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소아를 버리고 대의 앞에 서길 바란다"

고려학원 이사회가 총장선거를 두고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8월28일에 시작된 총장 선거는 그 후 무려 일곱 차례 이상 모여 수없이 투표를 하였으나 여전히 총장을 선출하지 못하고 이제 연말을 맞고 있다. 이를 보는 교단 대내외 인사들은, 11명밖에 되지 않은 이사들이 왜 이렇게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계속 표류하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비난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 이사들은 이 달 21일에는 어떻게든 결말을 내서 연말을 넘기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으나, 이런 다짐과 공언은 벌써 몇 차례나 있었던 일이라, 이런 말을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오히려 이사들에 대한 불신과 자격논란, 거기다 차라리 직선제로 다시 가야한다는 목소리까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총장선거를 둘러싼 혼란은 이사회 바깥 세력의 개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김성수 전총장의 후보퇴진을 요구하며 도덕성 문제를 가지고 이사들과 총회지도자들을 찾아다닌 몇몇 교수들과 前총회장을 중심한 총회 前임원회가 불법적으로 총장선거에 개입하였다. 곧 김 전총장은 본교단 소속 목사가 아니라는 것과 그의 도덕성 문제를 제기한 몇몇 교수들의 청원을 받아들여 후보자격이 없다는 것을 결의하고, 총장선거 당일 개회 중인 이사회에 총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방문하여 이를 통보하는 등의 월권을 행사하였다. 이에 따라 이사회는 갈팡질팡하기 시작하였고 그 여파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총장 선거를 위해 최초로 모였던 8월28일 이후 다시 모인 이사회는 김 전총장을 배제하고 이환봉 교수와 전광식 교수 두 후보자를 대상으로 투표를 하였으나 역시 여기서도 총장선임에 실패하였다. 거듭 실시한 투표에서 한 때는 이 교수가 7표까지 얻어 결말이 날 것 같았으나 끝내 한 표가 부족하여 불발되었다.

그러자 이사회는 당시의 모든 후보자들을 배제하고, 정관을 고쳐서라도 교단 내의 신망 있는 원로인사들 중에서 총장을 선출하자고 합의하였으나 이 안도 목사 장로의 70세 정년에 묶여 결국 무산되었다.

다시 이사회는 각 이사들이 후보자를 추천토록 해서 그 가운데서 선출하자고 결의하였고, 여기서 김성수, 이환봉, 안민 교수가 각각 4명, 3명, 1명의 이사들로부터 후보로 추천을 받았다. 특이한 일은 외부 입김에 의해 처음부터 배제하였던 김성수 교수가 가장 많은 이사들의 추천을 받아 후보자로 재등장하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이 세 후보자들을 두고 20여 일 동안 기도한 후 11월30일에 모여 투표하였으나 여전히 표는 모아지지 않았다. 이 때 안민 교수가 후보직을 사퇴하여 김, 이 교수로 양자 대결이 되었는데, 수차례의 투표 중 7:4까지 김 교수가 우세한 때도 있었으나 다시 6:5로 팽팽히 맞서서 표가 모아지지 않으므로 또다시 21일로 연기하였다고 한다.

이사들 중에 이제는 다수결로 결론을 내자는 주장을 한 사람도 있지만 역시 정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않았고, 제3자 후보안도 다시 제기되었으나 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21일에도 김, 이 두 교수들을 후보로 대결을 벌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답답한 마음으로 이사들과 후보자들에게 몇 가지 고언을 하려 한다.

첫째는 고신대가 처한 현상황을 깊이 생각하라는 것이다. 잘 알고 있겠지만 현재 중소 대학교들의 미래가 매우 불투명하다는 사실이다. 특히 지방대학들의 경우는 벌써부터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당국은 대학들이 정원의 7-80%를 채우지 못하면 과감히 통폐합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있는데다,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계속 줄고 있는 상황이라 입학정원을 채우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5년 후부터는 고교 졸업생들의 수가 대학의 모집정원수보다 적다고 한다. 그러니까 많은 대학들의 운명이 앞으로 4년 내로 결정된다는 말이다. 감히 말하거니와 고신대학교도 3-4년 내로 그 존폐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과연 이사들과 후보자들은 이런 사실을 제대로 실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이사회나 총장이 학교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학생들을 적극 유치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있는데, 이사회는 누구를 총장으로 세울 것이냐는 문제로 너무나 중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과연 고려학원 이사들이 대학을 경연할만한 안목과 경륜이 있는 사람들이냐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둘째는 총장후보자에 대해 지나치게 이상론을 주장하거나 개인적인 호불호에 매여 있는 이사들이 많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표를 분석해 보면 한 가지 뚜렷한 사실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것은 특정 후보를 절대 지지하거나 절대 기피하는 이사들이 8명이나 있다는 것이다. 곧 이환봉 교수가 7표까지 받았을 때 4명의 이사는 끝까지 기권하거나 반대했다. 또 김성수 교수가 7표를 받았을 때도 4명은 반대했다. 다시 말하면 김,이 교수에게 각각 절대 반대하거나 절대 지지하는 이사들이 각각 4명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8명 외에 세 이사들은 왔다 갔다 하거나 제3의 후보를 원하고 있는 이사들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우리는 전혀 객관적인 입장에서 11명의 이사들에게 당연한 진리를 깨우쳐 드리고 싶다. 곧 세상에는 절대 지지를 받을 수 있거나 절대 반대를 받아야 할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쉽게도 우리 고신의 인재풀은 매우 얕다는 것이다. 거기다 아닌 말로 두 사람 중 누가 총장이 된다 해도 절대적인 차이는 없다는 것이다. 이제 제발 어느 누구에게든 표를 모아 이 수준 낮고 어설픈 상황을 속히 끝내 주길 바란다.

끝으로 김성수, 이환봉 두 교수에게도 한 말씀드리고 싶다. 만약 이번 21일 투표에서도 결말이 나지 않으면 - 그 전이면 더 좋다 - 둘 중 누구든지 학교를 위해 후보직을 사퇴해 달라는 것이다. 자기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과감히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대의를 지킬 수 있기를 바란다. 아님 대학의 존폐기로에서 무한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엄중한 미래 앞에서 자신을 겸손히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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