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신학대학원 51회 졸업생, 박진철 목사입니다. 현재 영국 웨일즈의 수도 카디프에서 ‘웨일즈 한인교회’를 목회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수고하시는 목사님들과는 사뭇 다른 환경에서 사역하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래서 제가 기고한 글이 과연 독자들에게 어떤 유익을 드릴 수 있을까 하여 좀 고민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나라 안에서 다양하게 사역하고 있는 모습을 소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겠고, 동시에 기도 부탁을 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용기를 내서 이렇게 글을 올려봅니다.


먼저, 구체적 목회 계획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기 이전에 제가 위치한 목회 환경과 발자취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저희 교회는 영국 웨일즈의 카디프에 위치한 한인교회입니다. 영국 남서쪽에 위치한 웨일즈는 북쪽의 스코틀랜드나 북서쪽의 북 아일랜드와 같이 중앙정부와 더불어 함께 독자적인 자치 정부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1] 카디프는 약 30만 명의 인구를 지닌 웨일즈의 수도입니다. 물론 한국의 대도시에 비하면 작은 인구이지만, 웨일즈 전체의 인구가 약 300 만 명인 것을 고려한다면 이곳에서는 큰 도시에 해당되는 곳입니다. 유럽의 가장 젊은 수도 중의 하나로서 다양한 민족,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진 국제도시입니다.

 

[1]영국 안에는 4개의 독립적인 자치정부가 있습니다. 북쪽에는 스코틀랜드(Scotland), 서북쪽에는 북아일랜드(Northern Ireland), 동쪽에는 잉글랜드(England), 남서쪽에는 웨일즈(Wales) 있습니다. 서로 민족과 전통이 달라 서로가 독자적인 지방정부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마치 미국의 여러 주가 각자의 법을 가지고 통치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저희 교회는 1997년에 유럽총노회(지금의 유럽총회의 전신)에서 영국에 고신 교회를 세우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개척되었습니다. 처음에는 LG공장에 근무하시는 분들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던 교회였습니다. 그러다가 2004-5년 공장이 문을 닫고 동유럽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교회는 유학생 중심의 교회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1대 천광신 목사(현 언약교회 담임), 제 2대 전공수 목사(현 런던 열린문 교회 담임)에 이어서 저는 2004년도 여름에 부임해서 지금까지 약 만 7년을 조금 넘게 이 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지난 7년간의 목회를 되돌아보면  한마디가 거침없이 제 마음에 떠오릅니다. ‘약한 자들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 웨일즈 한인 교회는 적어도 제가 목회하고 있는 동안은 약한 자의 대명사로 통해 왔습니다.  일단 수적으로 아주 작은 교회입니다. 제가 이 교회에 부임할 때는  짧게는 1달 후에, 길게는1년 안에 돌아갈 청년 7명이 전 교인이었습니다. 상식적으로는 이런 교회에서 청빙이 왔다고 가는 것이 그 당시 제 믿음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보내신다는 확신이 강하게 들었기에 웨일즈 한인교회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최고로 많이 모일 때는 약 50명 정도가 되었다가 지금은 가장 적은 숫자가 모입니다. 현재 저와 제 아내를 포함해서 10명도 안 되는 어른들이 있고  중고등학생들과 아이들 10여명이 모이는 작은 교회입니다. 하지만 이런 작은 목회도 저에게는 감당하기에 아주 버겁다고 느낄 만큼 하나님께서 이 작은 교회를 통해서 그 분의 일을 진행하시는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내년 목회 계획은 그 이전의 목회에 대한 반성 및 발전을 전제로 한 것이기에 짧게 그동안의 저의 작은 목회를 요약해 보겠습니다.  교회의 특성상 목회의 중요한 중점은 늘 복음 전하는 것과 짧은 시간에 제자로서의 삶을 살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입니다. 교인의 다수가 영주민이 아니고, 유학이나 직장을 이유로 1년 혹은 2년을 단위로 본국으로 돌아갑니다.  자연적으로 교회가 수적으로 성장되고 시스템을 갖추는 일은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초기 몇 년은 정들었던 사람들이 다 돌아가고 빈집을 지키는 것 같은 쓸쓸함을 정기적으로 맞곤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교회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단점이 장점이 되는 경우가 허다한 것처럼, 이 교회도 유동인구가 많다는 것이 단점이자 곧 장점입니다. 교회에 남아있는 사람의 숫자가 적은 것이지 실제로 교회를 오고가는 사람들의 숫자가 적은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아주 많습니다. 속된 말로 하자면 길목만 잘 지키고 있으면 스스로 공부하고자, 직업을 얻고자 카디프를 방문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곳입니다. 외국에 있는 한인교회이기에 불신자들도 친목 및 다양한 이유로 교회에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의 경우 신자와 불신자의 비율이 반반일 때도 있고, 어떤 때는 불신자가 더 많은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부임한 첫해 예수님을 영접한 사람들이 50여명이 넘었고, 그 이후로 매해 꾸준히 20여명 이상이 예수님을 영접을 했습니다. 감사하지요! 하나님께서 제게 작은 교회라 낙심하지 말라고 다 익은 추수 직전의 영혼들만 골라서 보내 주셨던 것 같습니다.


