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인기절정’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요즘 지상파 방송 3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배우 조형기(53·경기도 부평감리교회)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어느덧 중진 배우가 된 그가 뛰어난 애드리브와 재치로 드라마와 예능계를 넘나들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것.


그에게 어떤 점이 있기에 이렇게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는 것일까. 지난 6일 저녁 경기도 고양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청바지에 노타이 와이셔츠로 멋을 낸 이웃집 아저씨였다. 그는 “인터뷰하러 오느라 아직 저녁을 먹지 않았다”며 밥집으로 이끌었다. 아내가 입맛이 없어 죽을 좀 사 가지고 가야겠다고 했다.


“오랫만의 연기 부담이 좀 되네요”


그가 대중에게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킨 것은 오락프로의 게스트로서 재담과 순발력, 유머 감각을 발휘하면서부터다. 그와 그 부류의 연기자들을 가리켜 ‘개그맨 뺨치게 웃기는 탤런트’라는 뜻의 ‘탤개맨’이란 용어가 나온 지도 꽤 됐다.


“‘탤개맨’이란 용어는 15년 전 탄생했죠. 제 큰아들이 아빠가 연기하는 코믹 연극을 한편 봤는데, 그날 밤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더라고요. ‘우리 아빠는 개그맨보다 더 웃긴다. 우리 아빠는 탤런트일까, 아니면 개그맨일까. 탤개맨이라고 불러야지’라고요. 그걸 모 기자 분에게 이야기했더니 이후 신문에서 탤개맨이란 용어가 쓰이고 있더라고요(웃음).”


그는 1982년 MBC 15기 공채 탤런트로 시작해 배우를 본업으로 인지도와 이미지를 구축한 뒤 버라이어티쇼를 전문으로 뛰며 인기를 높여 왔다.


그런 그가 오는 7월 4일 첫 방송을 앞둔 KBS 2TV 새 월화드라마 ‘스파이 명월’에서 잔정 많은 20년차 고정간첩 한희복 역을 맡았다. 한희복은 86년 아시안게임, 88올림픽을 앞두고 남조선 동태 파악과 주민 선동 교란을 목적으로 밀파되었지만 20여년째 당의 지령 없이 방치돼 생계를 위해 흥신소를 운영하는 인물이다. 그렇게 간첩 아닌 간첩으로 살아가다 남한으로 내려온 북한 스파이 명월(한예슬 분) 때문에 20년 만에 떨어진 당의 지령을 받는다. 허둥대며 갖가지 해프닝을 만들면서 그녀의 작전수행을 돕게 되는 것.


“4년 만에 본업인 연기자로 나서게 됐네요. 부담이 좀 됩니다. 그동안 연기 안 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았거든요. 사실 기회가 닿지 않았을 뿐인데…. 소위 ‘막장 드라마’가 많아 출연을 꺼렸던 점도 있고요. 이번 배역은 딱 제 캐릭터예요. 생긴 게 이래서 악역을 맡았지만, 악은 악이되 게으름이나 염치없음, 얼빠짐, 약간의 이기심과 물욕 같은 누구에게나 내재된 인간적인 약점 때문에 악을 저지르는,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인간적 악’에 속하지요.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보실 거죠?”


인기 비결을 묻자, 그는 “특별히 꾸미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웃기려고 억지스럽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0여년 토크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듣고 배운 것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단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잘 듣고 기억하는 편이에요. 부동산, 주식 등 돈 되는 것을 이야기하지는 않아요. 잘 알지도 못하고요. 인간다운 이야기를 좋아해요.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고 할까. 좀 더 노력해야겠죠.”


직통전화(DDD) 걸 수 있는 교회로….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다고 했다. 부활절, 크리스마스, 여름성경학교 때 사탕이나 과자 등 먹을 것을 주니 교회로 달려가곤 했다. 그러다가 교회에 본격적으로 다니게 된 것은 탤런트 시험에 합격한 직후부터.


“신인 시절인데 아 글쎄, 지금은 목사님이 되신 탤런트 김영두 선배가 ‘기도 응답을 받았다’며 다짜고짜 교회에 나가자는 거예요. 그래서 교회에 나갔죠. 그러던 어느 날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성극을 하게 됐는데 도와 달라고 하는 바람에 꾸준히 교회에 출석하게 됐습니다. 울며불며 기도하는 아줌마들을 보며 이렇게 기도했죠. ‘하나님 저 아줌마가 더 급한 것 같으니 저 아줌마부터 어떻게 좀 해 주세요’라고요(하하).”


그는 교회 집사가 됐다. 성가대에서 찬양을 하고 안내 봉사를 했다. 또 구역예배와 교회 행사 사회를 보며 신앙생활에 열심을 냈다. 물론 어머니와 아내가 더 열심이었다.


“사실 전 교회 집사가 아니라 ‘잡사’에 가까워요. 일명 ‘날라리 집사’죠. 왜냐고요? 잘못을 좀 많이 해서요(쑥스러운 표정으로). 그런데 이상하죠. 동료 연예인 크리스천이 많아 곧잘 저를 교회로 인도해 주곤 한답니다. 얼마 전 군대 간 둘째 아들이 편지에 아빠를 위해 기도한다고 써 놨더군요. 교회는 제게 늘 그리운 곳이죠….”


한때 성당도 다녔다. 하지만 1년이 채 안돼 교회로 옮겼다.


“성당에서 고해성사를 하게 됐는데 잘못한 것을 신부에게 고백하면 죄를 사해 주시는 거예요. 그래도 신부도 사람이니까 큰 죄는 고백하지 않았죠.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하나님께 ‘직통전화(DDD)’로 기도할 수 있는데 왜 신부를 통해 ‘교환전화’로 기도하나라는 생각이요. 그래서 옮겼습니다.”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이다 보니 큰 교회 위주로 이곳저곳 옮겨 다녔다. 그러다 부평감리교회에 출석하게 됐다.


“어느 날 ‘무릇 내게 있어 과실을 맺지 아니하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이를 제해 버리시고’라는 요한복음 15장의 포도나무 비유를 읽고 잠들었죠. 그런데 신기하죠. 다음 날 찾아간 부평감리교회 목사님 설교 말씀이 이 구절인 거예요. 소스라치게 놀랐죠. 지금도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이렇게 들어 주시는구나’ 하면서 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그의 좌우명은 ‘오늘 열심히 살라’다. 팬들로부터 받은 사랑과 관심을 이제 소외계층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했다. 요즘 가족의 건강에 대한 기도를 드린다. 또 실족하지 않도록 붙들어 달라고 기도한다.


“나중에 제가 죽으면 비석에 ‘그를 보면 즐거웠다’고 새기고 싶어요. 그러려면 좀 더 많은 나눔의 삶을 살아야겠죠. 그게 저의 재능이든 기부 형태이든 이제 선행할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나설 겁니다….”

(출처: 국민일보 글 유영대 기자·사진 곽경근 선임기자 ydyoo@kmib.co.kr )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