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정말 대단한 나라다. 이 조그만 나라가 월드컵에서 4위에 오르기도 하였고,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가 년간 수출 3천억불을 달성하기도 하였다. 인구 4,800만 명의 작은 나라가 세계 10위 권의 경제대국으로 행세한다. 얼마나 대단하면 세계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유엔사무총장 자리까지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이 얼마나 유명했으면 아프리카 짐바브웨 관광청이 이 나라를 방문한 중국 관광업계 대표단을 맞으면서 한글로 ‘환영합니다’는  게시문을 내걸어 난처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었겠는가. 지금도 과거사 청산이 되지 않아 친일파 논쟁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유신시대의 상처가 다시 불거져 나오고, 어쩔 수 없는 시대 상황에서 판사의 직을 수행했던 사람들이 뒤늦게 인격적인 모멸감을 느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교육문제에 이르면 대한민국이 대단한 것을 더더욱 절감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부모의 극성스러운 관심은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찬란한 빛을 발한다. 한국인이 가는 곳은 그 어디든 과외 학원이 생겨나고 특별과외가 횡행한다. 골프를 치러 다니고 바람이 들어 가정이 깨어지는 일이 계속되어도 한국인만을 위하여 만들어진 ‘기러기 아빠’라는 특별한 용어는 사라지지 않는다. 대한민국 초등학교 아이들의 유학은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를 찾아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영어 본류 국가뿐 아니라 필리핀, 피지 등 영어를 사용하는, 비교적 생활비 싼 곳까지 영어냄새가 나는 곳이면 어디든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간다. 용감하기 짝이 없다. 일 년에 천만 원씩이 되는 대학입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40-50대의 엄마들이 아르바이트 전선에 투입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어느 나라에서도 들어볼 수 없는 이야기다.


그러더니 드디어 유치원 아이들의 월 수업료가 149만원이나 하는 유치원이 올 3월 서울 청담동에서 개원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와 사람을 놀라게 한다. 서울 강남에는 한 달 100만 원짜리 유치원이 수십 개에 이른다는 보도가 이어진다. 젊은이들을 우울하게 만드는, 높아만 가는 대학 등록금보다 훨씬 비싸다. 국제화 시대에 영어가 중요한 생활의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쩌다가 나라가 이 지경이 되고 있는지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혀온다. 양극화의 문제가 끊어지지 않는 과제로 다가오고 있는데, 교육이 이런 식으로 이루어져도 되는 것일까? 돈이 있다고, 남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다는 식으로 살아도 되는 것인가?


만약 한나라당으로 정권이 바뀌기라도 한다면, 틀림없이 지금까지 30년 이상 지속되어온 고교 평준화 교육이 도마에 오르고 대학별 입시, 기여 입학제 등이 한동안 정가를 뒤흔들어 지금보다 훨씬 심각한 소요가 일어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대학교육을 한국처럼 관료들이 좌지우지하는 나라도 별로 없긴 하지만. 그렇다고 마음대로 하도록 허용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얼마나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인지 전혀 자신이 없다. 이래저래 편할 날이 없어 보이는 대한민국이다.


유치원 시절은 아이들이 자기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기이다. 어릴 때의 기억이 생애를 좌우할 수 있다. 그런데 영어유치원의 아이들이 영어가 한글보다 더 중요한 언어이고, 영어 못하는 한국인 선생님보다는 얼굴이 희고 파란 눈의 영어 잘하는 선생이 더 훌륭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다른 아이보다 영어 좀 더 잘할 줄 안다고 마치 엄청난 재능을 가진 것으로 착각하고 뻐기는 아이가 된다면, 과연 긴 인생여정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올바른 가치를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알량한 영어지식인이 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영어 학원 한 번 가보지 않고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도 얼마든지 미국, 영국 가서 박사학위를 받아낸다. 주신 생명과 자유에 감사하며 자신의 은사를 찾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인생을 성공적으로 사는 근간이라는 원리는 여전한 진리다.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영육 간에 건강한 자녀들로 키우기를 소망하는 그리스도인이 이 땅의 주인이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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