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구 목사
한국교회가 침체를 거듭하고 있고 지난 10년간은 오히려 신자의 수가 감소했다는 통계가 나오면서 여러가지 원인 분석에 바쁘다. 특히 얼마전 개신교에서 로마교회로 이동해 간 사람들에 대한 분석작업 결과는 여러가지 반성의 자료를 안겨주었다.
 
'강요'와 '가벼움'으로 대표되는 한국개신교회의 이미지는 부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복음은 자유로움을 상징하는데, 한국교회는 무엇이든 지나치게 강요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물론 억울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결석하는 교인을 세밀하게 체크하는 것을 굳이 강요로 받아야 하는가?
 
시간이 남아 탈선하는 일이 예사롭게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교회가 공부와 훈련, 봉사 프로그램으로 성도들이 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강요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다. 하나님이 주신 모든 것을 하나님의 나라를 위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강요로 보려는 시각은 어째 삐딱해 보이기까지 한다. 아무렴, 종파를 옮긴 사람들에게서 바람직한 소리만 들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너무 쉽게 겨우 10여명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수용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하더라도 한국교회의 변화와 개혁은 불가피하다. 성경을 그렇게 강조하면서도 전혀 성경적이지 않은 일들이 비일비재한 현실은 철저하게 개혁되어야 한다. 하나님의 주권을 말하면서도 철저하게 자신들의 주도권 쟁탈에 여념이 없는, 교회 정치 지도자로 분류되는 사람들의 처절한 자기 반성이 없이는 지속적으로 한국교회가 쇠퇴한다는 소식을 듣게 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흔히 한국교회를 비판하는 말 가운데 수평이동에 대한 것이 적지 않다. 교회가 전도는 하지 않고, 다른 교회로부터 유입되는 교인들로 채워간다는 비판이다. 대형교회는 전부 다른교회의 사람들을 끌여들여 만든 교회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대형교회때문에 작은 교회들이 피해를 입는다고 독기를 뿜는다. 그런 점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대표적으로 부산 수영로교회 주변의 교회들이 그런 불평을 한 것이 오래 되었다. 수영로 교회는 고신의 수영교회가 내부분열을 겪는 바람에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지는 매우 오래되었다.
 
그렇다면 교회의 수평이동은 잘못된 것일까? 교인들이 다른 교회로 옮겨가는 것은 무조건 비판의 대상이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논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서울영동교회가 손봉호박사에 의해 주도될 때, 타교회로부터 이동하는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다른 교회들도 그와 같은 주장에 동조하였고, 많은 사람들이 신선한 모습으로 받아들였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자신의 교회에 대한 헌신은 없이 그저 남이 차려 놓은 밥상에 슬그머니 기어들려는 태도는 좋지 않다. 조금만 문제가 있어도 자신을 교정하거나 참고 인내하려하기 보다는 쉽게 교회를 떠나버리는 태도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교회의 치리를 달게 받고 진정으로 회개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교회로 훌쩍 떠나 자신의 과오를 감추려고만 하는 것은 전혀 옳지 않다. 그래서 교회의 치리가 사라지게 만들었으니, 한국교회를 병들게 한 원인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목사들조차도 중범죄를 저지르고서는 다른 교단으로 옮겨가 버젓하게 목회일을 계속하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난다. 한국교회의 분열이 불의한 자들의 은신처를 제공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빚기도 하였다. 장로교 합동이라는 교단명이 수십개나 되는 현실은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고 수평이동이 무조건 터부시되어야 하는가? 우선 교인들의 수평이동을 막을 재간이 없으므로 단순하게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사가 잦을 수밖에 없는 도시상황에서 교회를 옮기는 일도 잦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엉터리같은 교회가 없지 않으니 이사가서 가까운 교회로 옮겼다가 낭패를 당하면 다른 교회로 옮기는 것이 그나마 잘하는 일이다. 쉬지 않고 싸우는 교회들을 만나기도 하니, 평안한 교회를 찾아 옮길 수 있다.
 
보따리 신학교 출신 목사들이 적지 않으니, 준비안된 엉터리같은 설교를 참을 수 없을 때, 말씀을 찾아 옮기는 것은 차라지 정상적이라 해야 한다. 교회를 자신의 치부수단으로 삼는 목사를 발견할 때 교인들이 옮겨가는 것은 차라리 권장해야 할지 모른다. 주일학교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 교회에 아이들을 보내고 싶은 부모가 잘 있겠는가?
 
그래도 성도들이 교회를 옮겨서라도 신앙생활을 계속하려하고, 옮겨가고 싶은 교회가 있다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교회의 모습에 절망하여 출석을 그만둔 사람이 주변에 얼마나 많으며, 교회 출석을 그만둘뿐 아니라 교회를 비난하고 비방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인가? 타종교로 옮겨간 사람들도 적지 않은 현실이다. 무종교의 사람들에게 종교를 택하려면 어떤 것을 택하려는가를 물으면 기독교가 불교 천주교 다음이라는 통계도 나온 적이 있다. 비호감으로 전락한 교회를, 그래도 찾아주고, 바꾸기라도 하려는 사람들은 오히려 칭찬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를 일이다.
 
생각해 보라! 성도들이 아무리 교회를 찾아도 가보고 싶은 교회가 없다라는 결론을 내린다면 어떡하겠는가? 만약 그런 때가 도래한다면...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렇다면 지금 옮겨가고 싶은 교회가 있다는 것은 도리어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닌가?
 
남의 교인만 탐내는 교회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런 교회는 교회가 아니다. 그러나 너무나 헌신적이고 철저하게 영적인 목사가 사역하고 있고, 자기주장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평신도 사역자들로 가득찬 교회. 온몸을 다해 찬송하고 기도하며, 사회의 변혁을 위해 모든 지혜와 자원을 다 동원하고, 역사에 책임을 다하려는 교회가 있다면 얼마든지 찾아 나설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교회들이 많아진다면....
 
한국교회는 모든 교회가 부흥을 경험할 것이다. 지금 한국교회는 수평이동을 나무랄 때가 아니다. 오히려 아직도 옮겨가고 싶은 교회가 남아있음에 감사할 때가 아닌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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