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차용증 받고 학생에게 돈 빌려주는 교장, 서울공고 곽인환 교장

 “아이들은 조금만 챙겨주면 됩니다. 고등학교 때 체력이 평생 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침을 거르고 먹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지 않습니까.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도 착실하게 학교 나오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기도, 마음이 아프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너무나 감사한건 아이들이 너무 잘 커준다는 것입니다”


▲ 서울공업고등학교 곽인환 교장이 학교를 운영해가는 제일 원칙은 사랑과 신뢰다. © 뉴스파워 전진영 곽인환 교장(서울공업고등학교)이 학교를 운영해 나가는 제일 원칙은 ‘사랑과 신뢰’다. 특히 결손가정이나 새터민가정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학교에 출석하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은 극진하다. 교내 상담실 교사들로부터 늘 어려운 환경에 있는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받는다고. 2년 전부터 곽 교장은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차용증을 받고 돈을 빌려주고 있다. 이에 대해 곽인환 교장은 “차용증을 받는 것은 돈을 빌리는 아이들이 자존심 상하는 일 없이 당당하게 돈을 빌려서 사용해보라는 의도다. 30년 뒤에 갚으라는 내용이다. 30년 뒤면 내가 90살이 되니까 내가 죽을 수도 있는 일이기에 그 때 가봐서 나한테 돈을 못 갚으면 어려운 이웃들에게 베풀고 살면 된다고 차용증을 쓰게 한다”고 밝힌다. ▲ 약 2년 전부터 곽인화 교장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차용증을 받고 돈을 빌려주고 있다. © 뉴스파워 전진영

교장실에는 찬양의 아름다운 선율이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으며 책상 위 목 좋은 곳에는 이미 성경이 펼쳐져 있었다. 아침마다 교내 인터넷 망을 통해 각 교사들 컴퓨터로 QT(Quiet Time)할 말씀이 전달되고 교사들은 자발적으로 기도모임을 만들어 학교와 학생들과 교장을 위해 늘 기도한다.

 

“처음 부임했을 때는 저도 너무 힘들었습니다. 학교에 투서도 많았고 교사들 사이에 갈등은 넘쳐났으며 학생이 자살을 하기도 했어요. 수학여행, 소풍 등을 가면 학생 한 명 이상은 꼭 다쳐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1년 뒤 교사들 사이에 기도모임이 만들어졌고 그 이후에는 그러한 일들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모두 하나님의 은혜라고 밖에 설명 할 수 없습니다”

 

봄이 오기를 재촉하는 봄비가 대지를 촉촉이 적시던 날, 1899년에 개교해 학교전체가 근대 교육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는 서울공업고등학교에서 하나님을 향한 마음만큼은 어린아이와 같이 순수해 보였던 곽인환 교장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먼저 “들어오면서 학교 전경 좀 보셨느냐”며 “학교 전체가 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역사가 깊은 고등학교다. 이렇게 크고 아름다운 고등학교는 전국에 없을 것”이라고 학교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곽 교장은 “이런 학교에 교장으로 일할 수 있게 된 것도 모두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한다.

 

곽인환 교장은 3년 전 서울공고 교장으로 부임했을 때를 회상했다. 그는 “내가 필요해서 온 학교가 아니라 학교가 필요해서 온 사람이 되고 싶었다”며 “궁극적으로는 하나님께서 다 일하시리라고 믿었다. 한쪽에서는 기능대회를 준비하고 한쪽에서는 대학교를 가려고 학업에 매진하고 있는 특성을 가진 학교다. 두 바퀴가 함께 돌아간다. 그럼에도 일요일 날에는 어떠한 수업일정도 진행하지 말라는 방침을 내렸었다”고.

