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시점이다.”

 

3) 개혁파와 보수파의 대결 (1995-현재)

 

아래의 문건들이나 경험적으로 볼 때 개혁파는 실재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황대우, “금권선거로 드러난 고신의 계파정치” 2013826일자 코닷

유해무, “고신교회가 잃어버린 것들, 회개와 개혁” 20211022일자 예수 코리아

개혁정론, “총회가 계파정치에 함몰되지 않기를 바라며” 2021102일자 사설

코닷, “대관절 무슨 일로 파벌이 나뉘어 대립하나” 202248일자 사설

 

2007년 당시 개혁파의 핵심인물로 알려진 정주 채 목사는 200741일에 코닷에 기고한 개혁파와 교단정치에서 개혁파의 실재를 인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썼다. “고신교단 안에서 개혁파란 말이 생겨난 때는 1997년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이전에는 돼지파와 부곡파로 불린 계파가 있었지만, (돼지파와 부곡파는) 무슨 조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서로 친하게 지내고 잘 어울렸던 사람들을 주위 사람들이 그렇게 불렀고, 교단 정치에서 서로 의견을 달리하며 총회 임원선거 등에서 세력다툼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나이 드신 목사님들이 은퇴하면서 두 계파는 서서히 약화되었다. 그 무렵인 1996년도에 고신(정신잇기)목회자협의회(이하 고목협’)란 단체가 생겼고, 당시 총회에서 복음병원의 건축 문제와 관련하여 일어난 잘못들에 대해 권징을 행한 일이 있었는데, 그 치리의 공정성 문제를 두고 고목협이 분명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교단의 정치세력으로 등장하였다. 그리고 이를 두고 일부 언론들이 보수파개혁파란 말을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고목협은 자신들이 정치적인 계파로 분류되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결코 정치집단이 아니라고 변명했으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돼지파나 부곡파와는 달리 고목협은 구체적인 조직을 갖고 시작하였고, 교단의 현실적인 문제들에 의견을 분명히 했음으로 원하든 원치 않든 정치적 계파로 분류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때 이런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고목협을 해체하기까지 했지만 이도 역시 소용없었다. ‘개혁파가 다시 사람들에게 각인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을 전후해서였다. 당시 김해복음병원의 경영 투명성 확보를 주장하며, 급기야는 교단의 개혁을 부르짖으며 일어났던 젊은 목사 장로들이 있었다. 이들은 단순히 주장만 편 것이 아니라 [복음병원바로세우기운동본부](19966월 결성)라는 이름으로 광범위한 조직을 하고, 여러 차례 대회로 모였으며, 총회 시에서는 김해복음병원의 매각 청산과 고신의료원의 경영혁신을 주장하여 그 결의까지 이끌어냈다. 여기에 강하게 반발한 사람들이 있었으니 복음병원의 조직과 경영을 그대로 유지시키려고 노력했던 사람들(보수파)이었다. 그들은 이름 그대로 보수적인 태도를 취했고, 이로 인해 양계파의 갈등은 치열하였다. 현실적인 결과는 손실뿐이었다. 그리고 개혁파는 모든 갈등과 손실의 주범이라도 된 것처럼 비난받기도 하였다.”

 

2003년에 해체를 선언할 때까지 '고목협'을 이끈 핵심멤버들은 김철봉(회장, 사직동교회), 안용운(상임총무, 온천교회), 정근두(고려학원 이사, 울산교회), 정주채(기독교보 편집국장, 향상교회), 박은조(샘물교회), 이성구(신대원 교수), 윤희구(한빛교회), 박정원 목사(대연중앙교회) 등이었다. 이들이 주축이 되어 [복음병원바로세우기운동본부]19966월에 결성하였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고목협이 해체를 선언하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에 일부의 목사와 장로들이 고신정신을 회복하고 발전시키려면 영구적인 활동 기관이 필요하다는데 마음을 같이하여 20067월에 인터넷 매체인 코람데오닷컴(이하 코닷’)과 오프라인에서의 토론의 광장을 위한 미래교회포럼(이하 미포’)이 결성되었다. 이 두 단체의 창립목적은 한국교회의 진정한 부흥과 갱신이었다. ‘코닷은 계속 성장하여 고신교회만 아니라 한국교회의 언론을 견인하는 건실한 매체가 되었다. ‘미포는 처음에 서울에서 열리다가 곧 전국 단위로 확장하여 매년 한 차례 이상 모였다. 올해(2022) 포럼의 핵심 주제는 고신 70주년과 고신의 교회정치로 서너 차례 지방을 돌아가며 모인 후에 연말에 전국대회를 할 예정이다.

