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추절과 성령강림절(정주채 목사)

   
대체로 설교를 중시하고 신학의 정통을 보수하는 교회들에서는 성령강림절을 잘 지키지 않는다. 현재도 많은 교회들이 아무런 언급도 없이 이 절기를 보내고 있다.


필자는 유아 때부터 교회 다녔으나 대학생이 될 때까지 성령강림절이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꽃주일(어린이주일을 그렇게 불렀다)이나 어머니주일은 처음부터 알았지만, 필자의 경우가 좀 유별했는지 모르겠으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대부분의 한국교회가 이 절기를 소홀히 해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제는 이 절기를 소홀히 함으로써 우리가 참으로 풍성하고 충만한 은혜를 간과해 버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왜 이 놀랍고 귀중한 구속의 역사가 이렇게도 소홀히 되고 있을까? 이것부터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보수적인 기독교인의 많은 숫자가 뜨거운 열정과 충만한 기쁨, 그리고 확신이 결핍되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교회가 성령 하나님에 대한 온전한 신앙고백을 갖지 못하고, 그의 영광과 권세에 합당한 자리를 내 드리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미 성령이 오셔서 복음의 추수가 시작되었고 이제 이 추수기가 끝나가고 있는 때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구약의 맥추절을 지키고 있는 - 유대인들이 유월절의 실체이신 그리스도를 믿지 않고 실체의 그림자인 절기를 아직도 붙잡고 있듯이 - 교회의 무지와 어리석음 때문이다.


1. 구약시대의 3대 절기

우리가 잘 아는 대로 구약시대의 3대 절기는 유월절과 맥추절 그리고 수장절이다(출23:14-16). 이 절기들은 서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연속성을 가진 절기들이며 일련의 역사이다. 이 절기들의 이름들도 다양한데 유월절은 무교절로, 맥추절은 오순절 혹은 칠칠절로, 수장절은 초막절과 추수절 등으로 불리운다. 이 절기들은 바로 하나의 구속사이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구속사역에 대한 예표이다.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지켰던 이 절기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되었다. 우리는 성취된 그리스도의 복음의 빛 가운데서 이 절기들의 의미와 영광을 더욱 구체적으로 발견하며 또 이 구체적인 축제의 영광에서 복음의 풍성함을 다시 본다.


⑴ 유월절 : 이때는 누룩없는 빵을 먹었기 때문에 무교절이라 불렀다. 이 무교절 첫 날이 바로 유월절이다.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절기이다. 무교절 첫 날 곧 유월절에 양을 잡아 무교병과 더불어 쓴 나물과 함께 먹었다.


⑵ 맥추절 : 농사의 첫 추수를 하여 감사하는 절기이다. 일반적으로는 오순절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어졌다. 오순절이란 유월절로부터 50일째 되는 절기라는 뜻이다. 칠칠절이란 밀과 보리의 첫 추수를 시작해서 그것이 끝나는 곡식추수의 전체기간을 7주간으로 잡은 것을 의미하나 역시 오순절과 마찬가지로 유월절과 관계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곧 유월절이 있으므로 오순절이 있다.


⑶ 수장절 : 이것은 이스라엘 민족이 애굽의 고난으로부터 해방되어 약속의 땅에 들어온 것을 감사하며, 광야에서 장막생활을 한 것을 기념하는 동시에 그 해의 수확을 감사하는 절기이다. 그래서 이 절기를 추수절이라고도 한다. 추수한 모든 것들을 창고에 드린 후에 지키는 이 절기는 신약시대의 교회가 누릴 즐거움을 예표하며, 동시에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서 누릴 천국을 소망하는 절기이다.


유월절은 신약에서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성취되었고, 오순절은 성령강림으로 그 실체가 드러났고, 수장절은 예수그리스도의 재림으로 완성될 것이다.


2. 맥추절

맥추절이란 보리와 밀을 추수하는 절기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 절기는 "처음 익은 열매를 드리는 날"로 불려졌다(출23:16, 34:22, 레23:17, 민28:26). 오순절은 하루동안 지켰으나 - 유월절과 수장절은 7일동안 지켰다 - 칠칠절이라는 이름에 나타나는대로 이 절기의 기간은 사실상 일 곱 이레 동안이라 할 수 있다.


처음 익은 열매를 드리는 이 절기는 초실절로부터 시작한다(레23:9-14). 초실절은 유월절이 지난 첫 안식일 다음 날이다(레23:11, 16). 이 날에 첫 이삭 한 단을 요제로 하나님께 드렸다.  이 날로부터 일곱 이레를 지나면 칠칠절 곧 오순절이다. 그리고 오순절에는 새 밀가루로 만든 떡 두 덩이를 요제로 드리는 "새 소제"(레23:16)가 거행되었다.


