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구석구석 사람들 삶을 살피는 충남 금산군 금산평안교회

▲ 금산평안교회가 세운 금산연탄은행과 금산동그라미빨래방. 겨울이라 연탄은행 앞에 연탄이 가득하다. ⓒ뉴스앤조이 윤희윤

가난한 사람이 주로 사용하는 연료는 연탄. 연탄 한 장 가격은 지역에 따라 500원에서 1,000원 정도다. 하루에 넉 장, 한 달이면 120장. 밥을 짓거나 국을 끓일 때도 사용해야 하니 실제로 필요한 수량은 이보다 많다. 연탄 가격이 등유보다는 싸지만, 가난한 사람이 마음껏 사용하기에는 이마저도 부담스럽다.충청남도 금산군은 올해 숙원 사업 하나를 해결했다. 도시가스 사업이 승인된 것이다. 올봄 공사를 시작했고, 연말이면 2,500여 세대에 도시가스가 공급될 예정이다. 그동안 금산 군민들은 주된 난방 연료로 가정용 등유를 사용했다. 가정용 등유 가격은 1L당 약 1,100원. 겨울을 나려면 연료비만 한 달에 수십만 원이 든다. 만만치 않은 연료비에 기름보일러는 저소득층에겐 그림의 떡이다. 물론 정부에서 약간의 난방비를 지원해 주지만 겨울을 나기엔 턱없다.


금산평안교회(홍승훈 목사)는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 2002년부터 연탄을 지원하고 있다. 2004년에는 원주밥상공동체의 도움을 받아 아예 연탄은행을 열었다. 2002년 5,000장으로 시작한 연탄 나눔은 매년 늘어, 2008년에는 82만 장, 2009년에는 62만 장을 이웃에게 나누어 주었다. 


연탄은행은 연탄만 나누지 않는다. 쌀, 김치를 나누는 것도 연탄은행 몫이다. 설날에는 떡국 떡·한과·고기·과일 등을 담은 선물 상자도 전달한다. 연탄을 마음껏 땔 수 없는 가정이라면 밥도 김치도 마음껏 먹을 수 없다. 가난한 이들은 명절이 오는 것이 반갑지 않다. 먹고 나눌 것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

 

▲ 금산평안교회는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 2002년부터 연탄을 지원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윤희윤


지역 사회의 효도 손

연탄은행은 빨래방도 운영한다. 요즘 같은 세상에 세탁기가 없는 집이 있을까 싶지만, 금산군에는 많다. 홍 목사가 연탄을 나르며 보니 연탄은행의 주 수요자인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 가장, 조손 가정은 한겨울에도 손빨래하는 집이 많았다. 2008년 빨래방을 시작했다. 주변 기업과 군의 지원으로 세탁기·건조기·이동식 빨래 차를 구입했다. 빨래를 가져올 수 있는 분의 빨래는 연탄은행 센터에서 하고, 거동이 불편하거나 집이 멀어 이용이 쉽지 않으면 빨래 차로 방문해 빨래를 해 준다. 빨래방을 이용하는 가구가 한 달에 200가구가 넘으니, 가난한 사람들에겐 연탄 못지않은 효도 손이다.


금산평안교회의 지역 섬김은 이것뿐이 아니다. 지역 아동 센터도 운영한다. 군내 청소년들에게 장학금도 지급한다. 성인 한 명과 비행 청소년 한 명을 결연해 용돈을 주는 사업도 한다. 지금은 잠시 중단했지만 2001년부터 재작년까지 이발과 미용 봉사도 했다. 그러고 보니 금산 군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 중에서 금산평안교회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다.  


지역에서 이렇게 많은 일을 하니 금산평안교회가 무척 큰 교회 같지만 출석 교인 수는 100명 남짓이다. 역사가 오래된 교회도 아니다. 이제 10년 됐다. 10년 전 개척한 교회니 당연히 처음부터 이렇게 많은 사업을 했던 것은 아니다.


금산평안교회 역사는 교회의 지역 복지 사업 역사와 같다. 홍승훈 목사가 금산에 내려온 것은 1999년 12월. 선배가 9개월 동안 목회하던 교회였다. 교회라고 하지만 출석 인원은 고등학생·대학생·청년 각 한 명. 농촌 목회에 비전도, 준비된 것도 없던 홍 목사는 교회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를 고민했다. 2000년 3월 금산평안교회를 개척하고 지역 사람들이 교회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교회에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교회가 지역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등을 조사했다. 사람들을 만나 물었고, 기도했다. 그리고 결정한 것이 '하나님나라와 의를 구하는 교회'였다.