 

2013년 당시 코닷의 연구위원이었던 황대우 목사는 2013826일 자 코닷 기사에서 코닷이 계파정치를 극복하기 위하여 노력했음을 시사했다. “코닷은 개혁파 대변적인 인터넷 신문으로 알려져 있다. 시작이 그러했고 지금까지의 행보가 그러했으므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하지만 코닷은 그동안 연구위원들을 통해 그러한 한편으로 치우친 정치적 파당의 면모와 개혁파의 전유물이라는 대외적인 인식을 극복해 보고자 노력해 왔다고 자부한다. 물론 완전히 극복했다고 호언장담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계속 노력할 의지는 여전하다.” 그 이후 지금까지 코닷은 고신의 계파정치에 함몰되지 않았다고 본 발제자는 확신한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미포에 참여한 본 발제자는 미포도 계파정치를 두둔하거나 강화하려고 하지 않았음을 증언할 수 있다.

 

개혁파와 대립해온 보수파는 미포와 코닷에 맞서 201812월에 고신포럼을 창립하였고 작년(2021)에 인터넷 매체인 고신TV’도 개국했다. 이 두 단체는 고신의 순교적 신앙의 전통과 그리스도인의 생활의 순결을 추구하는 것을 이념으로 두었다.

 

2020년에는 교회비전연구원’(이하 교비원’)이 창립되어 활동하고 있다. ‘교비원은 개혁주의 신학에 입각하여 고신교회에서의 목회사역과 지도자 발굴과 총회적인 정책을 연구하여 한국교회에 이바지하는 것을 그 설립의 목적과 취지로 삼았는데 교비원은 미포나 코닷을 이끌고 있는 핵심멤버들이 고신의 계파정치에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개혁파의 맥을 잇기 위해 결성된 것으로 보인다.

 

2. 고신의 계파들의 구호: 고신정신의 회복과 구현

 

1996년에 결성된 고목협’(고신정신잇기목회자협의회)은 그 이름에서 드러나듯이 고신정신을 회복하기 위하여 출범했다. ‘고신포럼고신TV’교회비전연구원도 고신정신의 회복과 구현을 모토로 한다. 반면에 코닷과 미포는 외연을 넓혀 한국교회의 부흥과 갱신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고신의 계파정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본 발제자는 평가한다.

 

3. 고신정신의 특성

 

이상규 교수는 201212월에 열린 미래교회포럼에서 고신 초기와 고신정신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하면서 고신교회의 초기이념을 세 가지로 대별했다. (1) 개혁주의 신학(신앙의 정통), (2) 개혁주의적인 삶(생활의 순결), (3) 개혁교회 건설(교회 개혁과 쇄신)

 

김순성 교수는 20171027일 고려신학대학원 대강당에서 열렸던 신대원 개교 70주년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을 보완하여 20171124일에 코닷에 게재한 고신영성의 특징과 개혁주의 신학적 조망과 평가에 따르면, 1938년부터 1952년까지 한국교회에 큰 영향을 미쳤던 고신영성의 특성을 8가지로 나열하였다. (1) 말씀과 기도중심의 체험적 영성 (2) 자기부정의 영성과 그리스도께 대한 충성 (3) 주님과의 신비적 친교의 영성 (4) 회개와 성화의 영성 (5) 교회쇄신을 지향한 공동체적 영성 (6) 저항과 투쟁의 영성 (7) 사회적 약자를 향한 디아코니아 영성 (8) 하나님의 영광의 지향하는 영성

