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복음적 복음병원

복음병원이 또다시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복음병원이 앓는 소리를 내어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년 동안만도 여러 차례 파열음을 냈었다. 1990년대 초엽 의료원장과 목사 이사장이 구속되고 30명에 가까운 의사교수들이 한꺼번에 병원에서 쫓겨나는 대형 참사가 일어나 교단과 부산사회를 시끄럽게 했었다. 그 4,5년 후 다시 소위 ‘주차장 사건’을 빌미로 의료원장 임기연장을 노리던 측과 반대측의 갈등으로 역사에 유례가 없고, 버젓이 이사회가 살아있는 상황에서 구성 불가능한 ‘고려학원 제문제를 위한 전권위원회’가 총회에서 조직되어 원종록, 김용구 목사, 김진호 장로가 이사직을 박탈당하는 등 교단은 한동안 전쟁 상황이었다. 그 결과 마침내 원종록 목사, 김진호 장로가 속한 동부산노회가 파송한 총회 총대 전원은 제46회 총회 총대권을 유보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다. 자격박탈을 당한 총대들은 총회장소인 부산남교회당 본당의 복도에 검은 리본을 달고 앉아 시위를 벌이는 상상하기 어려운 사태를 벌이기도 하였다. 이때쯤 복음병원 노동조합은 전국최강의 노조답게 총회와 주도권다툼을 격렬하게 벌였다. 소위 ‘성총회’가 노조 때문에 파행으로 치닫기 일쑤였다.

        

드디어 2003년, 복음병원을 안고 있는 고려학원은 부도사태를 빚었다. 대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부도는 한마디로 사기사건이다. 제 때에 갚을 능력도 없으면서 많은 돈을 빌렸다는 말이다. 무슨 일로 복음병원은 그렇게 많은 돈을 빌렸으며, 갚지 못한 것일까? 복음병원은의과 대학에 속한 의학 교육을 담당하는 병원이다. 돈이 급하다고 사채(私債)를 쓸 수 없을 뿐 아니라 빚을 함부로 얻을 수도 없다. 반드시 정부의 허락을 얻어야 빚을 낼 수 있다. 그런데 당시 복음병원은 부채가 1천50억이나 되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부도가 나자 교육부는 관선이사를 파송하였다. 관선이사들은 파송되자마자 병원의 부채현황을 살폈다. 공인회계사들을 대거 투입해 조사를 벌였다. 당시 관선이사의 대표는 총장을 비롯한 대학전체 보직교수들을 모은 자리에서 부채의 규모와 부채축적 과정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이 병원은 불법, 탈법, 편법 등 모든 부정한 행위를 다 저질렀습니다. 부채를 감사한 결과 1,050억 원 가운데 700억 원은 그 과정을 추적할 수 있으나 350억 원은 어떻게 빚을 졌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 교단 회개해야 합니다.” 당시 그 자리에 참석했던 목사교수들은 불신 이사장의 경고에 경악했고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고 했다.

        

이런 사태에도 불구하고 고신교회들은 총력을 동원하여, 병원이 만들어 낸 이유도 알 수 없는 부채의 상환에 발 벗고 나섰고, 200억 원 이상의 돈을 만들어 마침내 관선체제를 끝낼 수 있었다. 지금부터 4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꼴인가? 관선이사 체제 기간 동안에도 병원장 옹립문제로 끊임없이 다투더니 이제 다시 복음병원의 행정처장이 검찰에 기소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9.700만원의 부정이 있어 기소된 것으로 발표되었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학교 안의 비리는 공소시효가 2년밖에 되지 않아 그 이전의 비리는 묻혔다고 하는 소리도 들리고, 수사당국과 적당한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을 하기도 한다. 이래저래 복음병원의 장래에 대해 다시 의견이 분분해지기 시작하고 있다. 복음병원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한 형국이다.     


교회의 책임을 다하려면

고신교회와 복음병원은 불가분리의 관계에 있다. 장기려 박사의 명예, 한상동 목사의 애정, 전영창 교장의 행동력 등이 묻어있는 병원이다. 한 때 한강이남에서 암 치료에 가장 앞서있다고 자부하던 병원이다. 가난한 사람들을 그냥 치료해 주기를 너무 심하게 하는 바람에 장기려 박사 시절에 부도가 날 뻔한 적도 있었다. 그래도 그때는 목사님들이 감동했다. 그런데 지금 복음병원은 이도 저도 아니다. 누구에게도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 감동은커녕 원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과연 고신교회는 앞으로 어떻게 복음병원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부도사태가 났을 때 결정했던 대로 하루 속히 복음병원사태에 대한 백서를 발간하도록 해야 한다. 당시 위원들의 지위가 아직도 유효한지 알 수 없으나 역사에 책임을 느끼고 빠른 시일 내에 사태의 전말을 소상히 밝히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처방이 가능한 일 아닌가? 그런 다음, 투자도 않고 책임을 질 수도, 지지도 않는 이사제도를 버리고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질 수 있는 교단인사들의 이사영입을 추진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권한을 갖는 것처럼 위험한 일은 없다. 복음병원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할 사람, 책임지고 물러난 사람이 상임감사에 지원하는 것과 같은 엉뚱한 일을 막으려면 제대로 책임을 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인재와 능력이 없다면 우리는 원점에서 대학과 병원의 문제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사실 대학과 병원은 이미 우리의 재산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공유재산이다. 교회가 병원경영을 통해 무슨 세속적 이익을 보려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따라서 교단은 소유권 차원에서의 인간적인 미련을 조속히 버려야 한다. 그래야 교회가 병원으로부터 자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위에, 고신의 영성이 하늘에 닿아 감히 불의한 자들이 교회 앞에서 고개를 치켜들고 자리를 차지하려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복음병원의 복음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고신교회가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교회로 서지 않으면, 지도자들이 진정으로 하나님에 서지 않으면, 병원사태에 대한 백약이 무효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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