특기할 것은 새 소제로 드려진 떡에는 누룩을 넣었다는 사실이다(레23:17). 본래 소제물에는 누룩을 넣지 못하도록 되어있다(레2:11). 그러나 오순절에 드리는 새 소제에는 누룩을 넣도록 했는데. 이것은 예수님의 천국비유 곧 "가루 서 말 속에 갖다 넣어 전부 부풀게 한 누룩과 같으니라"는 말씀을 생각나게 한다. 그리고 이는 성령강림으로 말미암아 새롭게 드려지는 교회를 예표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여기서 우리는 정교하게 세워진 구약의 절기들과 성취된 그리스도의 사역을 본다. 유월절에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초실절에 부활하셨다. 그리고 일곱 이레가 지난 오순절에 성령께서 강림하셨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초실절에 드려진 첫 열매였으며(고전15:20), 오순절에 바쳐진 떡은 성령강림으로 말미암아 설립된 신약시대의 교회이다.


3. 맥추절에 오신 성령

예수님의 부활은 모든 잠자는 자들의 첫 열매였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40일 동안 이 땅에 계시며 그의 부활을 증거하시다가 승천하셨다. 승천하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아버지의 약속하신 것을 기다리라"(행1:4)고 하셨다. 이 말씀대로 순종하여 전심으로 기도하던 사도들과 120여명의 성도들이 주께서 승천하신 후 열흘째 되던 날 곧 맥추절(오순절)에 성령의 충만함을 받았다.

  

맥추절의 성령강림은 단순히 능력의 부으심이나 영적인 열광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와 사역이 모든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임하고 가시화되는 획기적인 사건이다. 맥추절에 강림하신 성령은 예수 그리스도를 대체하는 그 무엇이 아니라 죄인들을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 임재 그 자체인 것이다.


그래서 맥추절 사건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영이 이제는 언제나 성도들과 함께 계시는 것을 말해 준다. 맥추절 전에는 주께서 사도들과 함께 계심을 감각적 인식으로 알았다. 그러나 오순절 이후에는 보고 만지는 것보다 더욱 확실하고 실제적인 영적 인식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예수님은 "내가 떠나가는 것이 너희에게 유익이라"고 하셨다. 예수님이 육체로 계실 때에는 가시적이고 공간적인 한계에 있었지만 맥추절 사건은 "내가 세상 끝 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는 약속의 성취를 경험케 함으로써, 사도들은 모든 한계를 뛰어넘는 영적인 자유를 가지고 그리스도와 함께 성령의 능력으로 살아가게 하였다. 그리고 저들은 복음의 추수꾼들이 되었다(마9:37,38).


"오순절 날이 이미 이르매 저희가 다 한 곳에 모였더니 홀연히 하늘로부터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소리가 있어 저희 앉은 온 집에 가득하여 불의 혀같이 갈라지는 것이 저희에게 보여 각 사람 위에 임하여 있더니 저희가 다 성령의 충만함을 받고 성령의 말하게 하심을 따라 다른 방언으로 말하기를 시작했다"


“불의 혀” 나 “다른 방언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는 사실들은 복음이 땅 끝까기 전하여지고 복음의 추수가 시작될 것을 강력히 시사한다.


거듭 말하지만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와 부활을 통하여 이루신 구원이 실제로 주어지고 확인된 것이 맥추절 사건이다. 맥추절의 성령강림이 없었다면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은 하나의 기억 속에 파묻히고 말았을 것이다. 이 날에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영이 우리에게 부은바 되었다. 그래서 맥추절이 예표 했던 그대로 이때로부터 생명의 열매를 추수하는 일이 본격화 되었다.


여기서 필자가 강조하려는 것은 유월절과 맥추절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듯이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 그리고 성령강림은 연합된 일련의 구속사건이라는 것이다.


4. 이제는 맥추절이 아닌 성령강림절

맥추절은 성취되었다. 그러므로 이제는 맥추절이 아닌 성령강림절을 지켜야한다.

맥추절이 소맥을 거두어 들였으므로 감사한다는 정도의 절기가 아님을 이미 앞에서 밝혔다.


맥추절에 분명히 추수감사의 뜻이 있지만 이것은 영적인 추수를 예표하는데 더 큰 의미를 가진다. 만일 이런 구속사적인 의미를 갖지 않은 절기라면 교회의 절기로서는 이미 가치가 없다. 어린이주일이나 어버이주일 같이 윤리적인 교훈을 위해 정한 날들에 불과할 것이다.


