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은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이 일어난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각 교단, 기관마다 기념행사를 기획하고, 실시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흥의 원천이 되는 회개운동이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전심으로 하나님을 찾아 통회자복하는 일이 벌어져야 한다. 그래야 하나님의 역사가 일어날 것이다. 통합 평양노회는 이러한 사실을 절감하고 다음과 같이 죄책고백문을 발표하였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작지 않은 일이다. 한국교회 곳곳에서 이런 일이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옮긴이>



                                                       평양노회 죄책고백문

우리는 1907년에 있었던 대한예수교장로회(독노회)의 창립과 그 해 평양의 모교회인 장대현교회에서 열렸던 죄의 고백 대부흥 성회 100주년이 되는 2007년을 기다리면서, 일제시대에 우리 노회가 행한 중대한 잘못들을 고백함으로 이 시대에 하나님께서 우리 노회에 엄중히 요구하시는 참된 회개와 갱신을 성실히 수행하기로 지난 제163회 평양노회 정기노회(2005년 10월 방주교회)에서 결의하였습니다.

우리는 평양노회가 일본제국주의자들의 강압적 통치하에서 교회가 마땅히 지켜야 할 신앙양심을 지키지 못하고 신사참배에 가담한 것과, 신사참배에 반대하여 신앙을 고수하기 위해 일제에 항거했던 주기철목사를 목사의 직에서 파면하고 산정현교회를 강제로 폐쇄하는 일을 자행했던 우리 노회의 죄악상을 애통하는 마음으로 참회하며 고백합니다.

우리 평양노회원들은 이 죄악들이 이미 지나간 어제의 문제가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의 문제이며 우리의 죄악임을 통절히 시인합니다. 우리는 너무 오랜 세월 동안 이 죄악을 정직하게 시인하고 고백하기보다 덮어 놓고 외면하며 지내왔습니다.

지금 우리는 과거의 죄악을 우리 앞에 두고 큰 슬픔 속에서 이 참람한 죄악을 바라봅니다. 우리 노회는 일제의 압력에 굴복하여 진리를 외면하고 하나님의 교회를 욕되게 하였으며 우리 중 어떤 이들은 일제가 하나님의 교회를 짓밟는 일에 적극적으로 협력하였습니다. 우리는 주기철목사의 일사각오의 신앙이 우리 믿음의 뿌리임을 재확인함과 동시에, 주기철목사를 목사직에서 파면할 것을 결의한 선배들의 그 잘못된 결의도 우리 자신의 것임을 가슴 아프게 고백합니다.

우리는 일제치하에서의 신사참배와 관련하여 우리 평양노회에 구체적인 몇 가지의 죄가 있었음을 아래와 같이 인정하며 고백합니다.

첫째 신 구교를 망라한 우리나라의 여러 교단들이 신사참배를 공식적으로 허용하는 일이 진행되면서 1938년 9월 9일, 평양 서문밖교회에서 개회된 제27회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는 동 9월10일 일제의 강압에 굴복하여 신사참배를 가결하는 큰 죄악을 범하였습니다.

이 때, 현 평양노회의 전신인 평양 평서 안주 3노회(1972년에 평양노회로 통합)는 신사참배 결의안상정 및 결의를 주도하였습니다. 일제가 미리 계획한 각본대로 3노회의 연합대표인 평양노회장 박응률 목사는 신사참배결의 및 성명서발표를 위한 긴급제안을 하였고, 평서노회장 박임현목사와 안주노회총대 길인섭목사는 동의와 재청을 하였습니다. 이는 우리 장로교가 신사참배를 결의함에 있어서 평양노회가 앞장 선 증거입니다. 일제가 한국교회 및 장로교의 중심인 평양 지역의 노회들을 앞세워 한국교회가 완전히 신사참배하는 교회가 되었음을 선언한 이 악마적 계략에 동조하고 앞장섰던 우리 노회의 씻지 못할 죄악을 우리 모두는 깊이 참회합니다.

둘째 총회가 신사참배를 결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주기철목사는 평양노회에 속한 산정현교회에서 순교를 각오로 설교를 계속하였습니다. 평양의 산정현교회와 주기철목사는 한국교회 신앙양심의 마지막 보루였습니다. 수 차례에 걸친 투옥과 회유, 탄압 속에서도 주기철목사와 산정현교회가 굴복하지 않자 일제는 주기철목사를 세 번째로 구속한 상태에서 평양노회를 협박하였습니다. 계속되는 위협과 회유를 견디지 못한 노회원들은 1939년 12월 19일에 평양경찰서의 강압으로 열린 임시노회에서 주기철목사의 파면을 결의하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신앙의 지도자요, 민족의 십자가를 진 하나님의 종 주기철 목사에게 목사직 파면의 큰 고통을 안긴 엄청난 죄악을 통회 자복하며 회개합니다.

