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칼럼을 웹에 올릴 때 처음에는 '절망의 망망대해, 희망의 조각배'라는 약간 싱거운 제목을 붙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조회 수도 형편없이 낮고 댓글도
거의 없었습니다. 며칠 뒤 '20억 원에 양심 무너진 목사'라고 제목만 바꿨는데, 그때부터 조회 수가 급증하고 댓글들도 설왕설래합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아무튼 뭔가 생각 거리를 던져 주는 작은 예입니다. 이번에도 '제목 낚시질'을 해 보았습니다.
며칠
전 자기가 겪은 사건에 대해서 큰아이가 호들갑스럽게 한 이야기입니다. 같은 반 친구에게 전화가 왔는데, 오늘이 자기 생일이니까 돈을 달라고
했답니다. 그것도 아파트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지금 갖고 내려오라는 것입니다. 평소 친한 친구도 아니고, 그 친구의 생일인 것도 몰랐고,
생일 파티에 초대받은 것도 아닌데, 갑자기 돈을 갖고 내려오라고 하니 우리 애는 엄청 황당했답니다. 생일을 빙자해서 속칭 '삥 뜯기'를 한
것입니다. 요즘 애들을 보면 참 영악하다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애들만
생일을 빙자해서 삥 뜯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아는 어느 큰 교회는 해마다 담임목사의 생일이 되면 영아부에서 노년부까지, 성가대,
선교회, 구역회 등 교회 조직이 총동원되어서 생일 축하 준비를 합니다. 생일을 맞는 주일 저녁 예배 때 각 부서 대표가 옷을 곱게 차려 입고
일렬로 서서 목사 부부에게 꽃다발이나 화환을 걸어 주고, 선물과 돈 봉투를 바칩니다. 이단 사이비 집단이 아닙니다. 겉은 멀쩡한 기성
교회입니다. 물론 일부 패악한 목사 이야기입니다. 선량한 많은 목사들은 생일이 되면 교인들에게 부담 주지 않으려고 부부 동반 여행을 가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는 어떻습니까.
이제
결론입니다. 제 생일은 4월 5일, 식목일입니다. 옛날에는 온 국민이 하루 푹 쉬고 나무를 심으면서 저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습니다. 저도 올해
생일 때부터는 나무를 심든지 씨앗을 뿌리든지 해 보렵니다. 작은애한테 아빠 생일 선물로 무엇을 줄 거냐고 물었더니 현금 3만 원을 주겠답니다.
종잣돈은 확보했습니다. 큰애, 작은애, 아내, 부모님, 가족들을 통틀어 보니 아무리 날고 기어야 10~20만 원 정도 될까 모르겠습니다. 회사
직원들에게도 삥을 뜯어야겠습니다. 혹시 여러분에게도 제 계좌 번호가 적힌 문자나 쪽지가 날아갈지 모릅니다. 지금부터 미리 적금이라도 부어 놓아
주시기를…….
뱁새
주제에 황새 따라가려다가 가랑이 찢어질지 모릅니다. 그런 무모한 짓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흉내는 내 보고 싶습니다. 그 돈을 어디에다
쓰려고 하는지는 나중에 알려 드리겠습니다.
(뉴스앤조이제공)
생일마다 교인 모두가 동원되어 선물에 돈봉투를 받는 소수 유명목사님 중에서야 잘 한 일이겠지만, 대부분의 목사님들은 어려운 형편에서 사역 하실텐데 이런 글이 위화감만 조성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