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회의 설립준비와 시작

   
  ▲ 안재경 목사

  고려신학대학원
  3,17,8사단 군종목사
  한국헤비타드 총무
  화란한인교회 담임목사
  현 온생명 교회 담임
온생명교회는 잠실중앙교회가 2009년 10월에 경기도 남양주시에 분립 개척한 교회이다. 잠실중앙교회는 교회의 역사와 사명에 따라 참되고 건강한 교회를 지향하면서 2000년에 경기도 용인에 향상교회를 분립 개척하여 하나님의 크신 영광을 드러내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 교회에 건강한 교회로의 실천적 성장 방향을 모범적으로 제시한 바 있었다.

2004년에 이르러 수도권 중심의 5개 교회(잠실중앙, 서울등촌, 향상, 서울시민, 남서울)가 수도권 지역에 개척 후 자립이 가능한 고신교회의 설립을 목표로 서로 연합하여 지원함으로 매년 하나의 교회를 순차적으로 개척하여 설립하자는데 뜻을 같이 하여 『수도권개척교회협의회』가 조직되었다. 이에 잠실중앙교회도 2003년에 수립한 ‘교회종합비젼계획’에 정한 사명과 경험을 살려 또 하나의 개척교회를 세우고자 하는 미래 계획에 동참하게 되었다.

잠실중앙교회는 수도권개척교회협의회와 협력하여 2006년부터 개척교회를 세우려고 여러 가지 계획과 논의가 진행되었지만 상당한 기간 동안 교회의 당면한 내부적 형편과 주변 상황들로 그 진척이 구체적이고 발전적이지 못하여 답보 상태에 있었다. 시간의 많은 경과와 이로 인한 교회적 부담으로 2009년에 들어서면서 당회는 2009년 말까지는 개척교회를 설립한다는 강한 의지를 다시 가지면서 개척교회 설립을 결의하고, 『개척교회준비위원회』(위원장/배재일 장로)를 구성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준비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로부터 당회와 준비위원회는 개척교회 설립을 위하여 모교회가 15억원을 지원한다는 상한선을 정하고, 2009년 3월에 남양주시 가운지구에 위치한 상가(가운동 666번지, 드림프라자 8층, 전용면적 103평)의 전체 공간을 매입하였다.


이후 개척교회 목회자를 선정하는 구체적인 절차들을 거쳐서 화란한인교회에서 시무하던 안재경 목사를 개척교회 담당교역자로 결정하였고, 이어 7월 정기당회에서 분립개척을 결정하면서 분립개척교회에 참여하기를 자원한 두 장로(배재일, 박익천)를 파송하기로 결의하였다. 안재경 목사는 7월 말에 잠실중앙교회에 개척교회 담당으로 부임하여 두 장로와 함께 개척교회 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준비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약 2개월 간에 걸쳐서 매입한 공간을 교회용도(예배실, 교육관, 목양실, 친교실, 하늘정원 등)로 실내 공사를 하였고, 필요한 시설과 비품들을 차례로 준비하였다.


분립개척교회의 교인은 구리, 남양주, 양평 지역에 사는 성도와 가정들의 참여를 권유하였고, 그 외에는 자원하는 교인들로 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교회 이름은 “온생명교회”로 정하였다. 이렇게 분립개척교회의 설립 준비가 순조롭게 이루어져 2009년 10월 25일 주일 11시에 자체적으로 역사적인 창립예배를 하나님께 드림으로 온생명교회가 시작되었다. 이 창립예배는 기쁨과 감격 속에서 드려졌는데, 이 날 어린이들을 포함하여 잠실중앙교회에서 참여한 17가정의 57명의 성도들과 그리고 지역과 소문을 듣고 찾아온 몇몇 성도들이 참여하였다.


이로써 온생명교회는 처음부터 하나님의 넘치는 긍휼하신 은혜로 말미암아 순수 개척교회의 모습으로서가 아니라 작지만 교회의 규모를 갖추고 하나님 앞에서 기쁘고 감사함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2. 교회 세움에 대한 학습

온생명교회는 개척되기 전부터 개척에 동참하고자 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교회를 어떻게 세워갈 것인지를 3개월 동안 학습하였다. 이런 학습이 온전치 못하여 지금도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학습 덕분에 교회를 어떻게 세워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대가 있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먼저 우리는 고신교회가 어떤 교회인가를 학습하였다. 고신교회는 장로교회이자 개혁교회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우리가 한국적인 상황에서 그 개혁교회를 어떻게 세워갈 것인지를 고민하였다. 개혁교회란 종교개혁시기에 비로소 세워진 교회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처음부터 세우셨던 바로 그 교회임을 확신하면서 온생명교회는 다른 어떤 모습이 아닌 거룩한 공교회적인 신앙고백에 충실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데에 일치를 보았다. 