세째 주기철목사가 없는 상황에서도 산정현교회가 여전히 노회에서 파송하는 목사를 거부하는 일이 계속되자, 일제 경찰당국은 결국 산정현교회 예배당을 폐쇄하기 위해 다시 평양노회를 이용하였습니다. 제38회 정기노회(1940년 3월 19-22일 평양 연화동교회)에서 평양노회는 목사명부에서 주기철목사의 이름이 삭제된 것을 확인하고 산정현교회에 관한 전권을 부여하는 전권특별위원회를 구성하였습니다.

전권위원으로 선정된 사람은 장운경, 김선환, 심익현, 박응률, 차종식, 이용직, 김취성, 변경환 등이었습니다. 전권위원회는 3월24일 부활주일에 신사참배를 지지하는 목사를 강단에 세우기 위해 일본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시도하였지만, 산정현교회 교인들의 격렬한 저항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자 마지막으로 예배당 폐쇄라는 수단을 쓰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교회를 보호해야할 성 노회가 신앙을 지키려 울부짖는 성도들의 통곡으로 가득한 교회를 강압적으로 폐쇄한 이 추악한 전대미문의 역사적 범죄행위를 우리 노회는 진심으로 회개합니다.

네째 예배당 폐쇄 2주 후, 일제경찰은 노회전권위원들을 앞세워 주기철목사의 노모를 포함한 가족을 교회구내에 있던 사택에서 추방까지 감행 하였습니다. 이후 주기철목사 가족은 해방될 때까지 5년 동안 열세 번이나 이사를 하며 핍박과 유랑의 생활을 해야만 했습니다. 또한 해방 이후, 마땅히 회개하여 유가족들에게 사과하고 그들을 돌보았어야할 노회는 오히려 주기철목사의 유가족들을 외면하고 박대하여 그들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그들이 신앙의 갈등을 안고 방황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오랜 세월동안 주기철목사의 자녀들은 생계의 고통을 겪고 고아원과 공장 등을 전전하며 정상적인 배움과 성장의 기회를 상실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이 모든 비인간적인 처사들에 대하여 하나님께 회개함과 동시에 우리의 악행으로 고통당한 순교자의 유가족 여러분들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하며 진심으로 용서를 구합니다.

다섯째 주기철목사는 긴 옥중생활에서의 고문과 위협 속에서도 한국교회 신앙의 순수성을 끝까지 지키다 1944년 4월 21일 금요일 밤중에 영광스럽게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의 나이 만 47세였습니다. 주기철목사의 죽음은 핍박을 견디지 못한 평양노회원들의 변절과 비신앙적인 비겁한 결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습니다. 주기철목사는 일제뿐 아니라 당시의 노회와 교회로부터도 핍박과 외면을 받은 것입니다. 불향하게도 주기철목사의 부인 오정모 사모님은 45세가 되는 1947년 1월 27일에 병환으로 별세하였고 장남인 주영진전도사는 대동군 긴재교회에서 목회하다가 1950년 공산군에 의해 죽임을 당하여 순교의 대를 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60여 년 전에 우리 평양노회가 범한 이 모든 죄악을 숨김없이 고백합니다. 그당시 대다수의 평양노회 교회지도자들이 신앙양심을 지키지 못하고 일제의 위협 앞에 굴복하고 침묵하였을 뿐 아니라 그 범죄에 동참하였음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고백합니다. 우리 노회는 그때 하나님이 주신 영광스러운 교회의 사명을 온전히 감당하지 못하였습니다. 이 뼈아픈 실패는 우리 노회 역사의 치명적 수치입니다. 우리들은 우리의 이 수치스러운 죄악을 오고 가는 모든 세대 속에서 지속적으로 아파하고 기억하면서 역사의 경고와 교훈으로 길이 간직할 것을 다짐합니다. 우리 평양노회는 우리 노회의 불의와 죄를 참회하고 고백하면서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고 우리의 참회와 고백을 듣는 모든 교회와 민족 앞에 슬픈 마음으로 용서를 간구합니다. 또한,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으로 인하여 순교를 당하고 상처와 고통을 입은 주기철목사와 그의 유가족, 후손 여러분과 평양 산정현교회 성도들에게도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우리의 참람한 잘못에 대하여 용서를 구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주기철목사님을 우리 노회의 선배 노회원으로 다시 회복하여 감히 모시게 된 것을 크나큰 영광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은혜로 여겨 눈물로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이제 우리 노회는 다시 주기철목사의 순교정신을 이어받아 병든 한국교회를 치유하고 한국교회의 새로운 부흥과 세계교회의 발전을 위해 쓰이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자비로우신 주님께서 우리 지난날의 죄악을 용서하시고 새롭게 하여주시기를 엎드려 간구합니다.

2006년 4월 17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평양노회 노회장 권영복
목사평양노회 주기철목사 복권추진 및 참회고백 특별위원회 위원장 손달익 목사 외
제164회 평양노회 노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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