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은 연구위원의 활동이 계속되는 기간이라도 교류를 유보해야-

교단들의 가을 총회가 끝났다. 이번 총회에는 한기총 탈퇴가 이슈였는데 모두 가결되지 못했다. 통합은 ‘한기총탈퇴를위한예장대책위’를 꾸리면서 11개 노회가 헌의안을 올렸지만 부결되었고, 합신과 고신은 1년간 연구하기로 하는 선에서 마무리가 되었다. 결국 한기총 해체운동은 변죽만 울린 셈이 되고 만 것이다.


고신 총회는 6개 노회가 한기총 탈퇴 헌의안을 올렸다. 그러나 정작 총회의 발언대에는 소수의 발언자만 있었고 그것도 탈퇴가 아닌 금품수수 문제로 왈가왈부하다가 탈퇴문제는 그리 큰 이슈를 만들지 못한 채 1년간 연구하기로 하고 위원회를 설치하는 선에서 마무리가 되었다.


“한기총 탈퇴는 그리 간단하게 처리할 성질의 것이 아니기에 1년간 연구하기로 하자.”는 모 총대의 제안처럼 한기총 탈퇴문제는 그리 간단하게 넘어갈 성질의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 심각성을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넘겨서는 결코 안 된다.


언론에 오래 종사한 일간지의 한 기자가 “한기총의 일로 예비 청년성도 250만 명은 잃었다”는 말은 결코 그냥 하는 말이 아닐 정도로 한국교회는 큰 손상을 입었다. 한국 사람들은 유독 단골정신이 강하다. 그래서 한국 사람끼리, 고향 사람끼리, 동문끼리가 통해 왔다. 그러나 자기가 속한 단체나 소속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단골정신이 현대의 청년들에게서 깨어지고 있다.


청년들은 희망이 보이지 않으면 쉽게 버리고 다른 것을 선택하는 실용주의를 택하고 있다. 그것은 정치에서 더욱 뚜렷이 나타나고 있지만 수도권의 교회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교회가 희망이 없으면 교인들은 쉽게 떠나버린다. 그래서 조금만 잘한다는 소문만 돌면 수년 내에 크게 부흥하는 교회가 나타나고 100여 명 교인이 모이다가 갑자기 문을 닫는 일도 다반사로 발생한다. 새신자들로 부흥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기존 교인들이 쉽게 이동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한기총의 금권선거로 인해 불거진 문제는 청년들에게 희망은커녕 큰 불신을 안겼고 그들의 발걸음을 교회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일등공신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런 한기총의 문제이기에 총회는 아주 신중히 다루어야 했다. 좀 더 세밀한 분석적 발언이 뒷받침을 해야 했었다. 총대들도 귀찮으니 그만하고 넘어가자고 하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사실 한기총은 여러 가지 문제로 올해는 식물인간처럼 그냥 누워있었던 날이 절반이나 되었다. 한기총의 낱말은 아예 어느 신문(기독신문까지) 지상이나 미디어에서 들어보지 못했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는 아무 일도 없었다. 무슨 큰일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없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한기총은 있으나마나한 존재라는 것이다. 없어도 그만인 단체라는 것이다.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이라는 단체는 의미가 없다. 의미가 없는 단체, 오히려 한국교회의 재정만 축내고 자신에게 손상을 입히는 자해단체는 마땅히 해체하여야 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 대 정부 발언용으로 존립해야 한다는 논리는 그럴듯하지만 지금까지 한기총의 발언으로 한국교회가 무슨 보호를 받아왔는지에 대한 어떤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오히려 한기총 인사가 청와대를 방문하면 타 종교에서 종교 차별이라고 공격하는 원인제공이나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이단에 대처하기 위하여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단을 규정하는 것은 각 교단 총회이고 그것이 유효한 것이지 굳이 한기총의 재가를 얻을 필요가 없다. 오히려 한기총은 불건전한 자들을 풀어주려고 하다가 한국교회가 일어나 제동을 거는 일까지 저질렀으니 이단 문제에서도 교회들에 그리 유익한 단체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27일 열린 한기총 임시총회에서도 혹시나가 역시나로 나타났다. 임시총회가 감투싸움으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도 알 수 없는 이런 한기총이기에 다른 교단들이야 어찌 되었건 간에 적어도 우리 고신만이라도 잠정적으로 대표파송을 중단하고 연구위원회의 활동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문제가 있는 단체의 진퇴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연구위원을 둔 현실에서 그 단체와 계속 교류하며 협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잠시 교류를 끊고 한기총이 얼마나 스스로 개혁하는지를 지켜본 다음 내년 총회에서 연구위원회의 보고를 받은 후 진퇴를 결정하면 된다. 이 정도라도 조치가 있어야 여섯 노회가 탈퇴를 건의한 데 대한 최소한의 성의표시가 될 것이다. 총회 지도부의 지혜로운 결단을 바라마지 않는다.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