성령강림절을 어찌 어린이주일이나 어버이주일과 같은 반열에 둘 수 있겠는가.(실제로는 이런 날들보다 더 소홀히 여겨지고 있기도 하지만)


실제로 도회지 교회들에서 맥추감사절을 지키는 것이 곤혹스러워진지가 오래다. "맥"이란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앉아있는 교회에서 구속역사의 바탕이 없는 맥추절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가 있겠는가? 그리고 이미 성령강림절을 맞으면서 맥추절의 성취된 구속의 역사를 가르치고 설교하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맥추절을 지켜야 한다니 대관절 어떤 성경적 근거를 제시한단 말인가? 우리는 지금 이중과세(二重過歲)를 하듯 하고 있다. 그것도 성경이 정한 것을 무시하면서까지 말이다. 교회의 절기가 헌금이나 하는 날이 되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지금 유월절을 지키지 않는다. 그리스도의 죽으심으로 성취되었기 때문이다. 맥추절도 마찬가지이다. 성령께서 이 날에 강림하심으로 성취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맥추절이 아닌 성령강림절로 지켜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추수감사절은 왜 지키느냐고 혹 반문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봄에는 소맥을 거두었으니 맥추감사절이요, 가을에는 모든 곡식들을 다 거두었으니 좀 더 큰 감사절이 아닌가 하고.


그러나 추수감사절은 바로 수장절의 연속이다. 앞에서 말한대로 수장절은 회고와 감사와 소망의 내용을 갖추고 있다. 이 수장절 축제의 완전한 성취는 천국의 축제이다. 그래서 추수감사절은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지켜야 할 절기이다.


5. 목회와 성령강림절

성령강림절은 부활절로부터 50일째 되는 날로 지킨다. 그런데 부활절로부터 성령강림절까지의 이 기간이 목회적으로 아주 중요하고 좋은 기간이다. 일반적으로 부활절에서 역산하여 40일 동안을 사순절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때 교회들은 여러 가지 목회 프로그램들을 가지고 신자들의 영적 유익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부활절 후 50일 동안이 사순절보다 더 적극적인 목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천할 수 있는 시기이다. 사순절이 회개와 슬픔의 때라고 하면 오순절은 확신과 환희와 능력의 때이다. "겨울도 지나고 비도 그친"(아가2:11) 영계의 봄이다.


 그러므로 부활의 감격을 부활절에 끝나도록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날부터 부활하신 주님과 더불어 생명을 누리되 풍성히 누리는 자리로 나아가게 하여야 할 것이다.


⑴ 이때는 성령 하나님에 대하여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성령 하나님은 어떤 분이시며, 그 분의 사역과 은사들은 무엇인지에 대해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적절한 기회이다. 대부분 성령 하나님에 대하여 무지하다. 이 무지가 성령충만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⑵ 이때는 부흥의 때이다.

성령의 충만을 받는 영성운동의 기간으로 가장 적절한 때이다. 성령의 오심은 단회적인 사건이지만 - 성령세례가 반복적이라면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도 반복되어야 할 것이다  - 성령충만은 반복된다. 그리고 이것은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따라서 성령강림을 기념하는 이 절기야말로 성령충만을 사모하고 재충만을 경험하는 심령부흥의 적기가 아닌가.


특히 성령강림절을 앞둔 10일 동안은 합심기도 기간으로 삼고 온 교회가 전심으로 기도하는 때로 삼을 수 있다. 이때는 릴레이 금식기도, 구역 및 기관별 연합기도, 부흥사경회 등의 행사를 할 수 있다.


⑶ 이때는 전도의 때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첫 열매이다. 첫 열매가 드려지는 초실절로부터 맥추절이 시작되었듯이 이 부활절로부터 전도의 열매를 맺는 절기로 삼아 성령강림절까지 계속 할 수 있다. 구약의 교회가 오순절에 새 소제를 하나님께 드렸듯이 우리는 성령강림절에 새 신자(전도의 열매)를 하나님께 드리는 전도주일로 지킬 수 있다. 이 전도의 열매가 어떤 헌금보다도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실 제물이 아니겠는가.


『결언』

때가 차매 하나님께서 아들을 이 세상에 보내셨다. 그리고 때를 따라 그의 구속의 역사들을 이루셨다.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 성령강림, 그리고 나아가 그리스도의 재림과 더불어 완성될 하나님의 나라는 구속역사의 핵심들이다. 신약의 교회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취된 이 역사들을 알고 기념하며 누리는 특권을 가지고 있다.


특별히 우리는 맥추절을 새롭게 발견해야 한다. 그 비의(秘義)를 알고 그 성취를 확인해야 한다. 소낙비처럼 부어주시기로 약속하신 그 엄청난 은혜의 약속이 성취된 것을 찬양하고 감사해야 한다. 성령강림절은 참으로 풍성하고 충만한 은혜의 절기이다. 우리는 이 절기의 위치를 바로 찾아 바르게 기념하며 그 은혜의 풍성함을 알고 그것을 소유해야 한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영광의 아버지께서 지혜와 계시의 영을 너희에게 주사 하나님을 알게 하시고, 너희 마음눈을 밝히사 그의 부르심의 소망이 무엇이며, 성도 안에서 그 기업의 영광의 풍성이 무엇이며, 그의 힘의 강력으로 역사하심을 따라, 믿는 우리에게 베푸신 능력의 지극히 크심이 어떤 것을 너희로 알게 하시기를 구하노라"(엡1: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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