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백화점의 네온사인도 꺼지고,테이크아웃 커피잔을 든 젊은이들도 썰물처럼 빠져나간 밤 12시. 명동의 지하도는 노숙인들의 쉼터로 변해 있었다.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 소속 목회자와 자원봉사자 150여명이 21일 자정 서울의 대표적인 번화가인 명동을 찾았다. 이들은 컵라면과 주먹밥,침낭을 들고 이곳을 찾았다. 지하도 곳곳에는 박스를 쌓아놓고 잠든 노숙인들이 있었고,그보다 훨씬 많은 노숙자인이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 한국기독교 목회자 협의회 소속 목회자들과 자원 봉사자들이 성탄을 맞아 노숙자들을 섬기기 위해 자정을 넘은 시간까지 봉사활동을 벌였다.

목회자들은 따뜻한 컵라면과 주먹밥을 건네며 “맛있게 드세요” “건강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청년들도 지하도 바닥에 누워있는 노숙인들을 일일이 찾아가 음식을 전하고 대화를 나눴다.

한목협을 노숙인들에게 인도한 이들은 IMF경제위기 직후부터 활동해온 단체 ‘거리의 천사들’이었다. 이 단체는 매일 저녁 이곳을 찾아 노숙인들에게 음식과 생필품을 전달하고,손을 잡고 기도하며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거리의 천사들’ 대표 안기성 목사는 “토요일을 제외한 매일 저녁 250명,매년 7만여명의 노숙인들을 만나고 있다”며 “교회 청년부와 선교회 등 60여 단체에서 참여하는 자원봉사자도 연 2500명에 이른다”고 소개했다.

앞서 한목협과 ‘거리의 천사들’ 자원봉사자들은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성탄 예배를 드렸다. 이들은 호서대 연극학과 학생들이 노숙인 문제를 주제로 마련한 연극을 관람한 뒤 손에 손을 잡고 청계천을 따라 명동까지 걸어왔다.

이날 명동 지하도에서는 배송희 목사의 콘서트 관객과 힙합가수이자 연기자인 양동근씨가 합류해 거리 찬양을 하며 노숙인들을 위로했다. 지하도에서 맞닥뜨린 이들 관객과 한목협 회원들,자원봉사자 그리고 노숙인들은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부르고 서로를 향해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 순간 차가웠던 지하도는 따스한 거리교회로 바뀌었다.

출처: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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