홍 목사가 생각했던 '하나님나라와 의를 구하는' 것은 사람들을 섬기는 것이었다. 예수께서도 이 땅에 오셔 사람들을 섬겼기 때문이다. 교인들과 함께 '지역 사회를 섬기자,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결정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외부의 지원은 받지 않는 것과 교회 재정의 40%를 지역 사회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었다. 한 달 헌금이 10만 원도 안 됐지만,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 연탄은행은 빨래방도 운영한다.거동이 불편하거나 집이 멀어 이용이 쉽지 않으면 빨래 차로 방문해 빨래를 해 준다. (사진 제공 금산연탄은행)

헌금 40%는 지역 사회를 위해

라면 두 박스, 지역 사회를 위해 뗀 헌금 40%를 사용해 처음 산 물건이다. 홍 목사는 라면 두 박스를 가지고 마을 이장을 찾아갔다. 교회가 직접 전달할 수도 있지만 너무 교회를 드러내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성경을 보면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모이고, 서로의 것을 나누는 초대 교회를 보고 사람들이 칭찬했다. 교회가 우리 교회 좋은 일 한다고 소문낸 것이 아니었다.


이장을 통해 라면을 4년 동안 지원했다. 교회가 커지며 예산도 늘고 물량도 늘었지만 이장을 통해 라면을 전달하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4년 뒤 라면 지원이 장학금 지원 사업으로 바뀌면서도 금산평안교회는 이 같은 원칙을 지킨다. 장학금을 지원할 때 대상자를 교회로 부르지 않는다. 대상이 정해지고, 지원이 확정되면 그냥 통장에 돈을 넣어 준다. 성인과 비행 청소년을 결연할 때도 마찬가지다. 교회는 중매쟁이 역할만 한다. 연결해 주고 서로 잘 교제할 수 있게 돕는다. 그래서 교회가 설립한 연탄은행도, 지역 아동 센터도 모두 교회 밖에 있다.


아이러니한 말 같지만 홍승훈 목사는 사람들을 교회로 불러 모으지 않는 것이 복음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또 이 일을 통해 복음이 전해지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했다.


▲ 금산평안교회 홍승훈 목사. ⓒ뉴스앤조이 윤희윤

"교회의 본질은 교인 수가 많아지는 것도, 헌금을 많이 걷는 것도, 연탄은행을 해서 이웃을 돕는 것도 아닙니다. 교회 본질은 예수를 따라 사는 이들을 길러 내는 것입니다. 초대 교회가 핍박받으면서도 사람을 길러 낸 것처럼 우리도 사람을 길러야 합니다. 꿈꾸는 하나님나라가 내 세대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다음 세대에서 이루어질 거라는 믿음으로 말이죠. 왜 드러내고 싶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더디더라도 믿지 않는 자들을 통해 소문이 퍼져 나갈 때 그 말에 힘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칭찬하던 초대 교회에 하나님께서 날마다 구원받는 사람들을 더하신 것처럼 말이죠." (뉴스앤조이제공)

 

교인 중 90%가 새 신자

 

교회가 지역 사회를 돕는 사역을 많이 하다 보니 간혹 금산평안교회를 향해 목양과 전도는 언제 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교회가 운영되느냐며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다. 금산평안교회는 90%가 새 신자다. 수평 이동으로 교인 수가 줄고 느는 한국교회에서 기이한 일이다. 기이한 일은 또 있다. 대부분의 시골 교회는 젊은 사람들은 도시로 떠나고 남은 인구는 늙어 점점 노령화해 가는데, 금산평안교회는 출석 교인 중 30~40대가 가장 많다.  

 

이웃을 도우면서 예수 믿으란 소리도 안 하는데, 사람들이 스스로 교회에 나오겠다고 한다. 김순옥 할머니(가명·84)도 스스로 교회에 찾아오셨다. 연탄은행을 통해 3년을 지원받은 할머니였는데 어느 날 홍승훈 목사에게 예수 믿는다는 게 목사님 같다면 내가 교회 가겠다며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셨다. 지금은 돌아가신 이경진 할머니도 그랬다. 이 할머니가 홍 목사에게 연탄을 달라고 요청하며 인연을 맺게 되었는데, 하루는 할머니가 홍승훈 목사 손을 잡고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내가 수도 없이 제사를 드렸는데 우리 본좌님은 나에게 해 준 것이 없어. 근데 목사님은 나를 안 지 얼마나 됐다고, 연탄도 주고 약도 주고 관심도 보여 주고. 내가 교회 나가야겠어."

 

홍승훈 목사는 금산평안교회의 한계를 안다. 사람들이 제 발로 교회를 찾아오지만 금산평안교회는 대형 교회가 될 수 없다. 교회 성장에는 한계가 있지만 지역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은 한계가 없다. 교인들이 나눔을 통해 진정한 영성의 의미를 알게 되고, 또 그것으로 지역 사회를 돌보게 된다면, 분명 지역 사회는 변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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