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마련하였으나 


초읽기에 들어간 것 같았던 고려학원 정상화가 다시 주춤거리고 있다. 12월 24일까지 1차 시한이 주어진 학교법인의 정상화를 위하여 걸음을 재촉하던 고신 총회는 24억 원의 자금을 확보하지 않으면 관선이사 파송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교육부의 입장을 거듭 확인하고 대대적인 모금작업에 나섰다. 지난 총회이후 교단의 환경이 많이 바뀌어 일단 정상화를 이루고 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모금활동이 재개되었다. 부채를 얻어서라도 관선이사 체제를 끝내겠다는 합의까지 이루어져 일단 24억 원의 자금은 마련할 수 있었다.


구성원간의 합의 불발, 이유 있다


문제는 법인내의 기관 간 합의를 도출해 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교단 총회, 총장, 신대원장, 병원장, 의대교수협의회, 병원노조 등 6개 기관이 정상화에 동의하지 않으면 이사를 철수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합의의 핵심은 결국 이충한 복음병원장, 의대 교수협의회(회장 오경승교수), 노조(위원장 김위진)가 교단이 파송하는 이사를 받아들이는 데 동의하는 것. 현재까지 세 기관은 합의를 거부하고 있다.


병원장의 주장

알려진 바에 따르면 병원장은 차제에 병원을 의과대학과 함께 고신의료원으로 체제를 변경하여 대학본부로부터 독립시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의과대학과 병원이 의료원의 경영을 책임지도록 하여 실질적인 독립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교수협의 주장도 비슷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결국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으로 교단의 경영이라는 것이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음을 의미한다. 물론 개정 사학법에 따라 바뀐 현재의 정관대로라면 병원장 선출을 이사회가 독자적으로 할 수 없으므로(교수회의 협의를 거쳐야 함) 현재도 실제적으로는 이사회가 병원에 대하여 행사할 권한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교단이 이사회를 접수한다고 해도 달라질 바가 없다는 얘기로 이것은 궁극적으로 교회가 병원을 직접 경영해야 할 이유가 없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러나 병원 당국은 교단 이사회가 경영에 개입하여 얻은 결과가 없고, 오히려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하여 파국을 초래한 역사적 과오를 인정하라는 입장이다.

 

노조의 주장

노조가 합의할 수 없는 이유는 조금 다르다. 노조원들은 2001년 이후 5년간 임금이 동결되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상여금이 450%나 삭감되어 경제적으로 심한 어려움을 겪어왔다. 체불임금도 270억 원에 이르고 있어 직원들은 대부분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 교단이 이사회를 회복하려면 체불임금에 대한 최소한의 조치라도 취해야 한다는 것.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400억원에 이르던 체불임금이 130억원이나 줄어든 이유는 두 가지. 이유 중 하나는 1300명 가까웠던 직원들의 숫자가 현재는 1070명 정도로 감소한 것. 다른 하나는 그동안 임금협상을 통해 상여금을 450%나 줄인 것. 기본급이 5년간 동결 된데다 상여금도 줄이는 바람에 년간 약 6,70억원의 절감효과가 발생하여 체불임금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따라서 교단 이사를 파송하려면 최소한 교단 50억 원 정도라도 내 놓을 것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조는 현재까지 그 어느 누구도 직원들의 어려움에 대하여 진정한 관심을 보여준 경우가 없다는 사실에 섭섭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처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자 교육인적자원부는 교단 파송 이사를 받을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결원된 이사의 충원은 최대한 늦추겠지만 그렇다고 교단이 원하는 대로 돌려줄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구성원 간에 합의되지 않은 채 교단 이사회를 구성하게 할 경우, 또다시 충돌이 발생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 한 일이기 때문이다.


정상화란 무엇을 말하나? 


이제 교단 정상화 위원회는 무작정 서둘러서 일을 성사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상, 찬찬히 소위 ‘정상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진정한 의미의 정상화가 무엇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교육부가 말하는 구성원의 합의 정도가 아니라 교단 내 지도자들이 대학과 병원, 신대원의 경영에 관한 신학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에 대한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 교회가 과연 병원을 직영해도 좋은 것인지, 병원은 독립된 의료법인으로 분리할 수 없는 것인지, 대학과 신대원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관하여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대학, 대학원, 병원 당사자들이 공개 토론의 장으로 나와 교회를 설득시키는 작업을 벌여야 한다. 튼튼한 원리와 이론 위에 집을 세우지 않으면 언젠가는 다시 붕괴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현재 고려학원 이사회는 이사장과 2명의 이사가 결원된 상태다. 결원된지 60일 이내에 이사를 보선하도록 되어 있음을 감안할 때 2월 23일까지만 이사를 뽑으면 된다.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일이다. 설령 이사가 충원된다 하더라도 언제라도 조건만 갖추면 교단이 이사를 파송할 수 있는만큼 구성원간의 합의가 정상화을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인 셈이다. 오늘(2월 1일) 모이는 정상화위원회가 어떤 전략을 내어 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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