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 에세이 '나는 매일 눈물로 성경을 쓴다'를 출간한 '용팔이' 김용남씨. / 연합뉴스

자전에세이 ’나는 매일 눈물로 성경을 쓴다’출간

“’의리의 세계’에서만 살다가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금부터는 누군가의 마음을 붙잡아주는 의미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본명보다 ’용팔이’라는 정치깡패로 잘 알려진 김용남(59)씨. 1987년 통일민주당 창당 방해사건인 일명 ’용팔이 사건’의 주인공인 김씨는 지금은 자신을 ’전도사’, ’선교사’로 불러달라는 사랑의교회 집사다.

그는 최근 6년여간 성경을 3번 손으로 베껴 썼고, 현재 4번째로 쓰는 중이다. 그가 최근 자신의 인생과 신앙생활을 돌아본 에세이 ’나는 매일 눈물로 성경을 쓴다’를 내놓고 25일 출판기념회를 연다.

22일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특유의 콧수염은 그대로였지만 그에게서 세상을 시끄럽게 만든 정치 깡패의 흔적을 찾기는 어려웠다.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일찌감치 조직 폭력계에 발을 담그고 고등학교 재학시절 풍전호텔 나이트클럽에서 근무할 때 프로권투 동양 챔피언을 한방에 때려눕혔다는 ’주먹’의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그가 처음부터 제대로 된 믿음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다. 용팔이 사건 이후에도 여러 사건에 연루돼 1998년 출소하고서도 방황하던 그는 ’옥경이’, ’칠갑산’ 등의 노래를 만들어 유명한 조운파씨를 만나면서 큰 전환점을 맞게 된다.

“교회에 나가면 100만원을 빌려주겠다”는 조씨의 말에 2002년 10월 억지로 교회를 찾았고, 성경을 읽었다고 해도 조직폭력배 출신이라고 무시하는 듯한 목사의 태도에 오기가 생겨 읽은 증거를 보여주자며 성경을 쓰기 시작했다.

그가 내민 두툼한 오른손은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 전체가 굳은살로 덮여 있었다.

“2002년 처음 성경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하루에 꼬박 10시간을 써서 1년 4개월이 걸렸습니다. 지금은 8개월 정도 걸립니다. 처음 1시간 정도 쓰면 손가락이 마비돼 감각이 없어지죠. 그 상태에서 계속 쓰지만 마음은 기쁨으로 넘쳐납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은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다’라는 요한복음 3장 16절이다.

또 그는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올라갈 때 예수님 대신 십자가를 지었던 시몬을 언급하며 “나는 지금도 죄인인데 십자가라도 지게 해주시면 기꺼이 달려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10여년간 그는 여러 직업을 전전했고, 끊임없는 유혹을 받았다. 경기도 가평에서 갈빗집을 2년여 운영하기도 했고, 대전에서 호텔 나이트클럽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다 시비가 붙어 복역했다가 출소한 후에는 논현동에 창고를 마련해 고등어 도매상을 하기도 했다.

“하나님은 내게 돈을 주면 다시 그 세계로 빠질까 봐 돈을 주지는 않으시려는 것 같다”는 그는 “고등어 3㎏짜리 한 상자 팔면 5천원 남는 사업이었지만 잘되지 않고 빚만 졌다”고 웃었다.

3년 전부터 삼일광고기획이라는 광고ㆍ간판 업체를 논현동에 차렸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전도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번에 책을 내면서 ’천국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출판사도 냈다.

“나는 태어나서 53년 만에 복음을 만났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더 빨리 복음을 전하고 싶다”는 그는 앞으로 예전부터 친분이 두터웠던 연예인들을 비롯해 각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전도에 나설 생각이다.

“고(故) 최진실씨 등 불행한 연예인들, 정치인들, 경제인들 모두 마음을 잡아주는 누군가가 없어서 그런 일이 생긴 것 아닐까요. 사실 예전에 연예인들하고 참 친하게 지냈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 쓰는 삶을 살면서 놀고 다녔던 것이 안타깝습니다”

또 김태촌, 조양은 등 같은 세계에 살던 사람들이 최근에 다시 나쁜 길로 빠져든 것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사람은 누구나 넘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넘어졌다가도 일어서야하는데 그들에게는 잡아주는 사람, 마음을 기댈 수 있는 곳이 없었던 것 아닐까요. 한동안 그쪽 사람들과 연락을 딱 끊고 만나지 않았지만 요즘은 경조사 자리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찾아다니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조양은씨가 다시 수감되기 전에 통화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책에서 오랫동안 내팽개치다시피 했던 아내와 아들(26), 딸(23)에 대한 사랑을 되찾은 과정을 전하면서 잘 자라준 아이들과 묵묵히 자신을 지켜봐 준 아내에 대한 감사도 전하고 있다.

“아들은 경제학을 전공하다 군대 다녀와 복학했고, 딸은 교대 3학년으로 초등학교 선생님이 된다”고 대견해한 그는 “그 아이들이 자랄 때 많은 아픔을 줬다”고 말하기도 했다.(출처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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