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30분. 작은 마을에 울려 퍼지는 교회 종소리는 어둠을 빛으로 바꿔 놓는다. 강화도 화도면 사기리 강남교회에서 지난 34년 동안 새벽예배 종을 쳐온 강남례(74) 권사. 강 권사는 새벽종을 치며 잠든 영혼을 깨운다. 새벽 4시에 집을 나선 강 권사는 인도가 없는 시골 자동차 길을 이십분 정도 걸어 교회에 도착한다.

“새벽에 과속하는 자동차가 제일 무섭지요. 자동차가 질주하면 길섶에 피해있다가 다시 걸어요. 어둠 속에 눈에 잘 띠기 위해 매일 흰옷을 입어요. 걸을 수 있는 힘이 있을 때까지 새벽종을 칠겁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새 생명을 주셨기 때문이죠.”

새 날의 새 시간을 여는 한결 같은 마음으로 종을 쳐온 강 권사는 오래 전 남편을 먼저 하늘로 떠나보낸 후, 등산객들에게 산나물과 순무를 팔아 1남 4녀를 뒷바라지했다. 그 힘든 시간을 지켜준 것도 종지기로 다져진 신앙이었다. 천둥이 치고 번개가 쳐도 “난 하나님을 믿으니 괜찮아.”하며 집을 나선다. 한 영혼이라도 교회로 나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종을 쳤고, 30여년 동안 교회 종을 못친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딸네 집에 가도 하루밤 자고가라는 청을 뿌리치고 옵니다. 교회 새벽종을 치기 위해서지요. 처음엔 섭섭해 하더니 아이들이 지금은 이해해 줘요.”

강 권사가 신앙을 갖게 된 것은 1975년. 당시 위장병을 심하게 앓고 있었다. 먹지 못해 몸은 막대기처럼 말라갔다. 병원에서 한 아주머니로부터 전도를 받았다. “그날 밤 꿈에 아기 천사가 나타나 산 밑의 한 교회를 보여주며 ‘저곳은 당신이 평생 지켜야 할 곳’이라고 말하는 거예요. 교회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 거예요.”

강 권사는 며칠 후 강남교회 부흥집회에 참석했다. “하나님 제발 제 병을 고쳐주세요 고쳐주시면 생명을 다해서 일하겠습니다”라는 서원기도를 했다. 그날 성령체험을 하고 건강을 회복했다. 뭘 먹어도 소화가 잘됐고 새살이 돋듯 건강한 육체를 갖게 됐다.

“새벽에 자다가 종을 치라는 목소리를 들었어요. 벌떡 일어나 창문을 열었지요. 마당에 맨발로 뛰어 나왔는데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날아가는 기분이었어요. 언제 교회에 도착했는지 모를 정도로 기쁨으로 달려갔어요. 그때부터 교회 종을 치고 예배당 청소를 하며 새벽예배를 준비했지요.”

23년 전 강남교회에 부임한 이응수(64) 목사는 “우리 권사님은 정확한 시간에 종을 칩니다. 비가 오고 천둥번개가 치거나 폭설이 내린 날은 권사님이 못오신다고 전화하시길 바래요. 걱정스럽죠. 걸어오실 때 혹시 사고라도 날까봐. 그래도 권사님은 정확한 시간에 오셔서 종을 치세요.”라고 말했다.

강 권사는 너무 힘들어 꾀가 날 때도 있다고 한다. “새벽마다 누가 흔들어 깨워 주는 것같아요. 그래도 피곤할 땐 주님 저 조금 더 자고 싶어요 그래요. 세수하고 나면 예수님은 나를 위해 갖은 고난을 다 겪으셨는데 투정부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종소리는 인생을 약속해주신 주님의 뜻에 맞춰 춤을 추는 제 자신의 모습과 같아요.” (국민일보 강화=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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