주님을 만난 이 분들은 단순히 한국사람들만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이름은 한인 교회이지만 외국에 위치한 교회이기에 선교하고자 하는 자들에게 이곳은 황금 어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교회의 사역도 크게 3가지 그룹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첫째, 같은 언어권의 한국 및 탈북인들, 둘째, 일본, 중국, 베트남 등의 같은 동양(유교) 문화권에 속한 분들, 셋째, 현지인들인 영국분들입니다.


대상에 따라 그들에게 적합한 접촉점을 찾는 것이 그동안의 저의 목회 혹은 사역방향이 되어 왔습니다. 첫째, 한인 공동체에 대해서는 주로 한국에서 공부나 일로 웨일즈로 오시는 분들의 정착을 도우며 접촉점을 찾고, 기도하며 복음을 전합니다. 주로 집, 차, 아이들 학교 등 현지에 대한 정보를 나누며 타지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데서 부터 관계가 시작됩니다. 탈북자들도 마찬가집니다. 지금은 숫자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분들이 이곳 카디프에 계셨습니다. 대개 거주증을 가진 후 직장을 찾아 런던으로 이주를 해서 현재는 몇 가정만 이 곳에 있습니다. 영어가 더 더욱 안 되는 탈북자들에게는 이런 정착을 돕는 사역이 좋은 접촉점이 되고, 그러한 과정에서 예수님을 영접하는 분들이 꽤 됩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기에 만남은 용이하지만, 복음이 말의 지혜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저희가 불신자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때에 하나님께서 자주 기적과 표적으로 하나님께서 살아 계신 것을 확증해 주십니다. 그래서 복음을 전하는 자들도 신나고, 마음이 강퍅했던 자들도 눈에 보이는 증거를 보며 복음을 듣게 됩니다.


둘째는 현지 영국인이 아닌 다른 외국인들을 향한 사역입니다. 일본인 주재원 가정들이나, 중국인 유학생, 연구원 가족들, 혹은 베트남 난민들의 1.5세대 또는 2세대 자녀들이 주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서로 다른 모국어를 사용하지만, 같은 유교 문화권에서 살았기에 많은 공통점을 가질 수 있고, 모두가 이국땅에 살고 있는 나그네의 처지로 만나기에 동병상련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서로가 서툰 영어를 통해서 의사소통을 하지만 복음을 전하고, 받아들이는 일들은 이루어집니다. 공적인 혹은 사적인 다양한 만남을 준비해 이 사람들을 초청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인터내셔날 레이디스 길드(International Ladies Guild)라는 주부 모임이나 월요일마다 5년 째 진행하고 있는 음악, 미술 클럽도 정규적인 접촉점을 제공해 주는 장이 되고 있습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이런 활동을 통해 예수님을 영접했고, 지난 부활절 즈음에도 기도해 오던 한 일본 여성이 복음을 받아들여 우리에게 큰 기쁨을 안겨 주었습니다. 감사하게도 그 분이 그 전에 복음을 먼저 영접한 다른 일본 여성분과 함께 지금은 영어로 진행되는 인터내셔널 성경공부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현지인의 협조를 받아 이 성경공부가 잘 진행이 되고 있고, 바라기는 이 땅에 독립적인 일본인 교회가 서는 기초가 되었으면 합니다.


셋째는 웨일즈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사역입니다. 저희 교회 사역 초기에는 한인공동체와 인터내셔날을 위한 사역이 중점적으로 이루어졌었는데, 약 2-3년 전부터는 현지인 혹은 현지교회를 섬기는 일의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저명한 선교신학자 레슬리 뉴비긴(Lesslie Newbigin)이 20세기 후반 자신의 선교지인 인도의 사역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정작 자신을 파송한 영국이 선교지가 되어 있다는 사실에 충격 받았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영국은 물론이고 웨일즈 역시 선교지입니다. 


