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호준 교수

   미국 칼빈신학대학원
   (M.Div., Th.M.)
   네덜란드 암스텔담
   자유대학교(Dr.Theol)
   현,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구약학 교수
   백석정신아카데미사무총장
   평촌 무지개교회 설교목사
만물을 충만하게 하시려고

하늘의 가장 높은 데로 올라가신

바로 그분이 예수이십니다.

(엡 4:10)


우리에게는 하늘로 올라가신 위대한 대제사장이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계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가 고백하는 신앙을 굳게 지킵시다.

(히 4:13)


  교회력 가운데 가장 유명한 절기가 어떤 날입니까 하고 묻는다면, 대답은 자명하다. 한 목소리로 ‘성탄절!’이라고 외칠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아마 부활절이 많은 표를 얻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거의 기억되지 않는 교회 절기가 있다. 예수님께서 전능하신 ‘왕’으로 하늘 보좌에 등극하신 날이다. 그 날을 가리켜 우리는 ‘승천일’(Ascension Day)이라 부른다. 곧 만왕의 왕으로, 만주의 주님으로 즉위(卽位)하시기 위해 하늘의 궁정으로 입성하신 날이다.


  매 해 승천일은 목요일에 떨어진다. 그러나 성탄절과는 대조적으로 대부분의 한국 교회들은 승천일을 기념하여 지키지 않는다. 그러니 이 세상이 ‘왕의 등극’을, ‘승천’을 믿을 리 만무하지 않겠는가! 승천일은 부활절로부터 40일이 되는 날이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40일 동안 ‘하나님 나라’에 관한 복음을 전파하셨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후 제자들은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예수님께서 약속하신 성령님의 강림을 간절히 기도하였고, 예수님의 승천 후 10일이 되던 날, 다시 말해 부활절로부터 50일째가 되던 날(오순절) 성령님께서 교회 위에 내려오셨다. 어쨌건 교회력 가운데 잃어버린 절기가 바로 이 승천일이다. 한국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어느 교회가 승천일에 모여 예배를 드린 일이 있었는가? 아니면 그 즈음에 교회에서 승천에 관한 설교를 들어본 일이 있는가?


  예수님의 성육신은 승천사건으로 최고조의 절정에 이르지만 이 사실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교회와 사람들이 없다는 점이 유감이다. 물론 교회력에 따른 날짜를 잊는다는 것이 그렇게 끔찍한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다른 사건들과 달리 예수 그리스도의 ‘주(主) 되심’과 성령님의 임재와 현존이라는 실체는 우리 크리스천들의 신앙고백 속에 그리고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커다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이런 사실을 깊이 인식한다면 승천일이야말로 교회력에 따른 절기 중에 가장 중요한 날이요 축하하고 즐거워야 할 날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성탄절만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그리스도인들은 베들레헴의 어린 아기 예수가 온 우주를 다스리시고 관장하시는 구세주시며 주님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데 애를 먹을 것이다. 우리의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승천과 그 후 계속되는 그분의 사역에 대해 무지하거나 외면한다면 교회의 영적 건강에 치명적인 손실이 오게 될지도 모른다.


  승천일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이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심으로써 예수님은 통치받는 곳에서 통치하는 곳, 즉 하나님의 오른편으로 자리를 옮겨가셨다는 것이다. 바로가 요셉의 손을 통하지 않고서는 애굽 땅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것처럼, 전능하신 하나님께서도 예수님을 통해서만 자기의 세상을 다스리신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날이 승천일이다.


  오직 예수님을 통해서만 우리는 하나님께로 나아갈 수 있다. 오직 예수님을 통해서 하나님은 우리 안으로 이사 들어오신다. 오직 예수님을 통해서만 하나님은 우리를 다스리신다. 예수님을 통해서만 하나님은 이 세상을 심판하시고 통치하신다.


  오직 누가만이 예수님의 승천 사건을 기록하고 있다(24:51;행 1:9). 만일 승천 사건을 공간적으로만 생각한다면, 우리는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당시 성경의 저자들은 우주가 삼층으로 지어져 있다고 생각했었다. 소위 ‘우주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이상하게 들리는 소리일지도 모른다. 물론 삼층으로 된 세상(하늘과 땅과 땅 아래 구덩이)이 있다는 사실을 가르치려는 것이 성경 기록의 목적은 아니다.


