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신학대학원 캠퍼스(천안 삼룡동 소재)에서 개최된 고신 제60회 총회가 계파분쟁이라는 해묶은 고질을 극복하였고, 여기에다 18년 만에 전면적인 헌법개정이라는 어렵고도 큰 과업을 무난히 이룩함으로써 교회에 희망을 주고 폐회하였다.

계파가 사라지고 있다.
먼저 이번 총회의 분위기는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전과는 매우 달라진 양상을 보였다. 첫째 임원선거에서 부총회장과 부회록서기 외에는 경합이 없었다. 서기, 부서기, 회록서기, 회계, 부회계는 단독 출마했고 무투표 당선되었다. 유지재단 이사에는 목사이사 4명과 장로이사 3명을 선출하였는데, 후보자는 목사 장로 각각 6명과 5명이었다. 그래서 1.5:1의 경쟁밖에 되지 않은데다 누가 어떤 계파에 속하는지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과거에는 양계파에서 반드시 대항마(?)를 내세워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 양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경합이 된 투표에서도 당선자와 낙선자의 득표차가 아주 커서 투표자들이 계파의식을 갖지 않고 투표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부총회장 후보자들이 3명이었는데, 2명은 소위 개혁파에 속한 인물이었고 1명은 보수파에 속하는 사람으로 분류되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투표결과는 계파에 관계없이 인물중심으로 투표가 이루어졌음을 보여주었다. 투표하기 전에는 같은 계파에서 두 사람이 출마했음으로 표가 갈려서 보수파 후보가 상대적으로 많은 득표를 하리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런 양상은 부회록서기 투표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여기는 두 후보자가 계파 소속이 분명한 사람들이었다. 또 그 중 한 사람은 보수파에서 지도적인 자리에 있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서로 팽팽한 경합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69% 대 31%였다. 총대들은 전혀 계파를 의식하지 않고 투표를 했던 것이다.

계파 초월의 분위기는 의사진행을 할 때도 그대로 이어졌다. 토론에서 계파적인 의식으로 발언하는 총대들은 거의 없었다. 헌법개정, 구조조정, 학교법인 이사장 문제, 총회의 상근자들로서 중요 직책(사무총장, 교육원장, 선교본부장, 언론사 사장)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임기나 연임문제 등의 민감한 사안들을 다룰 때도 계파적인 색깔의 발언이나 논쟁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반대로, 같은 계파 끼리 서로 다투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서 총대들은 “왜 자기들끼리 싸우냐?”며 농담을 할 정도였다.

교회의 회의는 여론을 모우는 회의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찾는 기도이다. 그러므로 파벌의식을 갖고 회의에 임한다는 것은 일종의 죄악이다. 이는 주권자이신 하나님을 무시하는 인본주의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철저히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을 찾는데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파벌의식을 갖고 있으면 절대로 이렇게 할 수 없으며, 또 상대를 서로 의심하기 때문에 갈등은 계속 증폭되게 돼 있다. 그러나 이번 총회는 계파가 깨어지고 파벌의식이 거의 사라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고신총회에 왜, 어떻게 이런 변화가 온 것일까? 첫째 이유는 총대가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해묶은 대립이나 감정을 가진 사람들은 소수가 되고, 아무런 전제나 편견이 없는 총대들이 다수가 되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2-3년 전에 상당수 젊은 목사들이 총회장도 기수별로 뽑아서 과도한 경쟁을 하지 않도록 하자고 성명한 일도 좋은 자극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둘째는 수년 동안 첨예한 이슈가 되었던 신대원 두 전교수들(L, C 교수)의 문제가 일단락되었기 때문이다. 두 전교수들의 문제로 총대들이 의도를 했던 하지 않았던 결과적으로는 편들기가 이루어졌고, 수세에 몰린 당사자들은 지지 세력을 등에 업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셋째로 분명하게 확인할 수는 없지만, 총대들의 신앙과 인격이 성숙해졌다는 것이다. 총회에서 발언하는 사람들의 자세나 그 내용이 매우 부드러워졌다는 것에 많은 총대들이 공감하고 있었다. 또 총회장이 이를 권고하며 노력하고 있었다. 목소리를 지나치게 높이거나 시간을 길게 끌면 마이크를 꺼버렸다. 또 발언자들의 말을 듣는 총대들도 야유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과격한 발언에 대해서는 무언의 압력을 느끼게 만들고 있었다.

하여간 이는 큰 변화이고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이는 교회에 큰 희망을 가져다주는 변화이기도 하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 된다면 고신은 앞으로 크게 발전할 것이 확실하다.

18년 만의 헌법 개정은 역사적인 일이다.
이번 고신총회가 한 일 중에 가장 크고 중요한 일은 단연 헌법 개정이다. 구 헌법은 1992년도에 개정된 것이다. 중간 중간에 일부 개정한 것들도 있지만, 전면 개정은 이번 총회에서 이루어졌다. 3년 전부터 작업을 해서 이번에 개정된 것이다.

이번에는 정치와 권징조례와 같은 관리표준만 한 것이 아니라 교리표준까지도 개정하였다. 교리자체가 변경된 것은 없지만, 그 진술과 표현 등이 현대화되고 보충되었다. 신대원 교수들의 수고가 컸다.

관리표준인 정치와 권징 조례, 그리고 예배지침은 전보다 상당히 구체화 되었다. 물론 장로교 헌법은 선언적이고 포괄적이다. 이유는 각 시대나 지역의 문화적 차이를 염두에 두고, 각 시대나 지역에 세워진 교회 치리회들에 많은 재량권을 주기 위해서이다. 당회나 노회, 그리고 총회가 성경과 교리의 표준을 따라 처한 상황에 맞게 사리를 판단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자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장로교 정치의 특징이다.

그러나 하나님에 대한 교인들의 경외심이나 교회의 경건성이 발전되기보다는 오히려 퇴보한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헌법이 좀 더 구체화 될 필요성이 증대되었다. 따라서 이번 헌법 개정에서는 이런 부분이 많이 보충되었다. 특히 권징조례에서는 그 동안 상당히 오랫동안 이슈가 되어왔던 문제들에 대해 지침을 주고 있다.

여기서 개정 내용까지 소개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헌법 개정이라고 하는 어렵고 큰 작업을 무난히 해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는 “교회는 개혁되었기 때문에 계속 개혁되어야 한다”는 선배 개혁주의자의 말대로, 고신교회는 미래 지향적으로 개혁 작업을 계속해 나가기를 바란다. 동시에 교회들에 희망을 주는 총회가 되기를 다시 한 번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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