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은 법치국가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운 현상들이 곳곳에서 그것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법을 무시하고,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은 지도층이나 서민층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먼저,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는 작년 말에 전기톱과 해머까지 등장하여 국회 내 기물을 부수는 활극이 벌어졌으나, 누구도 법에 저촉되어 처벌되었다는 이야기는 없다. 또 18대 국회 들어서도 의장 선출, 원 구성, 예산안 처리, 법안 처리 등 무엇 하나 제 때에 법을 지켜 이루어진 것이 없다.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을 놓고서는 세계 어느 민주국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그 볼썽사나운 활극이 벌어졌던 것이다. 이것은 법을 만들고 솔선수범하는, 국민을 위한 국회가 아니라, 자신들의 분풀이 전투의 장이 되고 말았다.

올 6월 임시 국회에서도 야당이 투쟁을 벼르고 있는 가운데, 주요한 민생법안 통과는 어려울 전망이고, 쟁점만 부각되다 허탕과 맹물 국회로 끝날 공산이 크다. 법도 안 지키는 국회가 법을 만든다고 하니, 이것도 아이러니다.

그런가 하면 법을 집행하는 사법부도 일대 혼란에 빠져 있다. 신 모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에 대한 반발 때문이다. 이 문제가 불거진 것이 벌써 수개월이 지나가고 있는데,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각 지방법원의 판사들의 집단 모임과 반발만이 확산일로에 있다.

법관들은 이 사회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다. 그런데도 공방만 오갈 뿐, 합리적 해결책은 오리무중이다. 거기에다 모 대법관은 이것이 제5차 사법 파동이라고 표현하여 불에 기름을 끼얹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판사들이 법리와 양심에 의한 판단보다 정치적인 이해와 단체 행동에 의한 것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은, 결국 국민들로부터 ‘정치적’이라는 의심을 받게 되어, 사법부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가 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거기에다 사회 정의를 위해서 일해야 할 행정부 소속의 일부 검사들이 최근 전직 대통령과 관련된 뇌물 스캔들을 수사하면서,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는 인사들과 일부가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로 인하여 사건을 마무리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이런 어수선한 가운데 지난 16일에는 민주노총의 화물연대 대전 집회에서 죽창(봉)시위까지 벌어져, 여러 사람들이 다치고 구속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였다. 경찰은 과격, 폭력 시위가 발생할 때마다 법에 의하여 엄단한다고 주장하지만, 근절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를 보는 국민들은 안타깝고 답답하기만 하다. 도대체 대한민국이 법치국가라고 말할 수 있는지를 묻고 싶다. 위법을 저지르고도 ‘나는 잘못이 없다’ ‘어쩔 수 없었다’는 발뺌만을 언제까지 들어야 할 것인가?

이 나라가 법치가 무너지고서는 국제 사회에서 선진국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인정받을 수가 없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09년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전체 57개국 중에서 27위로 중위권에 머물고 있으나, ‘노동관계’분야에서는 56위로 바닥에서 헤매고 있다.

작년에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2008 국제 투명성 기구 부패인식지수’에서도 한국은 전체 180개국 중에서 40위를 차지했지만, 점수는 10점 만점에 5.6점을 기록하여, 최소한 7점대는 기록해야 ‘투명하다’고 보는 국제 사회의 기준과는 먼 것을 볼 수 있다.

실제적으로 OECD에 가입한 30개국의 평균은 7.11점이었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에는 법을 지키지 않고, 편법과 불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하고, 이를 묵인하는 사회적 관행에 있다고 본다.

지난 4월 27일 미국에서는 하원의 존 루이스 원내 수석대표와 의원 5명이 워싱턴 DC에서, 수단 정부의 인권 탄압을 규탄하는 항의 시위를 하다가, 폴리스 라인(집회 금지선)을 벗어났다 하여, 경찰에 의하여 사정없이 수갑이 채워지고 연행되는 장면이 있었다.

법과 규정을 어기면, 그 내용이나 방향이 적합해도, 이를 좌시하지 않는 공권력과 이를 받아들이는 민주국가의 시민정신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본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 이것은 법의 형평성에 대한 것이 되겠지만, 이 말은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지도층이나, 당연히 지켜야 다른 사람의 행복권을 빼앗지 않는 것으로 함께 인식하는, 국민 모두의 자각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본다. 법은 만들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지키기 위해서 있어야 하는 것이다.

대의(代議)민주주의 하에서 만들어진 법이라고 해도, 국민 간 약속인 법을 어기면 모두가 손해라는 인식이 분명해야 한다. 이 엄연한 당위와 현실 앞에서 대한민국의 지도층이나 서민 모두 준법정신을 새롭게 할 때, 비로소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서며, 그 혜택은 국민 모두에게 돌아가게 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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