거룩한 공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종교개혁가들이 고백했던 바 참 교회의 가장 중요한 표지인 말씀이 바르고 깊고 풍성하게 선포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성례가 은혜의 방편으로서 제대로 시행되며, 하나님께서 교회에 주신 열쇠권인 권징을 바르게 시행하는 것이 공교회를 세우는 일에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도 일치를 이루었다.


우리는 보이는 교회와 보이지 않는 교회를 나누는 것이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고 거룩한 공교회가 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사도신경에 고백되어 있듯이 ‘성도의 교통’을 통해 드러난다고 믿었다. 이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회가 성경을 지속적으로 배우기만 하는 학원(Class)이 아니요, 성도들이 어떤 목표를 세워서 그 일을 추진해 나가며, 서로를 기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모이는 클럽(Club)도 아니요, 오직 성령안에서 참된 교제를 나누는 주의 교회(Church)를 이루므로 그 아름다운 자태가 드러날 수 있다고 고백했다.


이 모든 기초들 위에서 온생명교회는 소위 말하는 교회의 5가지 사명인 예배, 전도/구제/선교, 교육(교육의 핵심은 부모교육), 친교, 봉사의 사명을 충실히 감당하자는 생각에 통일을 이루었다. 우리는 이 5가지 사명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그 핵심을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우리가 드리는 예배의 핵심은 ‘언약’이다. 우리는 주일에 드리는 공예배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며 그 예배는 철저하게 언약적이어야 한다. 우리는 하나님과 자기 백성이 맺은 언약에 대한 이해를 가면 갈수록 깊이 하기를 원하였다. 전도/구제/선교의 핵심은 ‘하나됨’이라고 정리했다. 교회가 하나되지 않고서는, 그리고 더 나아가 주위의 지역교회들과 하나되지 않고서는 전도는 요원하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교회교육의 핵심은 ‘부모교육’이라고 정리했다. 교회에서 자녀들을 위한 주일학교가 지나치게 비대해지는 것은 뭔가 어색하다는 생각을 했다. 자녀교육의 1차적인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 교회가 이 일을 가로채려고 해서는 안된다. 교회는 부모들을 측면에서 도와 자녀들을 신앙으로 양육하도록 격려하고 지원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친교의 핵심은 ‘성령 안에서의 교통’이다. 교회는 무엇보다 친교하는 공동체이다. 하지만 이 친교는 성도들이 먼저 그리스도와 교통하는 가운데 서로 친교해야 하는 것이 맞다. 성도들의 사적인 친교가 지나치게 앞서갈 때에 교회는 이익집단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교회는 성령 안에서 친교하며 모든 것을 자발적으로 나눌 수 있는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봉사의 핵심은 ‘은사와 직분’이다. 교회 안에서도 능력이 봉사의 기준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봉사는 인간이 자연적으로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심지어 세상적인 신분과 물질적인 것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되며 오직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은사와 직분을 통해 섬겨야 한다. 은사와 직분은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은사를 교회가 공적으로 인정한 것이 직분이라고 정리했다.


3. 교회의 현재

온생명교회는 2011년 2월 말 현재 창립된 지 만 1년 4개월이 지났고 등록교인이 100명을 넘어섰다. 하나님의 크신 은혜임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온생명교회는 아직도 위태위태하게 한 걸음씩 내딛고 있는 갓난아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주위에서는 온생명교회를 개척교회라고 보지 않는다. 개척교회라고 부르지 말라는 말도 종종 듣는다. 개척될 때부터 목사 한 사람의 열심에 의해 개척된 것이 아니요, 몇몇 마음 맞는 사람들이 교회를 튀쳐나와 개척한 것도 아니요, 수도권개척교회협의회와 협력해서 잠실중앙교회가 기도하는 가운데 당회를 분립하여 처음부터 조직교회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독특한(?) 출발을 한 온생명교회는 처음부터 독특한 교회가 되기를 원치 않았다. 요즘 교회들마다 경쟁적으로 자신들의 교회는 다른 교회와 다른 독특한 교회가 되고자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노력은 필연적으로 공교회로부터 이탈되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온생명교회는 다른 교회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 교회이다. 하지만 공교회, 즉 개혁교회로 남아 있으려고 하는 몸부림 때문에 주위에 조금은 다른 교회로 보여 지는 것도 사실이다. 