 

4. 고신정신의 퇴조와 계파정치의 발흥

 

1952년에 고신교단이 총노회를 조직하면서부터 변화의 조짐이 생겼다고 이상규 교수는 진단한다. “총로회의 조직은 중요한 의미를 함의한다. 이제까지는 기존의 교회조직체 안()에서의 정화와 쇄신을 시도했으나, 교단을 형성한 이후 교회 정화나 쇄신은 교단 내적인 과제가 되었다. 이전에는 순례적성격이 강했으나 이제는 조직과 제도 속에 머물러야하는 제도적성격을 지니게 되었다. 말하자면 하나의 조직체(a organization)로서의 성격을 지니게 된 것이다. 총로회라는 이름의 별도의 치리회를 구성한 이후에는 교단으로서의 생존과 존립의 길을 모색해야 했고, 기존의 교회조직과 경쟁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교단이 조직된 이상 교세확장은 불가피한 요구였다. 이런 필요가 후일 교회당 쟁탈전과 같은 교회당 확보에 치심하게 된 원인이 된다. 그래서 총로회를 조직한 이후에는 여타의 교회들과 같은 현실 지향적 성격으로 점차 경도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이념의 변질과 타협 과정이었다. 교회쇄신을 시도했던 경남법통노회 지도자들이 기존의 교회조직을 떠나 새로운 교회조직을 갖추었다는 것은 저들이 추구했던 교회개혁과 신앙적(신학적)이념을 교단이라는 조직체 속에 수렴하고 이를 계승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아야 한다. 동시에 총회를 떠나 별도의 치리회를 형성했다면 교단 내에서만이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를 향해서 교회 정화와 쇄신을 요구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것은 불가능했고, 지역적으로는 경상도, 그리고 고신교단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념의 외연이 불가능해지자 내적 지향을 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고신은 신사참배 거부, 옥중 투쟁, 회개운동이라는 영예의 누각에서 도덕적 우월성, 영적 엘리트주의에 빠져 다른 교단과 다른 우월주의에 빠지게 된다. 신사참배 반대와 투쟁은 우리의 신앙적 우월성을 과시하는 단골 메뉴였고, 진리의 파수를 독점적 자산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런 경향이 우리도 모르게 배타주의, 폐쇄주의, 혹은 율법적 엄격성을 거룩한 가치로 인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금주 단연은 당연한 것이지만 남녀 간 좌석의 구분, 여성의 파마, 치마의 길이, 옷감까지도 신앙적 문제로 제단하고, 주일성수의 엄격성은 신앙의 척도로 요구되었다. 교회당 쟁탈전, 법정 소송, 내분과 대립 등을 고려해 볼 때 고신교회는 총로회 조직과 함께 교단으로서의 생존 혹은 존립, 그리고 타 교단과의 경쟁, 교세확장, 고려신학교의 내분과 대립, 복음병원을 둘러싼 분쟁 등으로 신전 의식, 생활의 순결, 거룩한 삶의 가치들은 퇴색하기 시작했고, 교회정화와 교회쇄신의 의지는 빛바랜 그림으로 산화(酸化)되고 산화(散華)되기 시작했다. 고신교회는 독립된 교단으로 출발한지 채 10년이 못 되어 기성 교회를 답습해가기 시작한 것이다. 단지 그 속도가 느렸을 뿐이다.” (이상규 2012, “고신 초기와 고신정신”)

 

