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켜진 군선교] (상) 교계, 세례장병 수 집착 ‘전시성 지원’ 한국 교회 부흥의 원동력이었던 군 선교가 벽에 부딪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타 종단과의 무한 경쟁,신세대 장병들의 종교에 대한 무관심 등 선교환경 급변이 주요 원인이지만 군 선교를 한물 간 유행 정도로 여기는 한국 교회의 인식 및 대응 방식에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타 종단은 새로운 '황금어장'을 발견한 듯 군 선교에 열의가 넘치지만 기독교계는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는 반성도 나온다. 군 선교의 현 주소와 문제점,그리고 해법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육군 9사단 백마교회 군종목사인 임광상 소령은 1992년 군에 들어와 15년간 군 선교 현장을 누빈 베테랑이다. 특히 1997년 4월초 논산육군훈련소 전도목사로 재직할 당시 7200여명의 훈련병이 한꺼번에 세례받는 감동의 현장을 지켜보기도 했다.임 소령은 “예전엔 훈련소에 들어온 신병 1000명 가운데 900명이 세례를 받았다면 요즘은 500∼600명이 될까요”라고 말했다. 그는 “군 선교 환경이 크게 바뀐 점을 감안해야겠지만,예전보다 활기가 없어진 것은 분명한 것 같다”고 했다.선교 사역의 성공·실패를 숫자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통계를 살펴보면 군 선교의 현주소가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이사장 곽선희 목사)가 내놓은 ‘2006년 군 선교현황’에 따르면 1999년 21만명을 넘었던 진중 세례자 수는 2003년을 고비로 15만∼16만명대로 급감했다. 특히 지난해 군 세례자 수는 2005년에 비해 7452명이 감소한 15만4808명으로,1995년 이후 가장 적었다.선교연합회가 분석한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저출산으로 입대자 수 자체가 줄고 있고,90년대까지만 해도 군 선교에 적극적이지 않던 천주교와 불교 등 다른 종단이 기독교계에 자극받아 군 선교·포교를 총력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 군 정신력 강화를 위해 모든 장병이 종교를 갖도록 하던 데서 벗어나 무종교도 개인의 권리인 만큼 허용해야 한다는 군 종교정책의 변화,종교에 무관심한 신세대 장병의 성향 등도 한 요인이다.하지만 환경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군 선교가 처한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국 교회의 군 선교 시스템이나 대응방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선교단체들이 군 선교 침체의 첫번째 요인으로 꼽는 입대자 수 감소를 보자. 연간 입대자 수는 37만명에서 최근 34만명 정도로 10%가량 줄었지만 군 세례자 수는 1990년대 말 연간 20만명에서 15만명대로 25%나 줄었다.그나마 전역 후에도 교회에 나오는 장병은 4만∼5만명에 불과해 진중 세례자 수 15만∼20만명 역시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익명을 요구한 동부전선의 한 군종목사는 “훈련이 힘든 신병교육대나 훈련소에서 세례자 수에만 집착하는 것은 숫자 놀음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세례만 받는 것으로 그치는 병사도 적지 않은 만큼 자대 배치 후 신앙생활을 하고 전역 후 얼마나 사회 교회에 출석하는지에 초점을 둬야 하는데 현재 군 선교 정책은 본말이 전도돼 있다”고 지적했다.육군 제 17사단 산하 산돌교회에서 민간사역자로 시무하는 조병헌 목사는 “장병의 대부분은 대대급 이하 부대에서 근무하는데 각종 지원은 사단급 등 상급부대로 집중되고 있다”며 “군 선교단체와 각 교단이 군 선교의 문제가 무엇인지도 파악하지 못한 채 전시성 행사에만 매달린다”고 비난했다.다른 민간사역자는 “군 선교는 2000년대 들어 급격한 환경 변화를 맞아 고전하고 있는데 각 교단은 군 선교에 대해 80∼90년대에 이미 해결된 문제쯤으로 여긴다”며 “군 선교가 위기인 줄 모르는 한국교회의 안일함이 바로 위기의 근원”이라 고 말했다.

 

[빨간불 켜진 군선교―(하) 선교활성화 해법 뭔가] “병영문화 변화에 신속 대응…”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는 지난해 300여억원을 해외 선교비로 썼다. 하지만 군 선교비는 이의 30분의 1 정도인 10억여원에 불과했다. 올해는 그나마 군인교회에서 시무하는 민간 사역자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1억∼2억원이 증액될 것이라고 한다.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교회 전체가 군 선교비로 지출한 금액은 150억원 정도로,합동총회 한 교단의 해외 선교비의 절반에 불과하다.

최근 전국 교회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해외 선교 열풍을 보는 군 선교 관계자들의 마음은 그리 개운치 않다.

육군 17사단 산하 산돌교회에서 시무하는 조병헌 목사는 “해외 선교가 생명을 다해 감당해야 할 사역이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지만 전방을 중심으로 군종목사는 물론 민간인 사역자 1명도 없는 군인교회가 300여곳에 이르는 현실에서 해외로만 나가는 것은 착각”이라고 말했다.

기독교군선교연합회 총무 김대덕 목사도 “한국 교회의 미래는 오늘 군 선교의 성공률과 비례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외 선교와 국내 선교간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민간군선교사역자회 서기를 맡고 있는 이창선 목사는 “입시 부담과 취업 경쟁 등으로 교회에 나오는 청소년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군 선교는 한국 교회의 미래를 책임진 마지막 보루”라며 “군 선교에 대한 관심과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선교 전략의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우선 군종목사가 상주하는 훈련소나 연대급 이상 부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건이 열악한 대대급 이하 군인교회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 감리교단의 한 선교 관계자는 “그동안 각 교단의 선교비 지원과 위문 공연 등이 ‘홍보효과’가 큰 상급 부대로 쏠려온 측면이 있다”며 “자대 배치를 받은 장병 70% 이상이 대대급 이하 부대에서 생활하지만 500명 이상의 장병이 있는 대대급 군인교회의 연간 선교 예산은 평균 300만∼500만원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대대급 이하 교회에 대한 관심 제고는 입대 직후 세례자 수 늘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현재의 선교 전략을 자대배치 이후로,나아가 전역 이후까지로 전환하는 의미도 있다. 이와 관련,군종목사가 파송되지 않는 하급 부대 교회를 대부분 책임지고 있는 600여명의 민간인 사역자들의 신분 안정과 재교육도 긴요하다.

많이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젊은층의 눈높이에 맞춘 문화·정보 사역이 강조돼야 한다. 한 군종목사는 “병사들의 기호와 취향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병사들은 정보와 지식,문화를 갈망하는데 우리는 초코파이 몇 개와 생일 잔치라는 80년대 선교 방식에 머물러 있지 않나 반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불교 천주교 등 다른 종단의 총력지원 체제를 고려할 때 교회 연합사역 체계도 재정비해야 한다. 현재 11개 교단이 군종목사를 파송하고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가 초교파 군선교 기관으로 전체를 조율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2000년대 들어 교단간 불협화음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민간군선교사역자회의 이 목사는 “군종목사회와 군선교연합회,민간인 사역자,각 교단 군선교 책임자 등이 한 자리에 모여 군 선교 발전 방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국민일보)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