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희찬 목사
  마산제일교회 담임
  코닷연구위원
  네덜란드 아펠도른
  신학교에서 수학
  고려신학대학원
  <교회정치> 강사
언제부터인가 교단지인 기독교보에 목사청빙공고가 실리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낯설고 이상하게 보이더니 지금은 성도들뿐만 아니라 목사에게 너무나 당연한 것이 되어 버렸다. 최근 농촌 소재 교회라 할지라도 공고가 나면 수십 명 이상의 목사들이 지원하는 형편이다. 수북이 쌓인 지원서 중에서 당회가 1차 서류심사를 하고, 통과한 지원자 중에서 설교 혹은 면접을 통해서 1명 혹은 2명의 후보자를 선발하고, 최종적으로 공동의회가 투표해서 결정하고 있다. 청빙광고의 내용도 한 교회가 목사를 청빙한다는 사실을 단순히 공지하는 것이 아니라, 연령이나 학위, 기타 자격  등의 조건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

물론 이는 교회가 보다 좋은 목사를 청빙하기 위한 열심서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관행처럼 되어가는 목사청빙 광고, 과연 성경적이고 교회에 유익한 것일까? 많은 문제점이 있겠지만, 목사청빙공고의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현행 목사청빙공고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점은 목사로 하여금 먼저 지원하게 한다는  것이다.

교회역사를 보면 지역교회가 선출을 통해서 목사를 청빙하는 권리는 16세기 종교개혁의 산물이다. 이것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확인하는 절차였다. 그러나 로마 가톨릭교회는 여전히 임명을 통해서 지역교회 성도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성직자를 파송하였고, 종교개혁 당시 극단적인 개혁파인 재세례파는 교인의 선출 없이 당사자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주관적으로 확신하기만 하면 (즉 내적 소명만으로) 직분자로 임명하였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1561년에 작성되고 개혁주의진영에서 채택한 벨기에 신앙고백서 31조(교회의 직분들)를 보면 다음과 같은 조항이 나온다.

 "우리는 하나님 말씀의 사역자와 장로, 집사는 교회를 통한 합법적인 방법으로 즉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면서, 하나님의 말씀이 가르치는 대로 적절한 절차를 따라 선출되어야 할 것을 믿는다. 그래서 허용되지 않은 방법으로 취임하는 것을 적절하게 감시해야 하며, 또 자기의 부름이 하나님으로부터 온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를 얻기 위해서 하나님으로부터 부름 받는 때를 기다려야 한다."

 이와 같이 장로교회 혹은 개혁교회는 이 조항에 나타난 정신에 따라 목사를 포함하여 장로 집사의 선출 시 하나님의 부르심을 진지하게 생각하였다. 물론 이것은 신구약을 통틀어서 하나님께서 교회에 직분을 세우실 때 자기의 주권적인 뜻대로 사람을 부르신 것에 연유한다.

필자는 이 관행(청빙광고)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이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다고는 보지 않는다. 당회의 심사와 공동의회의 선출을 거치는 동안에 어느 정도 하나님의 부르심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 관행에는 하나님의 부르심 사상이 상당히 훼손당하거나 약화되어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서 최종 청빙이 결정된 목사 입장에서 볼 때, 과연 그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강하게 확신할 수 있을까? 교회 입장에서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물론 그는 당회의 심사와 교인의 선출을 통과하였기에 다소 하나님의 부르심을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그가 자원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부르심을 100% 확신하기는 목사든 교회든 어렵다고 본다. 그렇게 해서 청빙 받은 목사가 과연 하나님의 부르심을 100% 확신하며 봉사할 수 있을까? 또 교회도 목사를 100% 하나님의 부르심을 입은 사역자로 여기고 그를 존경할 수 있을까? 벨기에신앙고백서의 위 조항에서 본 대로 하나님의 주권적인 부르심을 자기의 자원 없이 교인의 선출을 통해서 설득력 있는 증거를 얻고자 하고, 하나님이 부르시는 때를 기다리는 것이 성경적이고 교회에 유익한 것이 아닐까?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장로와 집사 역시 선 지원 후 선출로 갈 수 있을지 모른다. 실제로 필자가 아는 한 교회는 그렇게 하고 있다. 물론 이 교회는 직분의 임기제를 시행하고 있어서 부담이 없이 선 지원 후 선출의 제도를 가졌으리라 본다.

둘째 목사초빙공고의 핵심 혹은 문제점은 목사의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이 뿐 아니라 학력 및 학위, 외국어 구사능력 등으로 자격을 제한하고 나아가 사모에게도 약간의 조건을 제시하기도 한다. 고신 교회의 목사라는 사실로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자격제한은 사회의 공무원 채용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이는 목사가 지원하게 하는 것과 함께 하나님께서 주권적으로 자기 교회를 위하여 사역자를 부르신다는 사상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본 관행은 성경의 사상, 우리의 신앙고백에도 점점 어긋나고 있을 뿐 아니라 목사나 해 교회에도 결코 유익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리라 생각한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놓고 설득력 있는 증거를 얻고자 하고, 또 하나님이 부르시는 때를 기다리는 믿음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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