김순성 교수는 고신교회가 한국 교회와 사회를 선도하기보다는 고신교회의 내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일에 급급하면서 고신영성이 퇴조했다고 진단한다. “총회로부터 고신교회의 분리 독립(1952)과 총신과의 합동 환원 과정에 전개된 교세 확장을 위한 교회당 쟁탈전, 여기서 연유된 불신법정 소송, 성도 간의 내분과 대립, 1960년대의 고려신학교를 둘러싼 분쟁과 사조이사 사건, 복음병원을 둘러싼 이권 대립과 편법과 문서위조 등 일련의 사건들이 연속해서 터졌다. 1970년대에 이르러 법정소송에 대한 시비로 고신교회는 고소파와 반고소파로 분리되고 이후 재결합 되었지만, 이 중요한 문제를 신학적으로 영적으로 해결하는 대신에 피차 세속법을 앞세워 처리함으로써 공동체의 분열을 제대로 치유하지 못했다. 1970-80년대 군부독재 시절에 고신교회가 정부를 향하여 예언자적 행동을 취했어야 함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8~90년대를 거치면서 고신교회는 물론 고신대학교와 복음병원은 맘몬주의의 우상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런 가운데 2002년에 복음병원 부도 사태와 4년간의 관선이사 체제라는 바벨론 유수를 경험해야만 했다. 이후 고신교회는 영적으로 도덕적으로 다른 교단들의 교회들과의 차별성을 상실했고 지금은 교권주의라는 또 다른 우상이 군림하고 있다.” (김순성 2017, “고신영성의 특징과 개혁주의 신학적 조망과 평가”)

 

고신의 초기영성이 고신교회의 설립(1952) 이후 채 10년이 못 되어 변질되었다고 하면서 김순성 교수는 위 논문에서 고신영성의 변질을 4가지로 나열한다. (1) 우월주의와 배타성 (2) 윤리성의 상실 (3) 공동체성의 붕괴 (4) 세속주의 우상들에 대한 맹종

 

고신의 초기영성 즉 고신의 초기정신이 쇠락하면서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온 것이 교권 다툼이었다. 즉 고신의 계파정치가 발흥한 것이다.

 

5. 계파정치의 폐해

 

202248일 자 코닷 사설에서 고신의 계파정치의 최고목표는 누가 총회의 주도권을 잡느냐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즉 누가 부총회장과 총회의 임원이 되는가, 누가 이사회의 이사장과 이사, 총회의 주요 기관들의 장이 되는가가 주 관심사라고 했는데 이 같은 진단을 과장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소위 계파의 수장이라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총회 임원회나 이사회에 등에 자기 사람들을 세우려고 여러 가지 부정한 방법까지 동원하면서 선거운동을 하였다. 이런 의미 없는 저급한 계파정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년 어간에는 그 계파의 수장들이 은퇴하면서 계파정치가 조금은 잠잠해지는 것 같은 기미가 보이더니 근년에 와서 다시 심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금도 교단 안에 개혁파와 보수파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개혁파는 지금 무슨 개혁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 어떤 문제를 개혁해야 하겠다는 것인지 드러난 게 없다. 보수파로 불리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보수하겠다는 것인가? 끝까지 지켜야겠다는 내용은 무엇인가? 대관절 보수파와 개혁파가 무엇이 다른가를 묻고 싶다. 신학인가? 이념인가? 감정인가? 우리가 보기엔 무슨 의미를 가진 개혁파도 보수파도 없다. 정작 중요한 일들에 관해서는 관심도 없고 노력도 기울이지 않으면서 그저 인간적인 호불호를 따라 나뉘어서 대립하느라 되는 일이 없으니 얼마나 안타깝고 한심한 일인가? 과연 고신의 미래는 무엇일까? 교회가 말씀에 합당한 이유 없이 서로 나누어져 대립하고 다투는 것은 죄악이다.”