여느 교회도 다 그렇겠지만 온생명교회는 등록교인을 신중하게 받아 들인다. 새가족이나 새신자가 몇 주간 예배에 출석하여 교회에 대해 마음을 열었을 때 새신자, 새가족공부를 하려는지 의향을 묻고 4주간 교육을 받게 한다. 공부가 끝난 후 본인들이 흔쾌히 교회에 등록하기를 원할 때 당회와 면담을 하여 신앙고백을 확인하고 교회의 치리에 복종할 것을 서약한 후에야 교회의 정식회원으로 등록하게 된다. 왜 하필 온생명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는지를 분명히 알고 고백하는 교인이 되는 절차를 밟는 것이다. 


온생명교회는 ‘오직 그리고 모든 성경’(Sola et tota Scriptura) 을 모토로 삼아주일오전에는 목사가 자유롭게 정한 성경본문으로, 주일오후에는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을 중심으로 신앙고백서와 요리문답서들을 성경의 큰 가르침으로 알고 반복적으로 배우고 묵상한다. 특히 온생명교회는 공예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주일오전예배는 자녀들과 더불어 모든 가족들이 함께 예배하며 한 주간동안 주일에 받은 말씀을 가정에서 자녀들과 함께 나누며 묵상한다. 


부모는 유아세례식 때 서약한 대로 언약의 자녀들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교육하고 교육받게 하며, 식탁에서 성경을 읽는 것 등을 포함하여 자녀를 위해 기도하고 함께 기도한다. 온생명교회 자녀들은 초등학교 때는 성경이야기책을 읽고 필수성경구절을 반복해서 읽고 외우며,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목사가 교리 공부반을 운영해서 유아세례받은 자녀들이 공적인 신앙고백을 할 때까지 하나님의 말씀을 학습하게 한다. 


온생명교회는 직분의 중요성을 알기에 직분에 대해 끊임없이 가르치며 직분자 선출을 신중하게 한다. 목사는 설교와 목양이라는 두가지 큰 사명을 받았기에 이 일에 매진한다. 장로는 최소한 6개월에 한번씩 모든 교인의 가정을 심방하여 선포된 말씀이 성도의 삶에서 열매를 맺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집사와 권사는 집사회를 구성하여 성도들의 물질적인 필요를 채우고 성도들로 하여금 덕을 세우도록 자극하는 일을 한다. 이렇게 하나님께서 세우신 직분사역이 제대로 이루어질 때에 비로소 성도들은 구원을 가져다주는 참된 신행으로 삶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는 일에 진력할 수 있을 것이다.


온생명교회는 아직까지 지역교회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온생명교회는 모든 것을 말씀에 비춰보고 따져보는 개혁교회를 지향하기에 새신자나 새가족이 느끼기에 문턱이 높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겠다. 본 교회의 신자들마저 아직까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고 힘겨워하기도 한다. 게다가 기존에 있는 지역교회들 뿐만 아니라 계속적으로 새로운 개척교회들이 주위에 생겨나고 있기에 그 교회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하여 복음을 전하고, 창조적으로 온전한 복음을 전할 길을 찾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높여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온생명교회는 하나님께서 베푸신 넘치는 은혜와 주위 교회들, 특히 잠실중앙교회가 베풀어 준 넘치는 사랑에 힘입어 처음부터 제대로 된 교회로 세워졌다. 온생명교회는 다른 여느 교회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는 교회이지만 한국적인 상황에 제대로 토착화된 참된 개혁교회를 건설하고자 한다. 온생명교회는 개혁신학과 신앙이 효율적이고 실재적일 수 있음을 실험하는 일을 끊임없이 계속할 것이다. 우리는 제대로 된 개혁교회를 건설하는 것이 한 세대만에 이루어질 일이 아님을 알고 있다. 참으로 느리게 가는 것처럼 보이고 외로운 길이라 하여도 우리는 좁은 길, 옛적 길을 가고자 한다. 한 세대 후에 우리의 자녀들 중에서 좋은 목사, 장로, 집사가 나올 뿐만 아니라 그들이 기본적으로 좋은 신자가 되어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변화시키고 복음을 땅 끝까지 전할 날을 꿈꾼다. 온생명교회는 어떤 교회보다 부족한 교회이기에 하나님의 크신 긍휼을 간구할 따름이다.


필자 주

위의 글 중‘1. 교회의 설립준비와 시작’은 본 교회 박익천 장로께서 정리한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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