  바울은 예수님께서 “모든 하늘 위 저 너머로 올라가셨다”(엡 4:10)고 쓰고 있다. 그렇게 쓰고 있는 바울의 의도는 우리가 그 말을 공간적으로 이해하라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예수는 천사 성운 너머 6천 미터 정도 위로 올라갔다는 식으로 이해하라는 것이 아니다. ‘높이’는 지위와 능력과 힘을 상징하는 언어다. 다른 곳에서 바울은 이렇게 말한다. “하나님께서는 그를 가장 높은 곳으로 이끌어 올려 모든 이름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에게 주셨다”(빌 2:9). 즉 우주적 계급질서 안에서 예수님의 지위와 권세가 얼마나 높은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참고로, 영어로 ‘승천’을 ‘Ascension’이라 하는데, 이 용어는 ‘하늘로 올라간다’(昇天)는 말보다는 단순히 ‘높은 곳으로 오르다’는 뜻이다.]


  나사렛 예수는 구약성경이 그렇게도 기대하고 기다렸던 ‘분’의 역할을 성취하신다. 구약이 누구를 기다렸던가? 하나님께서 ‘모든 것들’(萬有)위에 세우시고 모든 원수들이 굴복할 때까지 이 세상 모든 것을 다스리시도록 세우신 ‘분’〔人子 = 사람〕이 아니던가? 그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라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이다. 높이 들리신 왕, 전적인 자유를 갖고 하나님 밑에서 이 세상 모든 것을 다스리시는 위대한 왕, 이런 왕에 관한 주제는 신약 성경 전체를 통해 다양한 음조와 선율로 연주된다. 그런데 교회는 그런 음악을 귀담아 듣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교회는 성탄절을 거창하게 축하하면서도 승천일에 대해서는 너무도 인색하다. 아니 무지하기 때문이라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 우리는 신약성경에서 이탈하고 있다.


  “예수님께서 다스리신다!” 따라서 마귀는 운전석에서 끌어내려졌다. 크리소스톰(Chrysostom, 347-407)은 승천일의 중요성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모든 기독교 축제일들은 마귀를 정죄한다. 그러나 이 날(승천일)은 더더욱 그러하다.” 이레니우스(Ireneaus, 130-200)는 쓰기를, “비록 세상 끝자락까지 전 세계에 흩어졌다 하더라도 교회는 사도들과 그들의 제자들로부터 한 분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전수받았고, … 그분께서 육체로 하늘로 올라가셨다는 사실을 전해 받았다.” 어거스틴도 승천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썼다. “모든 기독교 절기들이 주는 은혜를 최종적으로 확증하는 절기가 승천일이다. 이 절기가 없다면 모든 절기들의 유익함은 사라질 것이다. 구세주께서 하늘로 올라가시지 않았다면, 그분의 출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며, … 그분의 수난도 우리에게 아무런 열매도 주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그분의 가장 거룩한 부활 역시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되었을 것이다.”1)


  그렇다. 예수님만이 왕이시며 주님이시다! 바울에 따르면 “그리스도께서 모든 하늘들 위로 올라가셨으니, 그가 모든 것들〔萬有〕을 가득 채우기 위함이다.”고 하였다. 여기서 ‘모든 것들’이란 아무 것도 빼놓은 것이 없다는 뜻이다. 예수님께서,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권세가 네게 주어졌다”(마 28:18)라고 말씀하셨을 때의 의미가 그것이다. 다시 말해 그가 다스리고 지배하는 영역에서 아무 것도 빠진 것이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예수님을 이 세상의 구세주로, 이 세상의 주님으로 인정하고 선포하는 일이다. 이런 일을 하되 매우 포괄적으로 해야 한다. “모든 나라들과 민족을 제자들로 삼으라”(마 28:19)는 말이 이쪽 방향을 가리킨다. 왜냐하면 그분은 우리의 머리와 손, 집과 돈, 가정일과 사업, 데이트하는 일과 자녀를 낳는 일 등 모든 것을 회복시키시고 다스리시는 분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모든 활동과 일들은 그리스도의 구속(회복)하시는 다스림 아래서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예수님은 만유의 주님이시든지 아니면 주님이 아니시든지 둘 중 하나만 있을 뿐이다! 승천일이 가까이 오거든, 함께 “여러분, 즐거운 승천일이 되십시오!”라고 말해보자. Happy Ascension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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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참조, Derek Prime, The Ascension: The Shout of a King, The Ascension of our Lord Jesus Christ and His continuing work today (Surrey: Day One, 1999), p. 7. 승천에 관한 가장 학문적 저술로는 Douglas Farrow, Ascension and Ecclesia: On the Significance of the Doctrine of the Ascension for Ecclesiology and Christian Cosmology (Grand Rapids: Eerdmans, 1999).

 

이 글의 출처는 일상을 걷는 영성 (SFC 출판부)입니다. 저자와 출판사의 허락을 받고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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