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 뒤지던 우간다 소녀가 내 인생을 섬김으로 바꿨다

   
오스트리아인 크리스틴 펜벅씨가 동아프리카 우간다의 한 소녀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은 것은 10년 전인 1999년이다. 펜벅씨와 이름이 같은 크리스틴이란 소녀가 보낸 편지였다. 크리스틴은 아버지를 에이즈로 잃고 병든 어머니와 어린 동생들을 돌보고 있었으나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 살길이 막막했다. 순식간에 5남매의 소녀가장으로 전락한 크리스틴은 백방으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어린 소녀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어느 날 캄팔라 시내를 돌며 먹을거리를 찾아 헤매다 쓰레기통을 뒤지게 됐다. 크리스틴은 음식 대신 광고 전단이 쌓여 있는 것을 보게 됐다. 오스트리아의 한 환경회사의 카탈로그였는데 그곳에 자신의 이름이 쓰여 있는 것을 목격했다. 반가운 마음에 무작정 편지를 썼다. 도와달라고, 살려달라고….

펜벅씨가 우간다 고아를 돕는 일을 시작한 것은 바로 이 편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쓰레기통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민 우간다 소녀 크리스틴의 편지를 읽으면서 마치 하나님이 자신에게 편지를 보낸 것 같았다.

그녀는 이후 '가족을 돕는 손(HHF)'이란 비영리단체를 만들었고 우간다 5남매의 생계를 책임지며 그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기 시작했다. 2007년 펜벅씨 가족 전체가 우간다 고아 사역에 뛰어들기 위해 '이니셔티브 퓨처(Initiative Future)'라는 사회적 기업을 창립하게 된 것은 남편인 구엔터 펜벅씨가 개발한 음료 때문이었다. 환경과학자였던 남편은 90년대 중반 인스턴트 음식에 노출된 세 자녀의 건강을 생각해 각종 과일과 꽃 성분을 이용해 탄산음료와 와인을 개발했다. 독특한 맛은 입소문을 타고 알려졌고 2002년에는 유레카 브루셀이라는 유럽 식품 분야 수상에서 금메달을 타는 영예를 안았다.

음료의 이름은 '주빌리(Jubeliee)'. 독일어 '유벨'에서 딴 것으로 '기쁜 노래'라는 뜻이다. 주빌리는 또 선지자 이사야가 기록했던 "여호와께 구속 받은 자들이 돌아와 노래하며 시온으로 돌아오니 영원한 기쁨이 그들의 머리 위에 있고 슬픔과 탄식이 달아나리이다"(사 51:11)라는 말씀에도 나온다.

이니셔티브 퓨처는 주빌리를 통해 생긴 수익금 전액을 우간다 고아를 위해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사회적 기업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이 회사는 일반적인 수익 구조를 따르지 않는다. 주문자는 값을 치르는 대신 기부하는 형식으로 구입하게 된다. 지난 2년간 시장조사와 홍보를 해왔고 한 달 전 처음으로 4000병을 주문 생산했다.

총괄이사를 맡고 있는 둘째 딸 마리안느 펜벅(24)씨는 "가족이 모두 나서서 우간다 고아를 돕게 된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어떤 명령 같은 것이었다"며 "기부에 대한 관심이 높은 한국에서 주빌리 음료를 수입해 우간다 고아를 돕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녀는 "특히 기독교 인구가 많은 한국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기독교계 내부에서 시작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나 공정무역 담당자들과도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빈대학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마리안느 펜벅씨는 지난해 5월 시장조사차 언니와 함께 한국에 왔다가 한국 문화의 매력에 빠진 친한파 여성이다. "마치 운명처럼 한국이 편했다"고 말하는 그녀는 원래 공부하던 경영학을 그만두고 한국 문화로 전공을 바꾸기도 했다. 다음달 23일까지 한국에 머무를 예정이다. (출처 국민일보)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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