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추석일 여의도 63 빌딩 유리창에 비친 가족들의 모습이다.
 
 

추석 아침에...    천헌옥 목사

 

추석 아침이다.

오랜만에 만난 형제간들과 아침 일찍 목욕을 갔다.

개운한 몸으로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린다.

헌데 명절 아침부터 서로를 손짓하며 다투는 모습이 길 건너에 보인다.

이 좋은 날에 왜들 그러나 좋게 좋게 그렇게 그렇게 살지 하며 길을 건너며 보니

한쪽은 팔순을 넘긴 노부부이고

다른 한쪽은 목발을 하고 아이를 달고 선 장애우였다.

횡단보도 저편에서는 잘 들리지 않던 목소리가 또렷이 들린다.

“택시가 저기 오는데 먼저 타시죠.”

“아니오. 먼저 타고 가세요.”

“그쪽이 먼저 나와서 기다렸는데 타셔야죠.”

“아닙니다. 어르신들을 두고 젊은 사람이 어찌 먼저 탑니까?”

“아니오. 먼저 나오기도 했고 그런 몸으로는 택시 잡기가 오늘 같은 날은

여간 어려울 것이오.“

그들은 서로에게 먼저 타고 가라고 양보하는 실랑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택시는 횡단보도 선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우측 신호등이 깜빡이고 있었다.

기사는 과연 누구 앞에 멈출 것인지가 매우 궁금했다.

결국 어르신의 말씀에 순종한 장애우가 먼저 택시를 탔다.

그리고 보일락 말락 손을 흔들며 사라져갔다.

너무나 아름다운 추석명절이다.

순간 몸짓만으로 그들을 오해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갑자기 세상은 참으로 훈훈하다는 느낌이 온몸을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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