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학원 정상화를 앞두고 짚어 보아야할 문제들.

중병이 들면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는다.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가능한 한 빨리 퇴원한다. 오래 입원하는 것은 경제적인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또 오랜 병원 생활 자체도 힘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자가 병을 제대로 치료하지도 않고 퇴원하려고 한다면 정말 어리석은 짓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병이 도질게 뻔하기 때문이다. 병이 도지면 대개는 처음보다 더 큰 고통을 당하게 되고 병원비도 더 든다. 그래서 병원생활이 답답하고 힘들어도, 병원비가 많이 들어도 제대로 치료받고 회복된 뒤에 퇴원해야 한다.


또 병원에 입원해 있는 기간은 생각해 보면 낭비만은 아니다.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감하게 되고 건강을 회복하면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때문이다. 일부러 중병이 들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수술을 받고 장기입원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병상을 통과하면서 영적으로 인격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기 때문에 병상에서의 기간은 값어치가 있다. 그래서 감사하게 된다.


최근 임시이사 체제가 끝나고(?) 고려학원이 교단의 품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는 언질을 받았다고 한다. 이를 위해 이십 수억을 모금하려 하고 있다. 학교법인이 중병을 앓다가 수술을 받고 퇴원할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정말 제대로 치료를 받기는 한 것인가? 제대로 회복이나 한 것인가? 퇴원 후에 어떻게 살 것인지를 설계를 하기는 한 것인가?


그래서 몇 가지 짚어 보고자 하는 것은


1. 고려학원을 정상화하려했다면 지난 수년간의 정상화 위원회는 무엇보다 향후 관선이사가 물러갈 때 이사회 구성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를 이루었어야 하고, 적어도 지난해 총회에서는 이사구성을 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쉽게 말해 총회 지도부가 교육부에 돌려달라는 소리만 하였을 뿐,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이사 구성원리와 실제에 관한 지침을 만들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겨우 '전문가 운운'했지만 그런 사람이 과연 존재하는지, 맡을 사람이 있는 것인지, 후보군이라도 추천 받는 등의 구체적인 작업은 전혀 해 보지 않은 채 돌려달라고 떼만 쓰는 꼴이 아닌지 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돌려준다면 어떤 사람을 이사로 뽑을 것이며, 그 사람들이 과연 적절한지는 누가 판단할 것인가?


2.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익을 남기기 위하여 처절한 경영을 하여야 하는 -교회가 직영하는 기구가 세상적인 구조조정하느라 애매한 희생자를 내는 일과 같은 - 기관인 병원을 교단총회가 직영하는 것이 과연 성경적이며, 21세기 복지사회를 내다보는 한국 상황에서 교회가 맡아야 할 당위성이 있는 일인가 하는 점이다.


3. 대학과 신학대학원 그리고 복음병원을 지금까지의 방식으로 운영을 밀고 나갈 것인가 아니면 각각의 길을 찾도록 할 것인가하는 문제를 이제는 심도 있게 토론하고 중지를 모아야 할 때라고 본다.


오랫동안 도져온 교단의 고질병이 제대로 수술되지도 치료되지도 않은 채 병원생활이 힘들고 수치스럽다고 퇴원부터 하고보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리 의사가 퇴원하라고 해도 환자가 제대로 회복되지 않았다 판단되면 병원에 더 입원해야 한다. 떼를 써서라도 그리해야 되지 않겠는가?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