 

곽 교장은 “그렇게 했는데(주일은 모두 쉬는) 성적이 나오지 않을까봐 너무나 걱정되고 고민이 됐었다”며 “그러나 자발적으로 구성된 교사 기도팀에게 중보를 부탁했고, 결국 작년에 인천에서 열린 전국기능대회에서 우리 학교가 은탑을 수상했다. 그 때 다시금 모든 것은 하나님께서 하시고 계시구나를 느꼈다”고 고백했다.

 

그런 그도 부임 첫 해에는 힘든 점이 많았다고 한다. 곽인환 교장은 “당시에는 투서도 많았고 선생님들 사이에 갈등도 많았다”며 “어떤 아이가 학교에서 자살을 하기도 했다. 현장 학습 등의 이유로 교외로 나갈 때면 늘 안전사고가 발생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교중보기도팀이 생기고 부터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그는 “현재 기도팀은 매주 목요일 마다 음악실에서 기도를 한다.”며 “10~20명이 아니라 음악실을 가득 메울 정도로 많은 선생님들과 뜻을 함께 하는 학생들이 학교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든든해했다.

 

그는 그가 부임 한 후 학교분위기가 새롭게 된 데 대해 “학교는 교사들과 학생들을 신뢰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서로 배려하고 사랑으로 대하는 것, 그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하나님의 마음이 돼 중보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신뢰하면 아이들도 교사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고 ‘나도 사랑을 받고 있구나’를 느낀다. 그러면서 스스로가 변화된 삶을 살게 된다”고 설명했다.


   
▲ 1899년 개교한 서울공업고등학교 . 학교전체가 근대교육문화 유산으로 등재돼 있으며, 14개동에 교사 수는 205명 학생 수는 1600여명이 이르는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 고등학교다. © 뉴스파워 전진영

 

또한 곽인환 교장은 약 2년 전부터 어려운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돌보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그는 “진심을 가지고 사랑으로 대했을 때 아이들은 그러한 교사의 진심을 느낀다.”며 “사랑으로 대해줬던 많은 제자들이 졸업 후에 사회에서 멋진 모습으로 성공해 다시 나를 찾아올 때면 가장 뿌듯하고 대견하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곽 교장이 교직생활에 몸담은 지 올해로 39년. 그런 그의 신념은 언제나 ‘오직예수’였다고 한다. 그는 아기 때부터 신앙생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1951년 1.4후퇴 때 예수님을 잘 믿던 한 분이 우리집(진도군)으로 피난을 왔었다”며 “집에 지내게 해주는 조건이 나를 돌보는 것이었다. 그 덕에 그 분과 늘 함께 교회를 가게 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하나님을 알게 되고 믿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학시절 기독동아리(CCC) 활동을 하면서 민족을 품고 기도하게 됐다”며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지상명령 성취를 위해 헌신하는 자가 돼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살아가기로 다짐했었다”고 회상했다.

 

아침마다 교내 인터넷망으로 큐티 자료를 올리고 있다는 국어담당 이규홍 교사는 “학교가 전과 다르게 분위기가 변화하게 된 데는 무엇보다 교장선생님께서 학생들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것에 있는 것 같다”며 “차용증을 받고 돈을 빌려주는 것도, 어려운 가정에 있는 학생들을 불러 용돈을 주는 것도 아침을 거르는 학생들을 위해 매점에 빵 값을 대신 내 놓는 것도 아이들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한다는 전제로 시작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사는 “만약 학생들을 믿지 못해 돈을 사용한 용도를 구체적으로 묻는다던지 일일이 따졌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교사들에게도 늘 명망이 높으시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가르치시고 어느 때는 지나치시다고 싶어질 만큼 교사와 학생들에게 사랑을 베풀어 주신다”며 곽 교장을 치켜세웠다.

 

곽인환 교장은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돈 때문에 주눅 드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최소한 서울공고 학생들만큼은 돈 때문에 또 환경 때문에 공부를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끔 하고 싶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사랑을 학생들에게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삶을 오랫동안 살 것”이라고 고백하며 말을 맺었다. (뉴스파워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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