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1일 오후 5시29분, 운전중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목사님 너무 겁내지 말고 들으십시오 지난 주에 조직 검사를 했던 결과가 나왔는데요 갑상선 암이라고 합니다. 순간적으로 덜커덩 도로가 내려앉는 느낌이 들면서 온몸이 서늘해지는것 같았습니다. 암이랜다. 내가 암환자로 확정되었댄다. 그러면 어떡하지? 수술은 어디서 하지? 나 스스로에게 자문자답을 빠르게 하고 있는데 전화기 너머로 집사님의 목소리가 아득하게 전해져 옵니다. 목사님, 수술을 잘 받으실 수 있도록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 예 예 집사님... 고맙습니다.

 

그 날은 450여명의 목사님이 모이는 컨퍼런스 장소에 있었기에 소문을 들은 몇 몇 분이 제게 찾아와서 걱정 어린 위로를 해 주었습니다. 소식 들었습니다. 갑상선 암이라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그나마 다행이네요 요즈음에 워낙에 암이 많아서 갑상선 암은 간단하게 고친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별일이 없을 겁니다. 그 암은 수술만 하면 백퍼센트 고칠 수 있답디다. 대부분이 이런 식으로 위로를 해 주셨습니다. 물론 안타까운 마음에서 주시는 위로이지만 그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같은 말을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들으니까 위로는커녕 마음에 묘한 반감이 생겼습니다. 아무것도 아니면 당신이 함 걸려보실래요? 수술만 하면 된다니요? 그게 어디 놀이인줄 압니까?

 

돌이켜 생각해 보니 사실은 저도 똑 같은 말을 지금껏 해 왔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목사이기에 비교적 환자를 많이 대하는 편인데 갑상선 암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기도하겠습니다. 힘내세요... 제가 늘 했던 말이었습니다. 비슷비슷한 위로의 말을 듣는 중에 선배 목사님 한 분이 제 자리로 왔습니다. 그 분은 평소와는 다르게 유창(?)한 말을 못하고 머뭇머뭇하다가 눈시울이 벌겋게 달아 오르더니 눈물 한 방울을 뚜둑 떨어뜨립니다. 갑자기 제가 당황되면서 마음이 울컥해졌습니다.

 

아 이거로구나 진정한 위로는 말에 있는 게 아니로구나... 수십 마디의 말보다, 평범한 정보를 지식처럼 전달하는 것보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지는 이거로구나....현란한 말 보다는 차라리 눈물 한 방울, 소중한 것을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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