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장로교 총회장이 교단장으로 격상되더니 그 권위와 권한이 점점 더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다가 근자에 와서는 각 교단의 총회장들이 교단의 통치자로 군림하는 세속적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총회장이 되면 정부의 대통령처럼 산하기관을 “돌아본다”는 명목으로 연초에는 “초도순시(?)”까지 하고, 나아가 총회임원회나 운영위원회가 총회를 대신하는 탈법적인 일까지 예사로 하고 있다.

특히 우리 고신의 경우 학교법인이 위기를 맞으면서 탈법을 뛰어넘어 초헌법적인 행사가 더러 이루어졌는데, 비상상황에서 일어난 이 예외적인 일들이 정상화 후에도 하나의 관례처럼 되어서 장로교 정치의 근본이 훼손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특히 총회장을 중심한 임원회가 위기관리위원회나 사법기관, 혹은 통치기구라도 된 것처럼 월권하는 일도 잦은 실정이다.

이에 대한 여러 가지 예가 있지만, 최근에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한 사건을 예로 들어 보자. 총회임원회가, 고신대학교 교수들 중에 타교단에서 목사로 안수받은 사람들이 있다는 제보(우리는 이것이 투서나 전화로 이루어진 것인지, 아님 진정서 형식으로 접수된 서류인지 알지 못한다)를 받고 소위원회를 구성해서 조사를 했다. 그리고 그 결과 - 현직 총장이 본교단 소속이 아니라는 결정 - 를 이사회에 통보함으로써 선거개입이라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이어서 고신대학교의 신학과 교수 6명이 서명하여 현총장의 총장후보자로서의 자격을 심사해 달라는 청원한 건을 접수하고, 이를 총장선거를 위해 소집된 이사회가 진행되고 있는 시간에 급히 다루어 “자격 없다”는 통보를 함으로써 특정입후보자를 노골적으로 배제시키려 하였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는 선거법을 위반한 잘못도 되지만, 보다 더 큰 범법행위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임원회가 취급할 수 없는 사안을 다루었기 때문이다.

총회임원회는 총회가 폐하면, 그야말로 사무와 회계 등 지극히 행정적인 일만 처리하도록 되어 있다. 혹 총회가 맡긴 일이 따로 있을 때는 그 일만 맡아 처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임원회로서는 어떤 서류가 올라오면 일단 합법적인 서류인지를 살펴 접수하고, 이를 상비부(상임위원회)에 넘기는 일밖에 할 일이 없다. 그리고 그 서류의 성격에 따라 총회가 직접 다루어야 할 일이면 차기 총회 개회 시까지 보관할 뿐이다.

이번의 경우 신학부 교수들이 이사회에 올린 서류(총장후보자자격검증)를 이사회가 다룰 수 없다면서 - 이사회로서는 이를 다룰 수 없으니 총회로 올리자고 결의를 한 일이 없다고 한다 - 총회장에게로 올렸다면 이는 마땅히 총회 시까지 기다려야 할 사안이지 임원회가 처리할 일은 아니다. 총장후보자자격검증은 마땅히 이사회가 해야 할 일일뿐 임원회에는 아무런 권한도 책임도 없다. 만약 이사회로서는 판단할 수 없으니 이를 총회에 맡기자고 했다면 이는 총회 개회 후 총회가 어느 부서에 맡기든지, 혹은 따로 위원회를 구성해서 처리해야 할 일이다. 긴급하다고 해서 월권해서는 안 된다.

거듭 말하지만 대관절 이사회가 총회에 올린 - 정식으로 올린 것도 아니지만 - 서류를 임원회가 무슨 권한으로 심의하고 결정한단 말인가? 만약 그렇게 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한다면 누군가가 또 개인적으로 어느 후보자의 자격을 문제 삼아 진정서를 올린다면 그것도 임원회가 심사할 것인가? 이는 분명한 권력남용이며, 법으로 말하면 범법행위이다.

장로교 총회장은 교단장도 아니고, 통치자도 아니다. 총회가 끝나도 총회장의 직명은 계속되지만, 그 직무한계는 사무 행정적인 봉사자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총회임원회는 규칙에 나와 있는 대로 “총회에서 위임한 일과 총회 사무적인 업무를 처리하고 한국교회 연합사업에 관한 일을 담당” 할 뿐이다.

앞으로 추대될 총회장들은 장로교 정치원리와 정신을 더 깊이 공부하고 이해하여 교회정치의 세속화를 막고, 섬기는 자로서의 직분상을 정립하는데 앞장서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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