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롱(下龍) 베이(Bay)
첫날밤의 우리는 거의 녹초가 되어 일찍 곯아떨어졌다. 아침 7시에 식사를 하고 8시에는 하롱베이 관광을 하기로 일정이 짜였다. 제법 서양식 뷔페로 만들어진 아침을 넉넉히 먹고 동쪽을 바라보니 바로 거기가 하롱베이였다. 굼벵이가 구물구물거리고 있는 듯한 모습은 우리를 끌어 당기기에 충분했다.

  

 

하롱베이로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배는 항구에 가득차 있었다. 150여 척의 배들이 상시 대기하고 있어 성수기에는 그 배들의 움직임도 볼거리라고 한다. 두명이 타도 삼십명이 타도 배는 한 척이 간다. 우리 동기들이 배에 오르자마자 배는 출발했다. 그 섬을 돌아들어가니 약 1,600여 개의 크고 작은 섬들과 기암괴석까지 3,000여 개의 석회암들이 그림같이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장관이 펼쳐진다. 세상에 이런 데가 있었다니 신비하기만 했다. 그래서 유네스코는 자연공원으로 세계유산에 등재했다고 한다.

 

 

하롱베이는 용이 내려온 만(灣)이라는 뜻인데 아마 그만큼 신비한 곳이라는 뜻일 게다. 명경같이 맑고 잔잔한 바다는 차라리 호수라고 해야 옳았다. 그 신비한 곳을 우리를 태운 배가 지나간다. 뾰족하게 솟아올라 혹은 둥글게 혹은 송곳같이 절벽을 이룬 섬과 기암 사이로 지나는 4시간 동안 우리는 환호성과 탄성을 멈추지 못했다.

 

 

갑자기 작은 배 하나가 우리 배를 따라온다. 아주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데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궁금했는데 선장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계속 앞을 향해 항해를 멈추지 않는다. 그 작은 배는 우리 배의 옆구리에다 자기 배를 갖다 붙이는데 자세히 보니 과일을 파는 장사치였다. 그가 가져온 것은 열대과일이었다. 한 가족이 그렇게 선상에서 장사를 하며 사는 듯 보였다. 배가 그들의 주거지요 또한 삶의 터전이었던 것이다.

 

 

아침 일찍이 나선 탓도 있었지만 시야는 뿌연 안개로 좋지 않았다. 이곳은 사진을 찍기에 좋은 화창한 날씨가 일년에 단 며칠 정도라고 하니 아무리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어쩔 수가 없었다.

 

 

 

수상가옥이 보였다. 배로 보이지만 가옥이다. 거기서 의식주를 해결하며 산다. 누구든 처음 보기에는 낭만이 깃들어 있는 듯 하지만 슬픈 내력이 있다. 베트남의 내전이 끝나고 월남에 살던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배를 타고 피난을 나갔는데 받아주는 나라가 없어 떠돌아 다녔다. 그것이 보드 피플이다. 국제적 여론에 밀려 베트남은 그들이 자국내에 사는 것을 허락했지만 땅으로 올라와 사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렇게 세대를 이어가며 아직도 수상가옥에서 산다는 것이다. 슬픈 이야기다.

 

 

하롱베이는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근처에 1,500Km 면적의 만으로 바다의 구이린(桂林)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아무것도 살지 않을 것 같은 바다지만 1,000여 종 이상의 어류가 산다고 한다. 관광객들의 배고픈 약점을 잘 이용해 바다 가운데 그런 어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수심 250미터 이하에서 산다는 다금바리를 먹어보기로 했다. 그것은 쉽게 먹어볼 수 없는 어류이기도 하지만 선상에서 관광을 하며 멋진 풍광과 어울릴 때는 맛도 맛이겠지만 더욱 멋진 추억이 아닐 수 없어 보였다.

 

 

수상가옥은 군데군데 보였다. 그것이 하나의 마을이다. 우리는 낭만이 깃든 슬픔을 씹고 있었다. 아름다움과 슬픔이 함께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언제 저들도 자유롭게 흙냄새를 맡으며 땅을 활보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저기 바위 두개가 마주보고 있다. 여태껏 말없이 하롱베이 감상을 즐기도록 우리들을 방임(?)하고 왔던 가이드는 입을 열었다. "저것이 키스 바위입니다. 지금은 마주보고 있지만 우리의 배가 방향을 바꾸면 진하게 키스하는 장면이 연출됩니다. 사람들은 이곳에 와서 사랑을 고백하고 청혼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둘이 하나가 되는 역사를 이룬답니다."

 

그랬다. 마치 오리 새끼 마냥 바다에 둥둥 떠있는 듯한 키스 바위는 배가 가까이 다가가서 조금 방향을 바꾸니 이내 진한 키스 모드로 변하는 것이었다.

 

 

사모님과 함께 키스 바위 앞에서 하트를 그리며 즐거워 하는 동기회장

 

키스바위의 사랑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다.

키스바위의 사랑이 아름답고

사람과 자연의 사랑이 아름답다.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다.

부부간의 사랑이 아름답고

동기간의 사랑도 아름답다.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다.

성도들의 사랑이 아름답고

원수 사랑은 더욱 아름답다.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사랑이 아름답지만

그리스도께서 죄인을 사랑한 사랑에 비하겠는가.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다.

그리스도의 사랑에 감격하여 눈물 흘림이 아름답고

피흘리려 순교지로 가는 발걸음은 더욱 아름답다.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