 

본 발제자가 경험한 바로는 매 총회 때마다 계파에 줄을 서야 임원과 위원장과 이사가 된다. 부총회장 후보들과 선거운동원들은 표를 매수하기 위하여 돈 봉투를 총대들에게 건넨다고 한다. 노회에까지 계파정치의 바람이 거세게 분다. 노회가 열리기 전에 자기편의 목사와 장로를 총회총대로 세우기 위하여 계파의 수장들(?)이나 행동대원들이 지방을 순회하여 향응을 베풀기도 한다. 노회의 임원선거나 총회총대 선거에 자기편의 사람이 선출되도록 쪽지를 돌리다가 들통이 나는 사례도 몇 노회에서 생겼다. 선거부정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고신의 계파정치는 보수파와 개혁파로 첨예하게 나뉘어 있는 전국장로회연합회가 주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목사를 좌지우지하는 실권이 계파정치를 주도하는 장로들에게 있다면 고신교회의 미래는 암담할 뿐 아니라 고신정신을 회복하고 구현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외치는 계파들이 앞장서서 고신교회를 망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6. 계파정치의 대안

 

성경을 보면 사탄은 집요하게 참된 공동체를 파괴하든지 참된 공동체 건설을 방해하기 위하여 가짜 공동체를 만드는 데 혈안이었다. 사탄은 첫 인류요 부부였던 아담과 하와를 분열시켰고 가인과 아벨의 형제 관계를 파괴했다. 공멸할 수밖에 없는 가짜 공동체인 바벨 공동체를 세우도록 부추겼다. 구약의 이스라엘 역사 가운데 사탄은 늘 그랬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참된 공동체를 열심히 세우셨는데 그것이 구속사다.

 

예수님께서 이스라엘 땅에 오신 것도 참된 공동체를 세우시기 위해서였다. 즉 하나님 나라의 건설과 완성을 위해 오셨다. 사탄은 예수님께서 참된 공동체인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지 못하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방해했다.

 

예수님 당시에 이스라엘에는 가짜(모조, 유사) 공동체들인 바리새파, 사두개파, 열심당, 헤롯당들이 있었다. 예수님께서 그 가짜 공동체들을 대신할 참된 공동체를 세우셨는데 그것이 바로 제자 공동체였다. 제자들의 면모는 다양했다. 하나가 될 수 없는 자들이었다. 그중에 한 사람 가룟 유다가 떨어져 나갔지만 결국 참된 공동체를 이루었다. “제자들이 진리 안에서 하나가 되게 하소서.”라고 하나님 아버지께 기도하셨던 예수님의 대제사장적 기도(17)가 성취된 것이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하나가 된 결정적인 동인은 성령의 내주와 충만이었다. 성령은 예수님의 제자들을 하나 되게 하셨다. 그로써 이상적인 교회 공동체가 형성되었는데 사도행전 2장에 등장한 초대 예루살렘 교회이다. 그 이상적인 교회야말로 분열을 조장하는 사탄의 간계에 대항하는 참된 공동체의 원형이었고 세상을 향한 대안공동체(대조사회, contrast society)의 모델이었다. 교회는 그래야 한다. 그래야 세상의 분열을 저지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보여주는 참된 공동체 건설의 희망을 세상에 보여 줄 수 있다. 그래야 교회가 세상을 선도한다.

 

세상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교회가 먼저 공동체로 존재하시는 삼위일체 하나님을 닮은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거룩한 공동체,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어야 한다, 더 나아가 공동체를 파괴하는 세력과 싸워야 한다. 사탄은 물론 사탄의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는 악한 영들과 타락한 문화들과 정치권력과 종교 권력을 정확히 분별하고 말씀과 기도와 성경적 세계관과 삶으로 맞서야 한다. 죄와 싸우되 피 흘리기까지 싸워야 한다.

 

(5:19-26) [19] 육체의 일은 분명하니 곧 음행과 더러운 것과 호색과 [20] 우상 숭배와 주술과 원수 맺는 것과 분쟁과 시기와 분냄과 당 짓는 것과 분열함과 이단과 [21] 투기와 술 취함과 방탕함과 또 그와 같은 것들이라 전에 너희에게 경계한 것 같이 경계하노니 이런 일을 하는 자들은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할 것이요 [22] 오직 성령의 열매는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23] 온유와 절제니 이같은 것을 금지할 법이 없느니라 [24] 그리스도 예수의 사람들은 육체와 함께 그 정욕과 탐심을 십자가에 못 박았느니라 [25] 만일 우리가 성령으로 살면 또한 성령으로 행할지니 [26] 헛된 영광을 구하여 서로 노엽게 하거나 서로 투기하지 말지니라

