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신학대학원에서 2011년도 신입생을 선발하면서 상당히 크고 의미 있는 결단을 내렸다는 소식이 보도되었다. 곧 정원이 120명인데, 여기서 무려 28명이나 모자라는 숫자인 92명만을 합격자로 발표했다는 소식이다.


십 수 년 전처럼 지원자가 미달이어서 그랬다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하겠으나, 지원자가 232명(특별전형 지원자 22명, 정시 지원자 224명, 총 246명. 이중에서 중복지원자 14명)이나 되는 가운데서 92명(특차 6명, 정시 86명)만 선발하였으니 학교당국으로서는 큰 결단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학교당국의 의도이다. 듣는 대로는, 지성과 영성을 두루 갖춘 사람들을 목사후보생으로 뽑아 질 높은 목회자들을 양성하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이렇게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하니, 만시지탄의 염(念)을 가짐과 동시에 쌍수를 들어 환영하며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교수들 사이에는 “신학수업을 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실력을 갖춘 사람”을 선발해야 한다는 요구들이 계속 돼 왔다. 그러나 지원자가 정원에도 미치지 못하던 때는 물론이었고 지원자가 정원을 오버한 후에도 여전히 이런 요구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으로 관주되고 무시되었다.


이유는 우선 교회가 요구하는 목회자 수급에 많은 차질이 올 수 있다는 것이었고, 둘째는, 아마 이것이 더 큰 이유였겠지만, 학교 재정상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 이유는 지금도 여전히 큰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러나 목회자 수급문제는 과잉상태가 된지 이미 오래 되었다. 현재 국내에서만 해도 신학교 졸업생이 일 년에 약 일만 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들이 모두 목회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중에서 설사 반만 임직을 한다 해도 한해 오천 명이 넘는 목회자가 쏟아져 나온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어느 교단이나 임지가 없는 무임목사들이 계속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어떤 이들은 그래도 농어촌 지역에는 교역자가 계속 모자라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이것도 옛말이다. 사람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가지 않으려 하기 때문일 뿐이다. 이런 사람들을 많이 배출해서 어쩌겠다는 것인가?


더 현실적인 문제는 학교재정인데, 이는 근본적인 신학의 문제이다.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영적 지도자를 배출하는 너무나 중차대한 일을 가지고 적당히 타협한다는 것은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교회가 가장 잘못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고신마저 개혁주의 신학과 교회를 자랑하면서도 이런 일에 너무나 쉽게 타협해 버린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번에 고려신학대학원이 내린 결단에 찬하를 보내면서도 동시에 교수들에게 간절히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은 학생선발에서 수능여부를 따지는 것 이상으로 지원자들의 믿음과 사명감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목사도 직업이 되었다. 그러면서 많은 목사들이 복음전도에 대한 사명감도 열정도 갖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농어촌 같은 힘들고 어려운 교회들은 외면한다.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도, 복음의 능력에 대한 확신도 너무나 부족하다. 그러면서 이상하게도 선교사로 지원하는 목사들은 많다. 농어촌교회 목사보다는 해외선교사의 위상이 높고, 또 교인들의 눈이 없는 데다 상급 치리회의 감독으로부터도 상당히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학교가 지원자들에게서 영적 자질을 확인해야 하는 작업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차대한 과제이다. 복음의 능력에 대한 확신과 영혼을 구원코자 하는 거룩한 사명감이 얼마나 있는지 꼭 점검해야 한다. 이는 영어실력여부를 체크하는 일과는 도무지 비교 대상도 안 되는 너무나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체크하는 일은 지난(至難)한 일이다. 교회와 함께 많이 연구해야 할 과제다. 해외의 어떤 신학교에서는 -특히 천주교 계통의 신학교에서는- 입학 때는 물론이고 재학 중에도 계속 이를 점검하고 확인하여 과감히 퇴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고려해 볼만한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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