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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빙자해 수억 원 '삥 뜯은' 목사
지난번 칼럼을 웹에 올릴 때 처음에는 '절망의 망망대해, 희망의 조각배'라는 약간 싱거운 제목을 붙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조회 수도 형편없이 낮고 댓글도 거의 없었습니다. 며칠 뒤 '20억 원에 양심 무너진 목사'라고 제목만 바꿨는데, 그때부터 조회 수가 급증하고 댓글들도 설왕설래합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아무튼 뭔가 생각 거리를 던져 주는 작은 예입니다. 이번에도 '제목 낚시질'을 해 보았습니다.


며칠 전 자기가 겪은 사건에 대해서 큰아이가 호들갑스럽게 한 이야기입니다. 같은 반 친구에게 전화가 왔는데, 오늘이 자기 생일이니까 돈을 달라고 했답니다. 그것도 아파트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지금 갖고 내려오라는 것입니다. 평소 친한 친구도 아니고, 그 친구의 생일인 것도 몰랐고, 생일 파티에 초대받은 것도 아닌데, 갑자기 돈을 갖고 내려오라고 하니 우리 애는 엄청 황당했답니다. 생일을 빙자해서 속칭 '삥 뜯기'를 한 것입니다. 요즘 애들을 보면 참 영악하다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애들만 생일을 빙자해서 삥 뜯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아는 어느 큰 교회는 해마다 담임목사의 생일이 되면 영아부에서 노년부까지, 성가대, 선교회, 구역회 등 교회 조직이 총동원되어서 생일 축하 준비를 합니다. 생일을 맞는 주일 저녁 예배 때 각 부서 대표가 옷을 곱게 차려 입고 일렬로 서서 목사 부부에게 꽃다발이나 화환을 걸어 주고, 선물과 돈 봉투를 바칩니다. 이단 사이비 집단이 아닙니다. 겉은 멀쩡한 기성 교회입니다. 물론 일부 패악한 목사 이야기입니다. 선량한 많은 목사들은 생일이 되면 교인들에게 부담 주지 않으려고 부부 동반 여행을 가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는 어떻습니까.

   
▲ 김동호 목사는 회갑 잔치에 선물이나 화환을 받지 않는 대신 기부금을 받았습니다. 그는 이번에 모인 모금액을 열매나눔재단을 통해 아프리카와 인도 등으로 보낼 계획입니다. (사진 제공 열매나눔재단)

2월 말 명동에 있는 청어람에 간 적이 있습니다. 높은뜻연합선교회 김동호 목사의 회갑 잔치가 열렸습니다. 김동호 목사는 한복을 깔끔하게 차려 입고 잔치에 온 손님들과 일일이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커피와 다과만 접대했을 뿐 밥은 주지 않았습니다. 화환이나 선물은 일절 받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안 주고 안 받기'를 한 것은 아닙니다. 김동호 목사는 이날 삥을 확실하게 뜯었습니다. 자기 회갑 때 돈을 두둑이 갖고 오라고 설교 시간에 대놓고 말했습니다. 계좌 번호까지 알려 주었습니다. 노골적으로 삥을 뜯은 것입니다. 그렇게 거두어들인 돈이 4억 원 가까이 됩니다.


김동호 목사는 그날 뜯은 삥 중에서 7,000만 원을 아프리카 말라위로 보내서 에이즈 퇴치 프로젝트에 사용하겠답니다. 러시아와 아프리카에서 마이크로 크레딧 사업과 사회적 기업을 할 수 있도록 1억 원을 보낸답니다. 나머지는 인도에 있는 병원에 보낸답니다. 자세한 내용은 블로그 '희년 사랑'에 실린 글을 읽어 주십시오.  (관련 글 읽기)

이런 삥 뜯기는, 뜯는 사람이나 뜯기는 사람이나 유쾌, 통쾌, 상쾌한 일입니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라는 책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뉴욕의 이벤트 기획자 스콧 해리슨은 아프리카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깨끗한 물이 없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가는 현장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습니다. 2006년 31번째 생일을 맞은 해리슨은 친구들에게 20달러씩 삥을 뜯어 2만 달러를 모았습니다. 다음 해에는 32달러씩 뜯었는데, 이번에는 9월에 생일인 사람들이 '합동 삥 뜯기'를 했습니다. 7주 동안 1억 8,000만 원을 모아 케냐 병원 세 곳과 학교 한 곳에 우물을 파 주었습니다. 간이 점점 부어 오른 해리슨은 2008년에 에티오피아 300개 마을에 우물 파는 프로젝트를 벌였는데, 11억 원을 모았습니다. 지금은 6만 명 이상 기부자를 통해 120억 원을 모금했으며, 16개국 80여만 명이 혜택을 볼 수 있는 1,500개 이상의 우물과 수도관을 설치했다고 합니다.


   
▲ 아프리카 아이들이 펌프에서 뿜어 나오는 깨끗한 물을 마시고 있습니다. (왼쪽) 스콧 해리슨이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습니다. (오른쪽) (사진 출처 http://changents.com/scott-harrison)

 

이제 결론입니다. 제 생일은 4월 5일, 식목일입니다. 옛날에는 온 국민이 하루 푹 쉬고 나무를 심으면서 저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습니다. 저도 올해 생일 때부터는 나무를 심든지 씨앗을 뿌리든지 해 보렵니다. 작은애한테 아빠 생일 선물로 무엇을 줄 거냐고 물었더니 현금 3만 원을 주겠답니다. 종잣돈은 확보했습니다. 큰애, 작은애, 아내, 부모님, 가족들을 통틀어 보니 아무리 날고 기어야 10~20만 원 정도 될까 모르겠습니다. 회사 직원들에게도 삥을 뜯어야겠습니다. 혹시 여러분에게도 제 계좌 번호가 적힌 문자나 쪽지가 날아갈지 모릅니다. 지금부터 미리 적금이라도 부어 놓아 주시기를…….


뱁새 주제에 황새 따라가려다가 가랑이 찢어질지 모릅니다. 그런 무모한 짓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흉내는 내 보고 싶습니다. 그 돈을 어디에다 쓰려고 하는지는 나중에 알려 드리겠습니다. (뉴스앤조이제공)

코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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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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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태 2011-04-08 21:42:20

    계속 메인 화면에서 보게 되니 마음이 불편합니다.
    생일마다 교인 모두가 동원되어 선물에 돈봉투를 받는 소수 유명목사님 중에서야 잘 한 일이겠지만, 대부분의 목사님들은 어려운 형편에서 사역 하실텐데 이런 글이 위화감만 조성하지 않을까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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