 

사도 바울은 네 개의 분파로 나누어져 서로 싸우고 있는 고린도교회를 크게 책망하면서 하나가 되라고 촉구하는 편지(고린도전서)를 써서 보냈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나누는 것이 큰 죄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교회의 하나 됨은 획일적인 하나 됨은 아니다. 고린도전서 12장에서 바울은 교회의 건강한 성장을 위하여 하나님께서 다양한 은사와 직분을 주셨다고 하면서 그 다양한 은사들과 직분들을 공동의 유익을 위하여 겸손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사용하라고 했다. 심지어 11:19에서는 파당의 역할을 일정부분 긍정하는 것처럼 말한다.

 

(고전 11:19) 너희 중에 파당이 있어야 너희 중에 옳다 인정함을 받은 자들이 나타나게 되리라

 

이 구절은 바울이 어느 정도 파당의 긍정적인 역할을 인정했다기보다는 냉소적으로 혹은 반어적으로 표현했다고 보아야 한다. “파당은 건강한 교회 공동체 건설에 무익하고 큰 해가 되기에 파당이 없어야 하지만 그럼에도 너희에게 파당이 생겼으니 파당들로 인하여 옳은 자들이 드러나기라도 하면 좋겠다.”는 뜻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고신의 계파들에게도 적용되는 말씀이라 하겠다.

 

정주채 목사는 2006821일에 <뉴스파워> 기자와 인터뷰를 한 기사에서 일정부분 계파정치에 순기능이 있다고 말했다. “파벌이라는 것이 백 프로 다 나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것들이 있음으로서 어떤 면에서는 토론이 이뤄집니다. 공산당처럼 한 당만 있으면 아무 토론도 이뤄지지 않고 잘 못 가면 영 잘못 가버리는데, 파벌이 있으면 팽팽하게 서로 토론해서 건전한 방향을 찾아가게 됩니다.”

 

고신의 계파정치를 통하여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된다면,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난다면, 복음이 더 널리 전파된다면,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가 존귀하게 된다면, 교회들이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기여할 수 있다면, 고신정신의 회복과 구현이 더 크게 이루어진다면,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듯이 계파들이 서로를 세우고 유익하게 한다면 그래서 고신교회를 건강하게 세우는 성령의 도구가 된다면, 하나님의 나라를 세상에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대안공동체와 대조사회의 모습을 드러내도록 교회를 섬긴다면, 계파정치는 그 존재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러지 못할 것이면 하나님의 나라와 고신교회를 위하여 빨리 해체하면 할수록 더 나을 것이다.

 

계파를 해체하기 어렵다면 다음과 같은 일들이 일어나도록 계파들이 나서주기 바란다.

 

1) 고신교회의 주요 사안들을 개혁주의 신학의 관점에서 활발하게 토론하는 장을 자주 열기 바란다.

2) 주요 사안들을 치리회(노회와 총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하도록 정제된 안건을 마련하여 제안하기 바란다.

3) 고신교회의 교사들인 신학교 교수회가 노회와 총회에서 거론된 주요 사안들을 정리하고 분석하여 보다 더 성경적으로 신학적으로 균형 잡힌 제안을 하기 바란다.

4) 주요 사안에 대한 신학교 교수회의 제안을 치리회가 다시 심도 있게 논의하여 결의하기 바란다.

5) 계파들과 고신교회는 치리회의 결의를 존중하고 순복하기 바란다.

6) 이의가 있을 때는 공식적인 절차를 따라 치리회에 재논의를 요청하기 바란다.

7) 좀 느리더라도 치열하게 재논의의 과정을 거치기 바란다.

 

이 모든 일에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겸손과 열린 마음, 자신들의 부족함과 연약함을 깨닫고 회개하고 순종하는 자세, 성령의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는 성경적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그래야 성령의 열매가 맺히고 고신정신의 회복과 구현이 가능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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