웨일즈의 상황을 짧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전 국민의 약 2%만 주일 예배에 출석을 한다고 합니다. 이 중 다수가 노인들이며, 참으로 헌신된 신앙인들은 훨씬 더 적을거라 예상됩니다. 그러다보니, 교인수가 50명만 넘으면 웨일즈 교회의 상위 10%에 들어가는 큰 교회에 속한다고 합니다.


웨일즈 부흥운동의 중심역할을 감당했던 웨일즈 장로교단의 경우, 2000년 초에 교단 직영신학교가 문을 닫았습니다. 그래서 소수의 목회자 후보생들은 군소 신학교에서 위탁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목회자 수급에도 곤란이 생겨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목회자가 여러 작은 교회를 순회해서 사역하고 있습니다. 이런 영적인 상황을 대변하듯이 매년 한 두개의 교회가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더 안타까운 것은 문 닫는 교회는 주로 주택업자들이나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팔려서 은퇴하신 목회자들을 위한 연금으로 주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주변의 점점 약해져가는 교회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교인들과 함께 웨일즈를 위해서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기도와 말씀 묵상 중에 ‘찬양으로 웨일즈 교회를 밟으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약해져가는 교회들을 방문하며 함께 찬양하며 예배를 드리라는 뜻으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저희는 이 사역을 ‘웨일즈 찬양 순방’이라고 부릅니다. 웨일즈 찬양 순방의 핵심은 단순히 그분들의 예배에 참석하여 찬양을 부르는 정도가 아닙니다. 오히려 방문하는 한 교회 한 교회를 끌어안고 기도하는 중보기도의 사역입니다. 감사하게도 저희 교회는 작지만 중보기도 사역자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함께 모여서 앞으로 방문할 각 교회를 위해서 기도를 합니다. 주님이 깨닫게 해 주시는 데로 온 교회, 정확하게 말하자면, 현재는 6명이 집중적으로 기도합니다. 연쇄기도, 혹은 금식기도를 하며 이 기도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막상 교회를 방문하여서는 설교, 동영상을 통하여 간단한 메시지를 전하고, 준비한 특송과 전체가 함께하는 찬양으로 예배를 인도합니다. 이렇게 하는 일들을 한 달에 한번은 하려고 시도하고 있고, 약 4년 동안 30개 이상의 교회를 방문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이 사역이 단순히 웨일즈 교회를 격려하기 위한 찬양과 중보기도의 사역인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작년부터는 또 다른 웨일즈 부흥을 준비하는 사역이라는 생각이 더 들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뿐만 아니라 현지 교회에서도 저희 사역을 귀하게 여겨 주시고 여러 모로 많은 격려를 해 주십니다. 특히 부흥을 사모하며 간절히 기도하는 모임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함께 협력사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웨일즈 한인교회는 이방에 살고 있는 한 작은 소수 민족 교회 중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떤 면으로 보아도 약한 자의 대명사입니다. 목회계획을 논하기에 부끄러울 만큼 작은 사이즈이며 불안정한 교회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에도 지난 7년 내내 똑같이 유지되었던 목회계획을 별로 다시 정리할 필요도 없이 반복하고자 합니다. 기회가 되는 대로 복음을 전하는 것, 복음을 듣고 회심한 자들을 다시 복음을 전하는 자로 세우는 것, 영국 교회의 부흥을 위해 기도하며 계속 교회를 방문하며 찬양하며, 기도하는 일을 부지런히 하는 것이 신년 목회의 큰 방침입니다.


그러나 부흥과 관련하여 사역을 더 집중하고자 합니다. 교회 안으로는 성경이나 역사에서 나타났던 부흥의 역사를 교인들과 함께 공부하며 집중해서 기도하는 과정을 기획할 것입니다. 밖으로는 그동안 해 오던 웨일즈 교회를 찬양으로 순방하는 것과 더불어 영국 현지 교회 리더들과 연합해서 대규모로 찬양 콘서트를 진행하는 일, 목회자들 혹은 한 교회를 대상으로 부흥에 대한 세미나 혹은 기도모임등을 개최해서 부흥을 위해 다같이 사모하며 기도하자고 권하고 싶습니다. 작은 교회로 뭐 하나 만만해 보이는 일은 없지만 그동안도 은혜로 이 길을 왔듯이, 은혜로 가고자 합니다. 이 글을 다 읽으시고 나면 짧게라도 저희 교회와 웨일즈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이 사역에 동참하기를 원하시는 분은 제게 연락을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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