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병원이 본격적인 어려움에 들어선지가 벌써 5년이 되었다. 그동안 김해복음병원은 문자 그대로 해체되었고, 송도 복음병원은 한없는 어려움을 겪었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어려움이 많았다. 병원의 의사들이야 얼마든지 다른 길을 찾을 수도 있지만 이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직원들은 그야말로 극단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무엇보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크다. 지난 5년간 쌓인 체불임금이 270억원이나 된다. 그래도 많이 줄어든 것이다. 그동안 2백명이 훨씬 넘는 인원이 퇴직하였고 어쩔 수 없이 퇴직하는 사람들의 임금을 지불하다보니 그동안 130억원이나 줄어든 액수다. 임금을 제때에 받지 못하니 계획한 살림이 돌아가지 않아 적금을 깨어 살다 빚을 지기 시작하였다. 5년간 기본급은 전혀 인상되지 않았고 그나마 상여금은 450%나 깎였다. 그래서 병원은 일년에 60억 이상의 경비를 줄일 수 있었다. 직원들의 살을 깎아낸 것이다.

직원들이 당한 어려움은 경제적인 것만이 아니다. 명예에도 치명상을 입었다. 그들은 한국 최고의 강성노조로 불렸다. 불신자보다 더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노조가 실제로 그렇게 보이도록 행동한 적이 있다. 교단 총회를 파행으로 몰고간 적이 여러번이다. 그래서 부도가 난 결과적인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처음부터 그렇게 대적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지나친 관여가 결국 지나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사회, 교수, 직원들 사이의 분열과 분파는 그 근원이 다른 곳에 있지 않았다.

병원의 지도력이 독점되지 않고, 적절한 시기에 교체가 원활히 일어나도록 조치하는 일이 중요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가 그 일에는 등한히 하면서 병원의 사소한 일에는 지나치게 개입하는 우를 저질렀다. 특히 병원의 재정적 구조가 부실한 틈 타 병원을 특정인들의 수익처로 삼으면서 문제는 폭발점을 향해 치달아갔다. 원활하게 지도력을 교체하고 병원 경영(인사와 재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병원 구성원들에게 더 일찍 더 많이 자율권과 함께 책임을 부여하였더라면 복음병원은 지금보다 훨씬 아름다운 모습을 갖추었을 것이다.

노조는 교육부가 요구하는 구성원간의 합의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거부하는 것은 병원집행부나 총회 지도부가 아니다. 그들은 그들에 덧씌워진 불명예와 무관심에 대하여 거부반응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신자들로 이루어진 노조가 본질적으로 악하고 강하기만 하지 않음을 최근의 행보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임금동결, 삭감 뿐 아니라 54세로 정년을 낮추자는 데도 동의했다. 대학에 속한 병원이어서 대학의 직원 정년과 같아야 하지만 그들은 병원의 형편을 고려하여 자신들의 당연한 권리를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신의 노조는 강성이라는 이미지가 사라지지 않으니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5년간 삭막한 세월을 보내는 동안 그 누구도 직원들의 어려움을 직시하고 위로의 몸짓을 보낸 적이 없다. 돈도 돈이지만 따뜻한 정분이 뭍어나는 고운 말 한마디가 절실한 시점이다. 교회는 한없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해야 하는 공동체이다. 언제부터인가 고신 교회에 사랑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지도자들 사이에 시기와 질투, 미움과 분노의 감정들이 거침없이 노출되고 있다. 학교법인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바로 이 잘못된 교회의 모습을 바꾸는 작업이 선행되지 않으면 안되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학교법인의 정상화를 위하여 총회장에게 거액의 봉투를 전달하는 모습과 함께 한없이 얼어붙은 노조원들에게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전달하는 교회의 걸음들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향후 진지하고 심도있게 병원운영의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이들의 가슴을 녹일 수 있는 훈훈함이 어디선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정말로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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